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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4.0] 중국에도 뒤진 한국의 新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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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업4.0] 중국에도 뒤진 한국의 新제조업

    전문가들 "한국 新제조업, 중국에 2년 뒤져"

    글 싣는 순서
    ① 新 제조업, 세계를 흔들다
    ②"중국에도 뒤진 한국의 新제조업"
    신제조업 전문가인 건국대학교 임채성 교수는 최근 신제조업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하면 할수록 초조함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이 아닌데 최근 모습을 보면 도대체 이해가 가지를 않습니다."

    임 교수는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신제조업을 선도하는 국제적 자율기구인 '산업인터넷컨소시엄'(IIC)모임에 참석한 소회를 털어놨다.

    "90년대만 하더라도 한국 기업은 CDMA라든지 MP3 등 새로운 것이 나오면 1년 안에 연구개발에 들어가서 더 새로운 제품을 먼저 내놨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IIC 회의가 석달에 한번씩 열리는데 가보면 (한국 기업들이) 어찌 이럴 수 있나 싶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임 교수에 따르면 IIC 회의에 참석하는 기업의 30% 정도는 중국 기업이어서 중국이 주도를 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 심지어 스페인 기업들도 적극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회원으로 가입한 한국 기업은 삼성 하나 뿐으로, 삼성도 IIC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임 교수는 전했다.

    임 교수는 "지난해 11월 4차 산업을 주도하는 세계 주요 기업들이 모여 IIC회의를 연 곳이 중국 베이징이었다. 거기서 중국 기업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3건 이상 발표를 했는데, 그 수준이 거의 미국 수준이었다"며 "신제조업 플랫폼에 뛰어드는 중국 기업이 상당수 있는데 한국 기업들은 시장 진입에 힘겨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제조업의 핵심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스마트 생산 등에 있어서 한국은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도 뒤처지고 있다고 임 교수는 진단했다.

    "모두 늦었습니다. 선도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미 데이터를 축적하고 연구개발을 다해왔다"며 "한국의 신제조업 수준은 중국보다는 2년 정도, 선도국보다는 5~7년 정도 늦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용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신제조업의 경우 흔히 미국식과 독일식으로 발전방식이 나뉘어진다. 미국식은 AI,빅데이터 등을 통해 고객의 수요 등을 신속하게 분석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이고 독일식은 제조공정을 표준화,효율화해서 생산성을 제고하는 방식이다.

    서강대학교 김용진 교수는 "한국의 신제조는 이미 독일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미국의 AI 수준에 따라가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선진국을 따라 간다고) AI나 퀀텀 컴퓨터(양자컴퓨터)에 수 조원을 투입한다고 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김규판 실장도 "한국의 기업들도 4차산업혁명 도입 시도를 했지만 그 확산 속도가 더디다"며 "대기업의 움직임도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플랫폼을 장악하는 기업이 산업 데이터를 독점하게 마련인데 삼성,LG가 플랫폼을 한다고 하면 경쟁기업들이 참여하지 않는다. 중립지대에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나서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기업이 없어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치럼 1980년대 이후 제조 강국으로 부상했던 한국이 신제조업 흐름에는 둔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기존 제조업의 호황이 신제조업에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건국대 임채성 교수는 "큰 변화가 일어날 때 기존 방식의 첨단에 섰던 사람들은 늦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모바일 산업이 중국에 뒤쳐지는 것은 (모바일 전 단계인) 유선 인터넷이 세계 첨단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며 중국은 유선 단계를 뛰어넘어 곧바로 모바일 단계로 진입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이전 정부가 신제조업 대신 서비스업을 상대적으로 강조했던 분위기도 한국의 신제조업 지체 현상을 가져왔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고용 창출에는 서비스업종만한 것이 없다며 제조업 대신 서비스업을 장려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서비스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제조업의 두배 이상"이라며 "국내외 모든 전문가들과 국제구들이 한국경제의 혁신과 성장, 일자리 창출을 이끌 분야는 서비스 산업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고 누누히 밝혔다.

    이같은 입장은 미국과 독일, 중국, 일본 등이 신제조업 아젠다를 잇따라 발표하고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던 흐름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특히 서비스 산업이 제조업보다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는 주장은 자칫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 흔히 서비스 산업의 고용창출 효과가 제조업보다 크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취업유발계수(또는 고용유발계수)'이다. 취업유발계수란 생산물 10억원 어치를 생산할 때 직간접적으로 취업하는 인원수이다.

    2014년 기준 제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8.8명에 그치는 반면 서비스업종은 두배가 넘는 17.3명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분석으로, 한국은행이 10년간의 고용유발 효과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서비스업종보다는 제조업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제조업 창업률이 1% 상승할 때마다 약 10년에 걸쳐 고용이 3.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서비스업종은 지식집약업종을 제외하면 장기적으로 고용증대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서비스화된 제조업'이라는 신제조업의 특성상 서비스 업종이냐 제조업종이냐를 구분짓지 말고 혁신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강대 김용진 교수는 "(신제조업 논의가) 일자리 창출 차원을 벗어난지 오래"라며 "기존 기업을 어떻게 디지털로 변혁시켜 경쟁력을 갖게 할 것인가를 집중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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