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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부상에 고심 깊어진 유승민, 野 통합 향배는?

국회/정당

    황교안 부상에 고심 깊어진 유승민, 野 통합 향배는?

    反문재인 공감 속 '朴 탄핵' 찬반서 입장 갈려
    보수 경쟁 나서려 해도 손학규-호남계 이견, 모레 연찬회 발언 '주목'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사진=윤철원 기자/자료사진)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27 전당대회를 앞둔 자유한국당의 판세가 유 전 대표가 구상했던 통합의 밑그림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갑작스런 등장과 부상이라는 사건이 깔려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마지막 총리였던 황 전 총리가 한국당의 당권을 접수할 경우 '도로 친박당', '탄핵당'이 된다는 주장은 한국당 내 황 전 총리에게 반대하는 쪽에서 나오는 얘기다.

    반면 유 전 대표는 "보수가 바뀌어야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이른바 개혁보수 노선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황 전 총리와 양립하기 어려운 입장에 서 있는 데다가, 평소 소신이 강한 정치인 중 한 명이라 탄핵에 대한 입장을 뒤집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

    하지만 소신대로 밀어붙이기엔 바른미래당이 처한 현실이 발목을 잡고 있어 상황은 계속 복잡하게 꼬이는 형국이다. 손학규 대표는 '보수 대(對) 진보'의 전형적인 구도대신 다당제를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현재로선 '반(反)통합-자강론'에 가깝고, 일부 호남 지역 의원들은 유 전 대표와는 안보 면에서 노선이 반대인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황 전 총리의 통합론은 탄핵 문제는 일단 덮고 힘을 합치는 것이 우선이라는 쪽에 가깝다. 그는 지난달 15일 입당 기자회견 당시 '박근혜 탄핵'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묻는 질문에 "보수 또는 진보를 떠나서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국민 통합"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또 지난달 29일 출마 선언에선 안철수‧유승민 등 바른미래당 인사들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헌법 가치를 함께 한다면 폭 넓게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호한 화법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황 전 총리의 입장을 좇아 헌법적 가치를 따르자면 국회의 박 전 대통령 탄핵안 의결과 헌법재판소의 인용 결정을 타당하다고 받아들이게 되는데, 탄핵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통합을 위해 그 문제는 거론하지 말라'는 식이기 때문이다.

    이는 황 전 총리가 친박계를 결집해 선거를 치러야 하는 반면, 중도 보수로의 외연 확장이 어렵다는 비판도 비껴가야 하기 때문에 취한 '의도적 모호성'으로 풀이된다.

    반면 유 전 대표의 화법은 직설법에 가깝다. 박근혜 정부 3년차에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주장한 뒤 낙인찍힌 '배신의 정치'에 대해서 "권력자에게 옳은 소리를 하는게 배신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하겠다"고 말한 바 있고, 탄핵에 대해선 박 전 대통령 자신이 임명한 특검이 제출한 공소장에 근거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탄핵에 찬성한 보수'라는 정체성이 유 전 대표와 황 전 총리를 구별짓는 지점이 되는 셈이다. 보수 진영의 차기 대선 후보를 노리는 두 인물 간 경쟁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출발점에 선 상황에서 정치적 입지는 유 전 대표에게 불리해 보인다. 황 전 총리가 보수 색채가 분명한 제1 야당의 당권을 눈 앞에 둔 반면, 유 전 대표의 터전인 바른미래당은 지난 지방선거 전패의 전적이 보여주듯 세(勢)의 한계가 분명하고, '보수'라는 정체성에 대한 반감마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 전 대표 측은 황 전 총리의 등장을 분명한 위기라고 인식하면서도 어차피 한 번은 겪었어야 할 통과의례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한 측근은 5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황 전 총리와 유 전 대표는 성향이 정반대라는 점에서 보완재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가 이른바 태극기 부대의 지지를 받는 반면, 유 전 대표는 개혁 보수를 일관되게 밀고 나가면 그 총합이 결국 보수 통합의 전체라는 해석이다.

    이는 결국 유 전 대표가 당분간 한국당과의 통합 논의를 꺼내기 어려워졌다는 얘기와 같다. 그는 "한국당과의 통합이 목표는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보수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나설 가능성은 커졌다. 그는 지난해 12월 7일 서울대 학부생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당이 가는 길이 제가 생각하는 개혁보수와 방향이 좀 맞지 않다는 괴로움이 있다"며 "당 안에서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자, 왼쪽도 오른쪽도 아니고 중도라고 말하는 분들과 안보와 경제 등에 대해 생각을 같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괴롭다"고 토로했었다. 

    유 전 대표가 그간의 침묵을 깨고 오는 8일 당 소속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키로 하면서 내놓을 발언이 주목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되 한국당의 방식과는 다른 보수를 주장해야 하는데, 당 내부의 반감부터 돌파해야 하는 이중의 어려움이 있다.

    벌써부터 반대파들의 공격이 시작되는 분위기다. 유 전 대표는 연찬회 참석에 앞서 지난달 24일 손 대표와 만났으나, 이견만 확인됐다. 이와 관련, 자강파 성향의 지도부 일각에서 연동형비례제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손 대표 체제에 대해 피로감을 표출하면서 "총선을 위한 리더십이 고민된다"며 유 전 대표 역할론의 불을 지피고 있다.

    호남 지역 의원들과의 의견 대립은 자칫 당내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감지된다. 박주선·김동철 등 일부 의원들이 주장하고 있는 민주평화당과의 합당 논의가 연찬회에서 공론화 될 경우 개혁 보수를 둘러싼 논쟁은 찬성 측인 바른정당 계열과 반대인 국민의당 계열과의 불협화음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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