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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해고된 화성 청소년 상담사들의 설 "더 춥고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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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단 해고된 화성 청소년 상담사들의 설 "더 춥고 힘들어요"

    화성시 "한시적 지원 검토할 의지 있지만…"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면담 요청 응하지 않아
    교육청 부서들은 서로 담당 아니라며 떠밀어

    (사진=고무성 기자)

     

    "고향을 가도 아무래도 마음은 온통 이곳 천막에 있겠죠. 올해 명절은 더 춥고 힘들게 느껴질 것 같아요."

    지난 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조원로에 위치한 경기도교육청 앞.

    교육청 앞 한편에 설치된 천막에는 '아이들이 기다린다. 학교 청소년상담사의 고용안정 보장하라', '화성 학교 청소년상담사 집단해고 사태 경기도교육청이 책임져라!', '화성 학교 청소년상담사 해고철회와 고용보장을 위한 철야농성 37일 차'라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천막 안에는 청소년상담사 A(46.여) 씨와 성지현 전국교육공무직 경기지부장 등 두 여성이 이날 영하 4도의 날씨 속에 담요와 전기히터 등에 의지한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A 씨에게 이번 명절은 편하게 보낼 수가 없다. 이렇게 천막을 쳐놓은 상황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건 쉽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가 있어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A 씨에게 청소년상담사는 솔직한 마음으로 밥벌이다. 대학생 아들을 둔 A 씨는 사실상 가장이다. 개척교회 목회자인 남편은 월급이 거의 나오지 않아서다. 실수령 월급 179만 원가량을 받았던 A 씨는 지난해 해고되면서 생활이 더 어려워졌다.

    (사진=고무성 기자)

     

    이 일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난 2009년부터 학교에서 일을 해왔고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인생의 신조기 때문이다.

    A 씨는 학업 중단 위기에 놓인 학생들을 구할 때마다 보람을 느꼈다. 한 번은 여중생이 머뭇거리며 자신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 이 학생은 용돈을 벌기 위해 채팅앱을 통해 한 남성과 성관계를 맺었는데 생리를 하지 않아 상담을 신청한 것이었다. A 씨는 이 학생을 설득해 함께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후 다행히 생리가 다시 시작됐다. 학생은 A 씨에게 초콜릿을 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학교도 무사히 마쳤다.

    그런데 A 씨를 비롯한 화성 청소년 상담사 40명이 지난해 계약 만료 통보를 받으면서 상담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청소년상담사들은 지난 2012년 경기도교육청과 화성시의 '학교 청소년 상담사 사업' 업무협약을 통해 채용됐다. 처음에는 각 학교장에 직접 고용됐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2016년 학교장 고용 계약직을 금지하면서 경력 2년을 초과한 상담사 20여명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나머지 상담사들은 학교를 떠나게 됐다.

    당시 화성시는 상담사업이 갑자기 중단되는 것을 우려해 경력 2년 미만인 상담사 40여 명을 시 차원에서 고용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다시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

    (사진=A 씨 제공)

     

    청소년상담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화성교육지원청에 이어 경기도교육청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11일과 24일에는 수원 시내에서 오체투지(10보 1배)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청소년상담사가 학교에 배치해야 한다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재원의 문제라기보다 시에서는 과연 학교에 있는 인력을 계속 끌어안고 무기직계약직으로 승계하면서 갈 수 없는 사업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에서는 장기간 지속적으로는 어렵더라도 한시적으로 교육경비지원사업으로 검토할 의지가 있다"면서도 "경기도교육청 입장은 학교장이 채용하는 순간 교육청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과 복지법무과는 취재진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서로의 담당이 아니라고 미루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또한 지금까지 청소년 상담사들의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성지현 전국교육공무직 경기지부장은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여는데 한 달, 두 달 걸리는 게 아니라 1년 상담해도 문을 안 여는 아이들이 있다"며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조금 열고 상담을 하려는데 상담사가 없어지는 문제는 진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 경기지부장은 "상담사가 안정되고 계속 있어야 아이들이 꾸준히 상담도 받는다"면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지금이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성 청소년상담사들과 전국교육공무직 경기지부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는 한편, 목요일마다 경기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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