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건-북한 김혁철 북미 정상회담 조율. (사진=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대사와의 회담을 위해 6일 방북함에 따라 북미간 비핵화 - 상응조치의 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협상 결과에 따라 이달 말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패는 물론 한반도 정세, 세계 정세가 크게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건 특별대표와 김 전 대사간 실무협상에서는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실행조치와 미국의 제재완화 등 상응조치를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요구하거나 북한이 검토하고 있는 비핵화 조치는 그동안 북미 고위급 회담, 남북 정상회담, 비건 특별대표의 강연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 상태다.
북한은 지난해 9.19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영구폐기,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한 영변핵시설 영구 폐기 등의 조치를 취할 용의를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달 말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당시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전체의 폐기 및 파기를 약속한 사실을 공개하며 '이는 영변을 넘어선 북한 전체를 의미한다'고 밝혔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그리고 더(and more)"라며 추가적인 조치도 비쳤다고 했다. 비핵화 추가조치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폐기나 반출 등이 거론돼 왔다.
다만 지난해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 교착의 원인으로 작용해온 '전면적인 핵 신고'에 대해선 '미래의 어느 일정한 시점'으로 사실상 후순위로 미뤘다.
이에따라 미국은 영변 등 핵시설 폐기→ 대량파괴무기(WMD)와 미사일 등 포괄적인 핵신고 →핵물질, 핵무기,미사일 등 폐기 등의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지난달 말 "북한이 먼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얘기했으니 영변에 집중하고 다른 것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의 관건은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에 미국이 어떤 상응조치를 내놓느냐에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라늄 농축시설 폐기 등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 비건 특별대표는 구체적인 상응조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많은 행동을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 번 실무회담에서 보따리를 풀겠다는 뜻을 비친 바 있다.
미국의 상응조치로는 종전선언, 북한내 연락사무소, 평화협정 체결 논의, 경제 패키지,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대북제재 완화 등이 거론돼 왔다.
이 중 종전선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화체제 다자협상' 구상을 밝히고 비건 미국 특별대표가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북한은 종전선언이나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연락사무소 설치 등 보다는 대북제재 완화를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어 제재완화 문제가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북제재 완화 요구에 대해 미국은 여전히 '비핵화 완료까지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미 행정부는 대신 상응조치로 '에스크로 계정' 등 특별 '경제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제재완화의 우회로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신년사에서 '전제조건이나 대가없는 재개' 용의를 밝힌 바 있다.
비건 - 김혁철 실무회담이 6일 하루로 마무리될 경우 이날 회담은 물밑에서 조율한 내용을 최종 확인하는 역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건 특별대표가 예상을 깨고 담판에 불리할 수 있는 북한의 심장부에 들어간 것도 핵심 쟁점들은 이미 어느 정도 합의를 봤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비건 특별대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면담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에 회담이 6일에서 연장되거나 추가 방북이 예정될 경우 마지막까지 치열한 밀고당기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