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야구 국가대표 신임 감독이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KBO에서 열린 국가대표 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이한형 기자
한국 야구 역사에 유일한 올림픽 금메달 사령탑 김경문 전 NC 감독(61)이 새 국가대표 사령탑에 선임됐다. 고려대 후배 선동열 전 대표팀 감독의 뒤를 이으면서 특별한 인연도 이어갔다.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28일 서울시 도곡동 야구회관 기자실에서 "새 국가대표 감독으로 김경문 감독을 모셨다"고 밝혔다. 이어 "프리미어 12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베이징올림픽의 감동을 다시 불러오길 기대하며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김 감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11년 만에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게 됐다. 당시 김 감독은 2007시즌 뒤 올림픽 예선부터 사령탑을 맡아 본선에서 9전 전승으로 사상 첫 금메달을 이끌었다.
당초 대표팀은 선 감독이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이끌 예정이었다. 그러나 선 감독이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에도 오지환(LG), 박해민(삼성) 등 병역 기피 의혹 선수를 뽑으면서 거센 비판을 받아 지난해 11월 자진 사퇴했다. 이에 KBO는 기술위원회를 부활시켜 차기 사령탑을 물색했고, 김 감독을 낙점했다.
김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선임은 이번에도 묘하게 선 감독과 얽혀 있다. 선 감독이 고사하거나 물러난 상황에서 김 감독이 어려운 여건과 부담에도 한국 야구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점이다.
2007년 당시 대표팀 사령탑은 선 감독이 1순위였다. 당시는 이전 시즌 한국시리즈(KS) 우승팀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 감독이 당시 KBO 리그에서 어린 사령탑에 속해 극구 대표팀 지휘봉을 고사하면서 김 감독이 대신 중책을 맡았다. 잡았다. 대신 선 감독은 수석 및 투수코치를 맡아 올림픽 금메달을 합작했다.
22일 오후 중국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베이징올림픽 야구 4강전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야구대표팀의 김경문 감독이 천금의 결승포를 터트린 이승엽을 안아주고 있다.(자료사진=노컷뉴스)
이번에도 김 감독이 선 감독에게 돌아갔던 대표팀 사령탑을 대신 맡은 모양새다. 물론 상황은 11년 전과 사뭇 다르다. 당시 선 감독은 사령탑을 고사했고, 이번에는 자진 사퇴한 상황.
하지만 한국 야구가 위기에 빠진 상황은 비슷하다. 당시 한국 야구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 신화를 이뤘지만 그해 도하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 수모를 겪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예선도 통과하지 못해 8년 만에 올림픽에 나서는 상황이었다. 일본은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이전과 달리 프로 선수들을 총출동시켰고, 아마 최강 쿠바와 미국 등 강호들이 출전했다.
11년이 지난 현재도 한국 야구의 상황은 좋지 않다. 앞서 언급한 대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도 대표팀에 대한 여론이 나빠졌다. 또 2013년과 2017년 WBC 예선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우승했지만 올해 2회 대회에는 주최국 일본이 야심차게 정상에 도전한다.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자존심을 세우려는 것.
이런 어려운 상황에 김 감독은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김 감독은 "지금 한국 야구가 어려운 것은 주위 분들 다 안다"면서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 피한다는 모습은 싫었고 욕 먹을 각오하고 수락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 감독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드러냈다. 둘은 고려대 시절 방장과 방졸로 동고동락했던 사이. 김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봤는데 굉장히 가슴이 짠했다"면서 "감독 입장에서는 가장 힘들 때가 꼭 이겨야 하는 경기와 이겨도 값어치를 못 느낄 때일 것일 텐데 선 감독이 많이 힘들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프리미어12에서도 선 감독과 함께 할 뜻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정말 선 감독의 마음 속 고충은 감독을 해보지 않으면 못 느낄 정도로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프리미어12도 선 감독 마음까지 합쳐서 선수들과 좋은 성적 낼까 한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