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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캐슬' 윤세아 "모든 여성이 자기 행복 찾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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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Y 캐슬' 윤세아 "모든 여성이 자기 행복 찾았으면"

    [노컷 인터뷰] 'SKY 캐슬' 노승혜 역 윤세아 ①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서 노승혜 역을 맡은 배우 윤세아 (사진=스타캠프 202 제공)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을 세 번이나 다시 쓰며 놀라운 기록을 남긴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 윤세아는 이 드라마에서 로열패밀리형 엄마 노승혜 역을 맡았다. 좋은 집안에서 자라 자연스러운 품위를 갖추었고 불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을 만큼 학업에도 욕심이 있지만 현재는 전업주부다.

    매우 권위적이고 걸핏하면 자신을 무시하는 남편 차민혁(김병철 분)의 압박에도,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쌍둥이 아들 서준(김동희 분)과 기준(조병규 분), 가짜 하버드 입학이 들통 난 딸 세리(박유나 분)까지 지키는- 유하지만 강한 인물.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윤세아는 'SKY 캐슬' 노승혜가 현실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갈색 계통의 드레스와 단정하게 빗은 머리까지 우아하고 고상한 노승혜 그 자체였다.

    하지만 노승혜를 연기한 윤세아는 더 밝았고,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웃음을 유발했다. "안녕하세요~"라고 밝게 인사하며 기자들의 명함을 받고 꼼꼼히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한 인터뷰에선, 꽤 자주 웃음이 터졌다. 어떤 질문도 기분 좋게 대답하는 윤세아 덕분이었다.

    ◇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엄마 노승혜

    'SKY 캐슬'은 각자 다른 방식의 교육관을 가진 엄마들과, 서울의대 합격률 100%를 자랑하는 최고의 입시 코디네이터까지 5명의 여성이 중심을 이루는 드라마였다. 윤세아는 아이들이 괴로워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워낙 엄격하고 혹독한 남편 탓에 분노와 불만을 삼키는 노승혜 역을 맡았다.

    윤세아는 "(드라마가) 블랙코미디라는 건 알고 들어갔다. 씬마다 반복돼서 이렇게 풀어질 줄은 몰랐다. 노승혜라는 캐릭터가 (불만으로) 차올라 터지기 직전 상태라는 건 알았다. 언젠간 터질 줄 알았지만 이렇게 재미있게 터질 줄 몰랐다"면서 "김병철 선배님이 (상황을) 잘 꾸려나가고 (캐릭터의) 인간미도 나오면서 바뀌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노승혜는 아이에게 최대한 자유를 주며 성적보다는 건강을 우선시하는 이수임(이태란 분)과 가까워지면서 자기를 돌아본다. 명문대에 보내야겠다는 목표가 수정되지 않는 한, '피라미드 꼭대기'를 강조하는 남편의 교육 방법에 감히 도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기로 마음먹은 것.

    윤세아는 "그래서 제일 좋았다. 이게 현실이구나 싶었다. 내가 살아야 할 방향과 내가 살 수 있는 것은 너무 다르지 않나. 그 상황 안에서는 모든 엄마가 고민을 많이 할 것 같아서 (노승혜 캐릭터가) 되게 현실적이란 생각을 했다. 다만 변화가 좀 빨리 찾아왔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윤세아가 맡은 노승혜는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겠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못하면서도 억압받는 아이들을 안쓰러워 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도모하는 인물이었다. (사진=JTBC 제공)

     

    이어, "아이들 숨통 트일 수 있게 하되, 그게 정말 화가 나지는 않게끔 하는 게 중요했다. 긴장 상태지만 나도 할 말은 해야 하니까 (남편이) 기분 나쁘지 않게끔 변화시키려고 노력을 되게 많이 했던 것 같다"면서 "(그런 노승혜의) 조곤조곤함이 통쾌하게 느껴진 것도 병철 선배님이 판을 너무 잘 짜 주신 덕"이라며 또다시 김병철에게 공을 돌렸다.

    드라마 중반 이후, 차민혁의 자랑이자 집안의 자랑이었던 맏딸 차세리(박유나 분)가 '명문 하버드생'이 아니라 그동안 모두를 속여왔다는 것이 들통났다. 노승혜는 세리가 감춘 진실에 누구보다 놀라지만, 실망하고 폭언을 쏟아내는 남편에게 소리 지르며 "내 딸 손대지 마!"라고 단호히 말하는 캐릭터였다. 윤세아는 극중 차세리가 이해됐을까.

    "(제가 세리) 편이라기보다, 세리가 많이 이해되는 것 같아요. 미안함이 큰 것 같아요. 걔가 13살 때 제가 미국으로 보냈잖아요. 저 6학년 때 생각해 보니까 엄마 손이 되게 필요한 나이였던 거 같거든요. (하버드에 보내고 말겠다는) 아빠 욕심도 있고, 큰딸이니까 내색하지 않았겠죠. 큰딸들이 되게 그렇잖아요. 든든하고 장남 같은 역할을 하잖아요. 세리는 아빠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숱하게 노력했어요. 이모네 가서도. 이모 말씀하시는 거 봤죠? (웃음) 드센 이모 밑에서, 타지에서 남 손에서 큰다는 게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상해 주고요. (세리가) 내색 안 했을 뿐이지 되게 무던하게 노력했을 거예요. 아무튼 더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그나마 씩씩하게 헤쳐나가려고 노력했다는 것 자체로 너무너무 고마워요. 그 어린 시절을, 청소년 시절을, (세리에게) 어떻게 되돌려줄 거예요? 뭐로도 보상을 못 해주는 부분이죠. 그 외로움을 그렇게 달래주겠어요. 물론 이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었죠. 이러면 안 돼요. 좀 더 솔직할 수 있었어요. 그건 잘못한 게 맞아요. 다만 과정이 더 잘 그려졌다면 아마 세리의 입장도 십분 공감할 수 있었을 거예요. 짧은 대사로 싣기엔 부족했죠."

    ◇ 끝나지 않았던 차민혁 혹은 '김병철 선배님' 자랑

    윤세아는 'SKY 캐슬'에서 노승혜 역을 연기하며 남편 역이었던 김병철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차민혁이 별로였으면 옆에 있었을까요. 기본적으로 가정에 애정이 있는 남자예요. 와이프랑 왈츠 배우러 다니죠, 아이들 직접 가르치는 아빠가 어딨어요. 칼퇴근하고. '아빠 수학 좀 가르쳐줘'라고 누가 붙들고 할 수 있겠어요? 도박 안 하고 바람 안 피우고. (교육방식이) 그릇된 방법이라서 문제인 거죠. (웃음) 이 사람이 살아온 배경 보면 얼마나 혼자 힘들었겠어요? 방해하는 사람들 뚫고 자수성가해서 서울대 간 거 아니에요? 이 사람의 노력이 이런 결과를 낳았지만 이 배역을 그 애정을 배제하고 이끌어나갈 순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로 하자, 미운 정 고운 정으로 하자고 했죠. (웃음)"

    극중 노승혜가 차민혁의 지적인 면에 반했다고 생각하냐고 물으니, 윤세아는 "지적인 남자 좋다. 멋지다"며 "초반에는 우리 오빠(차민혁)가 안 그랬는데 정계 진출하려다가 꺾인 다음부터 사람이 변한 거다. 좌절되니까 상실감이 컸는지 인격이 변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차민혁 같은 남편과 살았다면 윤세아는 견딜 수 있었을까. 윤세아는 "노승혜도 그런 남편인 줄 모르고 결혼하지 않았나. 억압된 분위기에서 결혼을 탈출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러니까 결혼은 해 봐야 아는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살아봐야 안다는 걸 제가 (드라마 하면서) 알았다. 노승혜를 통해서. '아, 연애할 때는 (이 사람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구나' 하고"라고 덧붙였다.

    윤세아는 김병철, 김동희, 조병규, 박유나와 가족 연기를 했다. (사진=JTBC 제공)

     

    윤세아는 차민혁 역을 완벽히 소화한 김병철에 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연기하고 나면) '오빠는 도대체 어디 있죠?' 했다. 온화하고 에너지가 좋으신 것 같다. 평소에 조곤조곤 다 모아놨다가 연기할 때 쓰시는 것 같다. 화를 그렇게 내니까 되게 걱정 많이 됐다. 소리를 종일 지르는데 목이 안 쉬더라. 다 뱃심인 거다. 너무 놀라운 배우"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소재는 얼마나 긴장감 있게 쫀쫀하게 써 주시느냐에 따라 달라져 있는 것 같다. 우리 차민혁 교수님은 카리스마 안에 유머러스함, 동정미를 기가 막히게 넣었다. (시청자들이) 웃으면서 바라볼 수 있는 건 (연기의) 포인트를 (배우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장 감탄했던 차민혁의 장면으로는 '종이 찢는 장면'을 들었다. 윤세아는 "제일 놀랐다. 그 대사로 그렇게 오열할 줄 몰랐다. 인생의 헛헛함을 느꼈을 거고, 자기는 되게 노력하고 살았는데 배신감, 상실감 이런 걸 느꼈을 테니 너무 불쌍하다"고 전했다.

    ◇ 엄마나 아내 아닌 노승혜

    사교육과 입시에 미쳐 있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어서, '엄마'의 역할이 강조되긴 했지만 노승혜는 '좋은 엄마' 그 이상이었다. 더 괜찮아지려고 노력하는, 타인에게 귀감이 될 만한 부분을 가진 인물이었다.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는 최종 승자는 결국 노승혜라는 말도 나왔다. 극중 양극단을 보여주는 한서진과 이수임 모두에게 자기 선을 지키고 문제투성이였던 남편까지 갱생시키기 때문이다. 윤세아는 "통쾌하고 해낸 느낌이 든다, 진짜. (승혜는) 사리판단을 객관적으로 해서 사건 하나하나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노승혜가 피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만 움직여 몸을 사렸다는 반응도 나왔다. 윤세아는 "아, 그렇대요?"라고 반문했다. 애 셋 키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남의 집안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노승혜는) 이수임만큼의 잔다르크적인 것은 없었죠. 서로의 육아법에 대해서 함부로 얘기하는 게 좋지도 않고요. 저는 선을 지키면서 사는 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실제의 저는 되게 많이 휩쓸리고 누구한테 자꾸 뭐 해줘야 할 거 같고 눈치 보고 그런 게 있어서… 상담받고 되게 좋아졌어요. 내 바운더리가 명확한 게, 관계에 있어서 상대방도 편하게 해주고 나도 편할 수 있구나 하는 걸 이번 작품이 많이 깨닫게 해 준 것 같아요. 어쨌든 좋은 것만 보니까 결국 좋은 게 아닐까요? 저는 수혜자인 거죠? 별빛승혜, 갓승혜가 됐으니까요. (웃음)"

    배우 윤세아 (사진=스타캠프 202 제공)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우아함과 고상함을 표현하기 위해 외적인 모습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5대5의 정갈한 단발머리도 본인 의견이었다. 그는 "(노승혜에게) 너무 잘 어울리지 않나. 중간 정 가르마 단발머리인데 처음엔 웃기려고 그런 거 아니냐며 (주변에서) 걱정 많이 했다. 근데 좌우 대칭이 확실해서 딱 정돈된 느낌이 좋을 것 같아서 고수했다. 집안 분위기와도 어울리고"라며 웃었다.

    세리와 서준(김동희 분)-기준(조병규 분) 형제의 어머니나 차민혁의 아내가 아닌 '인간 노승혜'의 삶에 관해 생각해 본 적 있냐고 물었다.

    "생각할 겨를이 없었네요. 제가 하면서 느끼는 건 정말 엄마라는 걸 떠나서 모든 여성분들이 자기의 행복을 좀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뭔가 엄마, 아내 이런 거 말고요. 만약에 엄마, 아내라는 역할이면 거기서 정말 행복하셨으면 좋겠고요. 희생 없이 아이들이 큰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지만… 워킹맘들도 기 좀 펴고 살 수 있고 신경 덜 쓸 수 있게 복지도 잘 됐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게 올인하는 순간 허무해지잖아요. 내 인생을 온전히 살았으면 좋겠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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