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심에서 2년 징역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면서 정국에 미칠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김 지사가 유죄 선고를 받은 혐의가 대선 등 선거과정에서 댓글 등을 통한 여론조작인데다가 그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여권에게는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야당에서는 이런 이유 때문에 벌써 정권의 정당성을 언급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국 주도권의 무게추가 상당부분 야권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졌다.
실형에 법정구속이라는 이번 법원 1심 판결은 정치권 안팎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그동안 드루킹이 진술을 바꾸고 일당이 서로 입을 맞춘 정황 등 김 지사에게 불리하지 않은 사실도 적지 않게 나와 여권에서도 김 지사에 대한 재판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김 지사도 선고 전날까지 지인에게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판결 직후 "특검의 '짜맞추기' 기소에 이은 법원의 '짜맞추기' 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담당 판사가 사법농단으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 출신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민주당은 긴급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도 이번 판결을 사법농단 사건 이후 대법원 개혁을 강하게 추진한 데 대한 사법부의 '보복성 판결'로 규정하고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 청산 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사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여당 의원들은 잇따라 SNS 등을 통해 이번 판결을 이해할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수 야당들은 압박 수위를 높이며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김 지사가 지난 대선 캠프에서 대변인을 지낸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을 집요하게고 파고 들며 정권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최측근인 김 지사의 댓글 조작 개입을 인지하고 관여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으로 이에 대한 사법적 판단도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며 지난 대선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당권 경쟁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황교안 전 총리는 "대선과정에서 여론조작과 심각한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이번 판결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앞에 반드시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 차원의 도덕성과도 직결될수 있는만큼, 여권은 수세에 몰릴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선의 여당 의원은 "도망이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 현직 도지사를 법정 구속한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과하다"면서도 "하지만 '편향된 판결'이라고 해도 국민 여론이 이를 받아들이겠느냐"고 했다.
여권은 국정 동력이 더 약해지면서 정국 주도권도 상당부분 야권 쪽으로 기울 전망이다.
이로써 정권 3년차 징크스를 문재인 정권도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손혜원 의원과 서영교 의원 논란에 이은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설화 등의 악재에 더한 김 지사에 대한 판결은 여권의 뿌리를 흔들 수준의 강도 높은 결정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김 지사 판결은 그 자체만으로 여권의 힘을 빼는 악재 중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고 평가하면서 "지금도 힘이 약해진 정권의 힘이 더욱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2심 판결전까지 문 정부의 도덕성은 치명적 상처를 받을 게 분명해 보인다"고 전했다. 여당 중진 의원은 "암담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의 2월말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뤄지고있는 보수층 집결도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권의 지지층은 결속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일각에선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압도적으로 승리했고, 김 지사에 대한 판결도 1심 단계여서 정권 차원의 문제로 바로 비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당장은 야당의 거센 공세와 재판 결과에 불복하는 여당의 강경 대응이 맞부딪히면서 여야간 대치 양상도 한층 격렬해질 전망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이라 이번 판결을 둘러싼 여야간 사생결단식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