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박보검 "청포도 같다?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방송

    박보검 "청포도 같다?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노컷 인터뷰] '남자친구' 김진혁 역 박보검 ①

    배우 박보검이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여자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평범한 남자, 부와 명예를 버리는 게 어려운지 평범한 일상을 내놓는 게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 그린 드라마'

    지난 24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의 소개 글이다. 부, 명예, 미모, 권력 등을 가진 쪽이 대부분 남성이었던 여타 드라마와 달리, 이번엔 남자 주인공이 평범하지만 긍정적이고 밝은 이른바 '캔디' 역을 맡았다.

    극중 동화 호텔 대표로 나오는 차수현(송혜교 분)이 낯선 땅 쿠바에서 우연히 만난 김진혁(박보검 분)을 보며 "청포도 같다"고 한 읊조림은, 그 어떤 표현보다 정확하게 김진혁이라는 인물을 잘 드러낸다.

    '구르미 그린 달빛', '응답하라 1988'에서도 메인 커플로서 로맨스가 있었으나 두 작품은 각각 사극과 시대극이었다. 놀랍게도, '남자친구'는 박보검이 처음 로맨스 연기를 한 현대극이었다.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박보검의 '남자친구' 종영 기념 인터뷰가 이뤄졌다. '구르미 그린 달빛'(2016) 이후 약 2년 동안 작품을 하지 않아, 취재진을 만나는 공식적인 자리 자체도 오랜만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남자친구' 종영 소감은.

    일단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드라마를 끝까지 시청해주시고 사랑해주신 시청자분들께 가장 감사하다.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난 것 같아, 좋다.

    ▶ 김진혁 캐릭터를 어떻게 어떻게 해석했나.

    김진혁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긍정적이면서도 자기감정에 솔직하다. 자기가 가진 것에 대해 만족하고 감사를 느끼고 소중하다는 걸 아는 친구이기도 했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아는 남자여서 더 멋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당당하면서도 사랑 앞에서는 진취적이고 남성적인 모습도 있어서, 김진혁이라는 캐릭터를 잘 만나고 싶었다.

    ▶ 김진혁과 닮은 점이 있다면.

    가족을 사랑하고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 긍정적인 모습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박보검은 지난 24일 종영한 tvN '남자친구'에서 밝고 긍정적이고 순수하면서, 사랑 앞에서도 솔직한 김진혁 역을 맡았다. (사진='남자친구' 제공)

     

    ▶ 김진혁의 성격 중 제일 본받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나.

    내가 가 보지 못한 낯선 곳이라도 거기서 적응하는 적응력?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서, 사람들을 대하는 경험이 많았던 친구이지 않나. 가족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서인지 그 사랑을 나눌 줄 아는 마음가짐이 멋있었다.

    ▶ 그동안 본인과 닮은 캐릭터를 꾸준히 맡아온 것 같다. 이번 김진혁 캐릭터와 닮은 점이 있어서 연기하기 편한 점, 불편한 점이 있었다면.

    닮아서 연기하기 편한 점은 부담감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거다. 연기할 때 있어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고 설득이 되니까, 나 같아도 이렇게 생각하고 표현할 거야 하면서 크게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다른 점은… (캐릭터와 내가) 다른 점을 이해하려고 하는 저 자신이 좀 웃기기도 하다. (웃음) 공감하고 이해해야 연기할 수 있으니까. (캐릭터와 닮아서) 불편한 점은 크게 없었던 것 같다.

    ▶ '남자친구'는 많은 걸 가진 남자 주인공과 평범한 여자 주인공의 만남이라는 기존 공식을 성별 반전한 이야기였다. 대본 처음 봤을 때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나.

    네,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남자친구'라는 제목이 주는 힘도 컸던 것 같다. 정말 평범한 사람들에겐 (남자친구가) 가질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일 수도 있겠지만, 차수현 입장에서는 쉽게 가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더군다나 물질이 많고 적음에 따라 행복한 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면 그 소중함을 알고 있는 것에서 찾아오는 행복이 크다는 걸 진혁이를 통해서 알려준 드라마라고 봤다. 어떻게 보면 차 대표가 다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드라마를 보면 정작 모든 걸 주고 있는 건 다 진혁이다. 그래서 진혁이는 참 마음이 부자인 친구구나 했다. 상대방 이야기를 다 귀담아 들어주고 함께 공감하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친구 같아서 그런 면들이 재밌게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 하지만 이야기가 쫀쫀하지 않고 진부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긴장과 갈등이 등장하지만 비슷한 게 반복되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남자친구'를 선택한 이유를 궁금해하는 반응도 많았다.

    일단 대본을 읽었을 땐 대본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다. 작가님이 그리고 싶어 하는 진혁이 스토리가 있었을 거니까. 제가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다 이해를 하려고 했고 그렇게 받아들이려고 했다. 따지고 보면 다 말이 안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떻게 자기가 지원하는 회사 대표 얼굴도 몰라?"라든지. (일동 웃음) 하지만 드라마에선 현실적인 요소와 비현실적인 요소를 잘 섞어서 기대감과 설렘이 오는 것이지 않나. 1화~4화를 봤는데 매회 엔딩이 신선했다. '청포도 같다'는 걸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긴 했다. (일동 웃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그래, 너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어. 고생했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 같다.

    배우 박보검 (사진=이한형 기자)

     

    ▶ 혹시 '청포도 같다'는 대목을 보고 떠올린 배우가 있나.

    배우가 떠오르진 않았다. 청포도를 어떻게 형상화할까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웃음) 누구를 떠올릴 겨를도 없이. 청포도가 참 싱그럽기도 하고 달콤하면서 떨떠름하기도 하고 순간을 행복하게 해 주는 과일이니까 이 친구도 그런 느낌인가 보다 싶었다.

    ▶ 그럼 본인은 청포도 같다고 생각하는지.

    저는 약간 망고 같다고 생각했다. (웃음) 망고 씨가 두껍지 않나. 박보검이라는 아이도, 박보검이라는 청년도 내면은 단단한데 겉은 부드러운 부분이 있으니까.

    ▶ 초반부 술 취한 장면이 화제였다. 연기하면서 어땠나.

    제가 느끼기에는 어색한 부분도 있었다. 술 취해 본 적도 없고, 술 취한 연기를 해 본 적도 없어서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게 보이기도 하고 어색해 보일 수도 있다고 본다. 좋게 봐 주신 분들이 계셔서 감사하기도 하다. 감독님이 연기 코치도 많이 해 주셨다. 그레이 양복이나 오징어 같은 건 대본에 다 나와 있었다. (대본대로) 표현하는 데 좀 더 집중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 수현이 헤어지자고 하면서 둘 사이에 위기가 오는데.

    진혁이는 (수현이를) 그 높고 깊은 성에서 데리고 나와서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수현이도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거기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고 봤다. '진혁 씨의 소박한 행복을 내가 깨트리고 싶지 않다'고 하니, 수현이도 원치 않는 이별이라는 걸 알았다. 나를 사랑하니까 나를 놓아주려고 하는 의미라고 진혁이는 받아들였을 것 같다. 진혁이는 '너(수현)만 행복하면 되는데 왜 주변 것들을 생각하나'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이 작품을 통해서 배운 건 '나를 사랑해주고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누군가가 내 옆에 있는 게 큰 복이자 행복'이라는 거다. 주변에 있는 것을 좀 더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이 크다는 걸 알게 됐다. 시간의 소중함도 많이 알게 됐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도 알차고 촘촘하게 잘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건강하길 바라고, 그 사람들에게 받은 사랑을 다시 돌려주고 싶은 마음도 컸고.

    박보검은 '남자친구'에서 송혜교와 연인 연기를 했다. 그는 '멜로 장인' 송혜교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진='남자친구' 제공)

     

    ▶ 극중에서 생긴 진혁과 수현의 감정선을 어떻게 따라가려고 노력했는지.

    감독님이 서정적이면서 감정적으로 끝까지 끌어나가야 하는 드라마인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수현이와 진혁이가 감정 잃지 않고 제대로 중심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시기도 했고. 대사가 많지 않아도 상황과 눈빛과 표정으로 설명해야 하는 게 많아서 어렵긴 했는데 감독님이 그 순간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그래서 감정을 따라가는 건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다. (대본을 읽으면서) 저를 이해시키려고 했다.

    가끔씩은 대사가 주는 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차수현 대표님이 귤청 얘기를 하면서 '진혁 씨의 소박한 일상과 행복을 깨뜨리고 싶지 않아요'라고 하지 않나. 그 말을 들으니 진혁이로 살았던 반년이 떠올랐다. (감정선을) 어렵고 불편하게 느끼거나 이해 못 했던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 엄마들 이야기가 조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면도 있었다.

    제 이야기가 나오지 않더라도 (가족들 이야기가) 짧게라도 나왔어도 좋았다고 생각했다. 전 우리 드라마가 신데렐라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래도 있지 않나.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웃음) 진혁이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지 않았고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면서 사랑받고 살았다. 가족들과 정말 오순도순 서로 부족하더라도 채워줄 수 있는 마음으로. 다만 (주요 캐릭터) 성별만 바꾼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 송혜교 씨는 '멜로 장인'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같이 연기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나.

    너무 도움 많이 받았다. 송혜교 선배님이 감정 연기할 때는 저도 모르게 울컥한 경우도 많았다. 저한테는 너무 큰 경험이었다. 일단 송혜교 선배님이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대본 속) 차수현 대사 톤이 선배님 목소리로 들리기 시작했다. 송혜교 선배님이 차수현이란 인물을 활자 이상의 표현으로, 섬세하게 너무 잘 그려주셔서 저는 오롯이 김진혁이란 인물에 확실히 집중할 수 있었다. <계속>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