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김복동 할머니 별세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372차 수요집회에서 시민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사진=이한형기자)
지난 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와 이 모 할머니를 연달아 떠나보낸 뒤 열린 수요시위에서 "할머니들의 삶을 기억하고 이어가겠다"는 다짐이 이어졌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3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에서 열린 제1372차 수요집회에서 1분여 동안 두 할머니를 떠올리고 추모하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정의연 한경희 사무총장은 "두 할머니의 삶을 생각하면 먹먹하다"며 "오랜 세월이 흘러 오늘 1372차 시위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사죄도, 인정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총장은 "김 할머니는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괜히 시작했다 하시면서도 포기하지 않았고 전쟁범죄는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셨다"며 "큰 나무가, 나비가 된 할머니의 삶을 보고 '우리도 저렇게 싸워야겠다'는 마음으로 활동하게 만드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2년 3월 김 할머니가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 '나비기금'을 만들고, 재일 조선학교 학생들을 지원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김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시민들이 남긴 '나비 메시지'도 낭독됐다.
"지난 1993년부터 할머니를 지켜봤습니다. 제주에서 온 초등학교 친구들을 그냥 보낼 수 없다며 자장면 사주게 예약하라고 (정의연) 윤미향 대표 찾으셨죠. 이제 그 친구들이 그 사랑 잊지 않고 그 뜻 기억할 겁니다. 편히 안식하소서."
"1000차 수요시위에서 뵀던 그 모습 아직 기억합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정의와 삶을 얘기하셨던 그 용기를 기억합니다. 그 꿈 아직이지만 이미 함께입니다. 반드시 이루고 가르치겠습니다."
덕성여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 동아리 메모리아 주관으로 열린 이날 시위에 참여한 서가연(15)양은 "저 같으면 그렇게 못했을 것 같은데, 김 할머니는 피해 사실을 알리시고 기부도 많이 하셨다"며 "1000회가 넘게 시위를 하면서도 사과를 받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민윤환(26)씨는 "할머니들이 받지 못하고 떠난 일본의 진정한 사과는 이제 남겨진 저희의 몫"이라며 "할머니의 일을 이어갈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눈을 감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별세한 이 할머니는 이날 발인이 있었고, 김 할머니는 오는 2월 1일 서울광장에서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까지 이어지는 노제를 겸한 발인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