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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무차별 압수수색 '제동'…사법농단 재판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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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무차별 압수수색 '제동'…사법농단 재판도 영향?

    "모호한 문구, 수사기관에 불리하게 해석해야" 기준 첫 제시
    사법농단 재판서 압수수색 영장·관련자 진술 꼼꼼히 따질듯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에 관한 엄격한 해석 기준을 내놓으면서 향후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에 변화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법원의 해석 기준이 사법농단 관련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관세법 위반 사건을 심리하며 압수수색 영장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그 핵심은 "압수수색 영장의 문구 자체로 불명확 또는 모호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 그 문구를 작성한 수사기관에 불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헌법과 형사소송법, 형사소송규칙 등의 대원칙을 근거로 한다. 헌법 등은 포괄적인 압수수색 영장의 발부를 금지하면서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영장을 집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압수수색 영장 작성의 '가이드라인'도 내놨다. '혐의사실과 관련된 모든 문서 및 물건'이나 여러가지 압수물을 열거한 뒤 '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검찰이 특수수사 기법이라며 이른바 '먼지털이식 압수수색'을 벌인 것에 대한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정농단 사건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국가 기밀문건을 유출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일부 무죄가 확정된 사건도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된 사례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유출한 문건이 모두 47건이라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1심은 이 가운데 33건의 문건을 무죄로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 33건의 문건은 검찰이 최씨의 외장하드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는데, 당시 압수수색 영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범죄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부됐기 때문에 문건유출 혐의 수사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취지다.

    또 이 문건들을 토대로 한 검찰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최씨의 진술 역시 적법한 증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재판부가 이번에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 기준 역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해 향후 재판에 넘겨질 전‧현직 판사들의 '사법농단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검찰이 사법농단 수사를 벌이며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문건을 법정 증거로 다툴 때, 재판부는 압수수색 영장의 기재 내용부터 꼼꼼하게 따져 적법한 문건인지 확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문건이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이 문건을 기초로 확보한 관련자들의 진술 역시 증거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앞서 사법농단 수사당시 압수수색 영장을 무더기 기각해 '방탄법원'이라는 비판을 받은 사실도 이 같은 우려에 무게가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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