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사진=연합뉴스)
폭력·성폭력 폭로 파문이 불거진 한국 체육계가 뒤숭숭한 상황에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한 선수가 애인과 밀회를 즐긴 것이다.
1일 체육회에 따르면 남자 기계체조 대표 모 선수는 지난달 25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숙소에 여자 친구를 데려와 하룻밤을 보냈다. 선수촌은 일반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곳이다. 숙소는 국가대표 선수, 지도자만 묵을 수 있다.
한 마디로 선수촌의 보안이 뚫린 것이다. 국가대표 선수촌은 지난해 쓰레기장에 캔과 병 등 음주 흔적이 너저분하게 적발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된 바 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체육계 미투 운동으로 너도나도 조심스러운 상황.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 심석희(한체대)의 고발로 촉발된 체육계 미투는 테니스, 정구, 축구, 유도 등까지 번졌다. 선수들의 합숙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의 개혁안에도 포함돼 있다.
이런 엄중한 분위기에서 국가대표 선수가 일탈을 저지른 것이다. 현 상황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철없는 행동이다.
이런 사실이 발각된 원인도 어이가 없다. 해당 선수의 여자 친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선수촌 방문 사진을 올린 것. 커플 모두 보안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체육회 훈련본부는 지난달 30일 해당 선수를 즉각 퇴촌 조치했다. 대한체조협회도 다음 날 문제를 일으킨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자격을 박탈했다. 향후 중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일부 선수의 일탈이지만 선수촌 관리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선수촌에 음주 사건에 이어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이어진 것이다. 적잖은 체육인들이 합숙 폐지에 대해 국제대회 성적 부진을 염려하지만 이번 사태로 목소리에 힘이 빠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