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동구에 있는 산황산은 아파트 숲으로 가려진 조그마한 산이다.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어 녹지가 부족한 도심에 숲으로서의 순기능은 물론, 주민들이 산책로로 이용하는 등 활용도가 매우 높다.
그런데 이 산황산이 골프장 증설 문제로 6년 째 홍역을 앓고 있다. 고양시민들과 고양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그리고 일부 교회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골프장 증설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이미 사업을 승인한 고양시 측은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주민들이 골프장 증설 반대하는 이유
골프장 증설 예정부지와 고양정수장까지의 거리는 직선으로 약 300미터에 불과하다. 주민들은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농약 때문에 정수장이 오염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산황산에 9홀 규모의 골프장이 들어선 건 지난 2008년 12월. 이 골프장 운영 업체가 지난 2011년 9홀을 더 추가해 18홀 규모의 골프장으로 증설하겠다며 고양시에 산황산 부지 용도 변경 제안서를 제출했고, 고양시는 2014년 7월 이를 승인했다.
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야 알게 됐다. 부랴부랴 범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증설 반대 운동에 나섰다. 하지만 고양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 주민들의 반대 운동은 6년 째를 맞았다.
주민들이 골프장 증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골프장 증설 예정지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3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한국수자원공사 고양 정수장이 있다. 고양 정수장은 고양시는 물론 파주와 김포까지 약 150만 명의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곳이다.
정수장에는 물을 담아 놓는 공간인 침전지가 있는데, 이곳은 뚜껑을 덮지 않는다. 주민들의 식수가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주민들은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농약이 정수장의 침전지를 충분히 오염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강원도 홍천 지역의 경우 골프장 건설 예정 지역과 정수장의 거리가 500여 미터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골프장 건설이 취소된 사례가 있다"면서 "정수장과 300미터 거리에 골프장을 허용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수장뿐만 아니다. 골프장 증설 예정지에서 민가까지의 거리는 불과 수미터에서 수십미터 떨어져 있다. 주민들의 안전은 물론, 환경 파괴까지 우려하는 상황이다.
작은 7개 교회, 증설 백지화 운동에 동참
나들목일산교회와 주날개그늘교회 등 고양시 지역 7개 교회가 골프장 증설 백지화 운동에 동참했다.
시민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이 지역 교회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나들목일산교회와 주날개그늘교회·동녘교회·일산교회·행신교회·파주씨앗교회·파주우물교회 등 7개 교회다. 이 교회들은 지난 1월 3일부터 매주 목요일 고양시의회 앞에 모여 목요기도회를 열고 있다.
유형선 목사(나들목일산교회)는 "그리스도인들이 특별히 관심을 갖고 해야 하는 운동이 환경운동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를 우리가 지키기 위해서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교회와 주민들의 반대에도 고양시가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자, 최근에는 범시민대책위원회 조정 의장이 17일 동안 단식을 감행했다. 조정 의장은 의사의 권유로 단식을 멈췄지만, 지금은 주민들이 돌아가며 릴레이 단식을 하고 있다.
조정 의장은 "고양시가 경기도에서 녹지 훼손율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북한산이 행정구역에 들어가 있어 서류상으로는 녹지율이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조 의장은 "특히 일산의 동구와 서구같은 지역은 정발산동 외에는 녹지가 없다"며 "자연녹지로는 이 산황산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고양시측은 주민들의 우려처럼 정수장이 오염될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친환경 농약을 사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농약이 식수를 오염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사업 허가가 났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 없이 취소하면 행정소송에서 패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지역 교회와 주민들은 환경을 파괴하고 주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골프장 증설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며 강경한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