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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경사노위 참여 무산…표류하는 노사정대화

경제 일반

    민주노총, 경사노위 참여 무산…표류하는 노사정대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서 경사노위 참여 결론 못내린 채 마무리
    사회적 대화 추진한 민주노총 지도부 리더십 공백 불가피
    내부 혼란 드러낸 민주노총 협상력도 타격입을 듯
    노동계 모두 잃은 노사정 대화도 혼란 속으로

     

    민주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또다시 결정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가 불발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경사노위 참여를 추진했던 민주노총 지도부의 리더십은 물론, 연이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내부 혼란을 드러낸 민주노총의 협상력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독려했음에도 사실상 양대노총이 자리를 비우면서 경사노위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순조로웠던 출발, 경사노위 참여 여부 놓고 3개 안건 표결 붙였지만…

    민주노총은 28일 오후 2시부터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홀에서 2019년 67차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었지만,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다룬 3개 수정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대신 민주노총은 추후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올해 사업계획을 다시 마련한 뒤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해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해 10월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결정하려 했지만, 내부 반대 의견이 거센 가운데 정족수 미달로 개회선언조차 하지 못한 채 사회적 대화 복귀를 연기한 바 있다.

    이날 대의원대회는 1273명 대의원 가운데 977명이 참석해 정족수 636명을 넘어서면서 순조롭게 시작하는 듯했다.

    이어 민주노총 지도부는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내용으로 원안을 제출해 오후 3시 55분부터 토론을 시작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고자 하는 것은 현 정부에 대한 어떤 환상이나 기대감을 갖고 타협하거나 양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며 “개혁 과제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대의원 의견을 종합하면서 '참여' 원안 대신 '조건부참여', '조건부 불참', '무조건 불참' 등 3개 수정안으로 의견을 모아 대의원 간의 질의 및 토론이 이어졌다.

    표결로 이어진 3개 수정안 가운데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홍성학 전국교수노조 위원장 등이 공동발의한 수정안은 조건부 참여안으로, 사실상 현 집행부가 주되게 추진한 안건이다.

    이는 일단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해 논의를 주도하고 지속가능한 교섭 구조를 확보하되 △탄력근로제 △최저임금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비준 관련 노동법 개악안이 국회에서 강행처리될 경우 경사노위를 즉시 탈퇴하고 총파업 투쟁에 돌입한다는 내용이다.

    반면 금속노조 황우찬 사무처장은 정부가 △탄력적근로시간제 개악 철회 △최저임금제도 개악 철회 △노조법 개악 철회 및 ILO 핵심협약 정부비준 △노정교섭 정례화 요구 등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경사노위에 참여할 수 없다는 조건부 불참안을 발의했다.

    마지막으로 김현옥 대의원은 "탄력근로제 확대는 물론 노동법 개악마저 예고되는 상황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며 경사노위 불참을 결정하고 △최저임금 개악 철회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 △사용자대항권 철회 △ILO 핵심협약 비준 등을 위해 대정부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3개 안건 모두 부결…김 위원장 "임시 대대 다시 소집하겠다"

    투표 결과 무조건 불참안은 대의원 재석 958명 중 찬성 331명(34.6%)에 그쳐 부결됐다.

    이어 민주노총 최대 산별조직인 금속노조가 낸 조건부 불참안도 재석 936명 중 찬성 362명(38.7%)에 그쳐 과반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사실상 경사노위 참여가 유력시됐지만, 정작 조건부 참여안조차 재석 912명 중 찬성 402명(44.1%)으로 부결되자 장내 분위기는 혼란으로 치달았다.

    이후 수 차례 정회를 반복하며 집행부가 내놓은 경사노위 참여 원안에 대한 표결 여부를 놓고 대의원 간의 격론이 벌어졌다.

    특히 김 위원장이 '조건부 참여안'을 표결하는 과정에서 "산별노조 대표들이 제출한 안에 대해 결정해 준다면 저는 더 이상 경산노위 참여 원안과 관련해서 주장하지 않겠다"며 '원안 폐기'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3개 수정안이 모두 부결되자 일부 대의원은 원안 폐기를, 다른 대의원은 원안 투표를 주장하면서 대립했다.

    자정에 가깝도록 토론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업계획과 예산안을 새롭게 만들어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권한을 위임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대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김 위원장은 "수정안에 대한 논의와 진행 흐름 정황상 경사노위 원안을 결정하거나 더 논의할 수 없을 정도로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했다고 판단한다"며 "집행부는 이 부분(경사노위 참여 여부)을 빼고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지 안을 짜서 제출하겠다. 새롭게 사업계획을 짜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하겠다"며 산회를 선언했다.

     

    ◇상처만 남은 민주노총, 노동계 빠진 경사노위, 힘 빠지는 노동정책

    이처럼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참여에 대한 뚜렷한 입장조차 결론내리지 못하면서 민주노총은 한동안 혼란이 불가피해보인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현 지도부는 2017년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당시 현 경사노위의 모태가 된 '신(新) 8자회의론'을 공약으로 제시할만큼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노조 대의원들이 경사노위 참여를 명백히 거부하면서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지도부 리더십의 공백이 불가피해보인다.

    따라서 향후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하더라도 지도부가 주장한 경사노위 참여보다는 불참으로 무게가 기울 전망이다.

    민주노총 외부로도 노사정 대표자 6자 회의 등 현재 진행중인 사회적 대화에서 노조의 협상력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장 정부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조정과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법 개정,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등 다음 달 국회에 상정하겠다고 예고했다.

    물론 민주노총은 각 사안에 대한 입장은 뚜렷하지만, 투쟁과 대화를 놓고 뚜렷한 대응방안을 결론내리지 못하면서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졌다.

    그동안 민주노총을 기다리며 일정까지 늦춰왔던 경사노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로서는 '노사정 합의'라는 명분으로 관련 정책 예산 편성 및 입법 과정에서 국회의 협조를 거둘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무산될 위기다.

    더구나 앞서 그동안 경사노위에 참석했던 한국노총마저 같은날 "경사노위에서 정부가 사용자 측 주장에 편향된 안을 채택하려 한다"며 오는 31일 전체회의부터 불참하겠다고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여기에 민주노총조차 경사노위 참여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노사정 대화 가운데 노동계를 대표하는 양대노총이 모두 빠진 것이다.

    특히 민주노총의 지난해 10월과 이번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각각 문재인 대통령이 양대노총 위원장을 직접 만나 사회적 대화를 호소했지만, 번번이 실패하면서 정부로서도 사실상 더 이상 쓸 카드가 남아있지 않다시피하다.

    이처럼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 자체가 유명무실해지면서 현 정부의 노동정책 개편 및 노동법 개정 시도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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