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북측과의 협상을 위해 3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사진=황진환기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4일부터 본격적인 방한 일정을 시작한다.
비건 대표는 도착 직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났고 4일은 청와대를 찾아 북미협상 전략을 공유·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북한과 실무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오늘 외교부·청와대 찾아 협상 전략 논의···북한과 실무협상은 5일 이뤄질 듯
비건 대표는 3일 오후 4시 30분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비건 대표는 공항에서 북한과의 협상계획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노코멘트"로만 대답하며 입국장을 떠났다.
지난해 12월 말 방한 당시 공항에서 기다리던 취재진 앞에서 미리 준비한 메모지를 읽으며 적극적인 대북 유화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북한과의 본격적인 실무협상을 코 앞에 둔 만큼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비건 대표는 설 연휴 내내 4박 5일의 일정으로 우리나라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그는 우선 3일 도착 직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북미 후속 실무협상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비건 대표와 이도훈 본부장은 앞서 스웨덴에서 열린 남·북·미 실무협상에서 한차례 의견을 조율한 바 있다. 스웨덴 협상에서 논의한 내용을 본국에 돌아가 교환·점검받은 뒤 빠른 시일 안에 다시 만나 논의를 가지고 협상 전략을 심도있게 논의, 조율하게 된 것이다.
특히 비건 대표는 4일에는 청와대를 방문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북미 실무협상 관련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북측과의 실무협상은 따라서 5일쯤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소는 현재로서는 판문점이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평양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2월말로 발표된 북미정상회담을 한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협상이어서 심도있는 논의를 위해서는 이틀 이상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 점차 윤곽 드러나는 '핵담판' 의제···북미 '비핵화 vs 상응조치' 접점 만들까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1차 회담보다 더 진전된 비핵화 성과를 얻어내야 하는만큼, 북미 간 실무협상에서도 비핵화와 이에 따른 상응조치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스탠포드대 강연에서,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플루토늄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시설 해체를 약속했다는 발언이 주목받은 바 있다.
따라서 '영변 핵시설 폐기'가 이번 실무협상에서 주요한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영변 핵 단지는 이 두 종류의 핵물질 생산 시설이 집중된 곳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를 공식화해 성과를 거두려 할 것이고, 북한은 이에 상응하는 미국 측의 조치를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애쓸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또 같은 강연에서 "우리는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북한 정권의 전복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종전(終戰)' 이슈를 언급하면서 미국 측이 이를 협상카드로 제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종전선언은 북한이 원하는 초기 상응조치 중 하나였지만 완강한 미국의 제재 강행과 맞물려 동력을 얻지 못했다"며 "미국 측이 이같은 방침을 염두에 두고 협상에 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 및 검증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 측의 상응조치로는 체제 보장과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불가침협정 체결 등 관계정상화 조치가 거론된다.
다만 미국 측의 기본 입장은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져야만 의미있는 상응조치가 가능하다는 것이어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한달 후까지 북미가 어떤 접점을 이뤄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