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올해 시장 여건 변화에 따라 가계부채의 건전성이 급격히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계부채 리스크 요인으로는 가계부채 절대 규모와 금리 상승, 전세·개인사업자 대출을 꼽았다. 특히 전세가 하락으로 집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전세' 발생 가능성을 우려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5일 최 위원장 주재로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를 열었다고 27일 밝혔다.
최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가계부채가 당장 시장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은 작지만, 시장여건 변화로 건전성이 급격히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은 항상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가계부채 절대 규모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상환 부담 증가, 전세대출, 개인사업자 대출에 모두 긴장감을 갖고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가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으로 전세자금대출이 부실화하고 세입자가 피해를 입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의 전세가격은 지난 11월 하락세로 전환한 이후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은 2017년 4월 이후 하락세다.
최 위원장은 "금리 상승과 함께 내수경기가 둔화할 경우 한계·취약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이런 위험 요소들을 관리하기 위한 2019년 가계부채 관리 방향을 발표했다.
우선 은행권에 가계부문 경기대응 완충자본 제도를 도입하고 새로운 예대율 규제도 올해 준비작업을 거쳐 내년 1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경기대응 완충자본은 가계대출을 늘릴 때 자본을 더 쌓도록 하는 제도이고, 새 예대율은 가계대출의 위험 가중치를 상향하고 기업대출은 하향 조정하는 제도다.
가계부문으로의 자금 쏠림을 차단하려는 취지다.
이를 통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2021년 말까지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준(5%대)으로 낮춘다는 전략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도 금융회사별로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금융회사는 경영진 면담과 현장점검,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상환능력이 충분한 실수요자에게 가계대출이 공급되도록 취급 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은행권에 도입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지표는 올해 상반기에 제2금융권에도 도입한다.
최 위원장은 "DSR 관리지표 도입 이후 지난해 11∼12월 은행권 신규 가계대출을 점검한 결과 DSR이 이전보다 현저히 낮아졌다"며 "상환능력에 기반을 둔 대출 심사가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은행권 신규 가계대출 평균 DSR은 지난해 6월 72%였지만 DSR 관리지표 도입 이후인 11∼12월에는 47%를 기록했다.
DSR 90% 초과 비중도 지난해 6월 19.2%에서 11∼12월은 8.2%로 낮아졌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한 위험은 커버드본드 발행 활성화, 상환능력 심사 체계 정교화, 월 상환액 고정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 등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새로운 잔액 기준 코픽스(COFIX)도 7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최 위원장은 "새 코픽스는 기존 코픽스보다 27bp가량 낮다"며 "대출금리가 이만큼 인하되면 연간 적게는 1천억원, 많게는 1조원 이상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가계대출처럼 금융회사들이 자체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감독 당국이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쏠림이 과도한 업종은 필수 관리대상 업종으로 지정해 관리하기로 했다.
최 위원장은 "가계대출 관리 노력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대출 관리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는 금융위와 금감원, 금융협회, 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 등 5대 시중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