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만성질환자가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는 '병원 쇼핑'이 유독 심한 편이다.
이런 병원 쇼핑은 환자들이 거주지 주변에서 다양한 의료기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다, 여러 병원에 동시에 예약할 수 있는 점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그런데 이처럼 만성질환으로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니는 환자가 한 병원을 오래 다니는 환자보다 오히려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처음으로 제시돼 주목된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은철 교수와 단국대 보건행정학과 김재현 교수 공동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인코호트(NHIS-Senior)에 등록된 당뇨병 환자 5만5천558명을 대상으로 총 의료기관 방문횟수에 대비한 방문 의료기관 수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one) 최신호에 발표됐다.
논문을 보면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총 11년의 추적관찰 기간에 조사 대상자 중 16.8%(9천313명)가 사망했다.
사망한 당뇨병 환자의 총 의료기관 방문횟수 대비 방문 의료기관 수는 평균 19.2곳으로 생존한 당뇨병 환자그룹의 13.4곳보다 5.8곳이나 더 많았다. 이런 경향은 의료기관 이용이 많을수록 더 뚜렷했다.
연구팀은 당뇨병 환자의 총 의료기관 방문횟수 대비 방문 의료기관 수가 1곳 늘어날수록 사망률이 평균 1%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예컨대, 앞선 통계에서처럼 당뇨병 사망자의 방문 의료기관 수가 평균 5.8곳이 더 많았다면 사망률은 6%로 높아지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당뇨병 환자가 새로운 의료기관을 찾는 과정에서 진료의 연속성이 떨어짐으로써 되레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당뇨병 환자의 진료 연속성과 사망률과의 관련성이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당뇨병 환자의 경우 방문 의료기관 수를 적절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제안했다.
박 교수는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자가 새로운 병원을 찾는 건 중복처방 위험은 물론 적절치 못한 진료를 받을 가능성을 높인다"면서 "이는 결국 의료비의 증가와 의료자원의 낭비,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환자들도 과도한 의료기관 이용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