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 유기동물보호소. (사진=유선희 기자)
올 설 명절처럼 긴 휴가철이면 어김없이 반려동물들이 길거리에 버려지고 있다.
연휴를 맞아 찾은 강원 속초시 유기동물보호소는 150여 마리의 동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대부분 강아지로, 두 손안에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강아지부터 제법 몸이 큰 개도 있었다. 한구석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고양이들도 눈에 띄었다.
취재진이 보호소 입구에 들어서자 마치 자신을 봐달라는 듯 '멍멍' 짖는 소리가 유난히 구슬프게 들렸다.
사진을 찍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자 유기동물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문 앞으로 다가와 꼬리를 흔들어댔다. 누군가에게 버려진 동물들은 여전히 사람을 반기고 있었다.
10년째 보호소에서 일하고 있다는 김성환(60)씨는 "명절이나 피서철에는 평소보다 유기동물 신고가 2배 정도 많다"며 "주로 여행을 떠나면서 장기간 집을 비우게 되자 아예 반려동물을 버리고 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속초시는 (강원) 동해안 지역에 있는 보호소 중 유일하게 유기동물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인지 유난히 신고가 많다"며 "다른 지역에서 일부로 속초로 와서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례도 종종 목격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강원도와 속초시는 속초시 중앙시장에서 설 명절 기간 반려동물의 유기와 유실을 방지하고,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사진=유선희 기자)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르면 해마다 증가하는 유기동물 중 평균 30%는 설이나 추석명절(1~2월, 9~10월), 20%는 피서철(7~8월) 때 발생한다.
최근 3년(2015~2017)간 동해안 6개 지역에서 발견된 유기동물은 모두 4364마리로, 이 중 설과 추석명절에 각각 521마리(11.9%),774마리(17.3%)였으며, 피서철에도 952마리(21.8%)로 나타났다.
유기동물의 절반 가까이가 명절이나 피서철 등 휴일이 긴 '황금연휴'에 버려지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주인들의 인식개선과 함께 행정과 사법적 조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행강 박운선 대표는 "동물을 하나의 생명으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취미로 키우다 버려도 되는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아무나 동물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바꾸려면 행정적으로 철저히 규제하고 단속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 역시 "동물을 버리는 행위는 범죄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며 "유기 방지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동물등록제를 하지 않을 경우 현재는 과태료를 물게 돼 있지만, 보다 경각심을 높이려면 '벌금형'으로 강화하는 등 수위를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강원도는 설 명절 기간 반려동물의 유기와 유실을 방지하고,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오는 10일까지 '설 명절 반려동물 동행 캠페인'을 전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