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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에 "에휴~" 한숨 쉰 지역구 의원의 사정

국회/정당

    설 연휴에 "에휴~" 한숨 쉰 지역구 의원의 사정

    설 연휴 가가호호 인사에 의정활동 보고서 돌리는 지역구 의원들
    주말 관광버스에 오르고, 저녁 행사 술 접대도…의정활동 언제?
    과도한 지역구 활동에 훼손되는 입법활동…'윤리 감사 체계 필요' 지적도
    정치·선거제 개혁 필요한 근본적 이유…효율적 의정활동 위한 제도적 정비 필요

    (사진=자료사진)

     

    여당의 험지로 꼽히는 한 지방 지역구 A의원은 설 계획을 묻자 "에휴~" 한숨부터 내쉬었다. 설에 지역구 인사에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하는 터다.

    지역구 역(驛)사 인사도 빠질 수 없지만, 지역구 관리를 위해 가가호호 방문하며 설인사를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설에도 쉴 새 없이 돌아다녀야하니 몸이 축날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도 한 상임위의 간사를 맡고 있는 상황이라 정신이 없지만, 지역구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설 인사를 겸해 의정활동보고서를 돌리며 올해 예산에서 무엇을 따냈는지 성과 홍보도 지역구 국회의원의 중요한 일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예산권한이 없다보니 지역구 의원은 도로 예산 따오기 등 지역의 크고 작은 예산에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예산 뿐 아니라 분야를 총망라한 지역 민원도 저버릴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검찰 수사 결과에서 자신의 지역구 지인의 아들이 강제추행 미수 혐의로 기소되자, 이와 관련 선처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져 '재판 청탁' 의혹을 샀다. 서 의원의 사례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지역구 의원들이 평소 얼마나 민원에 시달리고, 이를 무시할 수 없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 주말마다 관광버스에 오르는 고충, 저녁 지역 행사 술자리에 갔다가 신체 일부를 더듬는 등 불편한 '터치'를 당했던 일은 지역구 활동에서 드러나지 않은 풍경들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유권자의 고충과 이해를 중앙 정치 무대에서 반영하는 것은 일면 '소통'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의정활동과 지역구 관리의 본말이 전도된 우리 정치 현실의 속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구에 할애되는 시간에 의원의 공적 활동이 훼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이 지역 행사의 얼굴마담이 되고, 지역 민원 창구로 전락한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지역을 대표한 의원이라지만, 입법권이라는 공적 역할을 부여받은 국회의원으로서 좀더 거시적인 의정활동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구 관리의 의정 활동을 한다든지 공적 이익을 넘어서서 과도한 지역구 예산을 주장하는 일에 대해 국회의원 윤리심사를 강화하고 이를 위한 독립기구가 필요성하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현재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이나 윤리강령 등이 있지만, '청렴 의무'나, '권한 남용 금지' 등 규범적 문구만 있을뿐 지역구 활동 등 의정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국회법에 따라 설치된 윤리특별위원회는 독립성이 약해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윤리심사자문기구도 실질적인 조사 권한이 없는 자문에 그친다.

    우리와 달리 영국 등은 독립된 윤리심사기구를 둬 지역구 활동 등 의정활동의 윤리 규범이나, 이해충돌.청탁 등의 관행에 대해 실직적인 감시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근본적인 대안으로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비례민주주의연대 하승수 공동대표는 "지역구 관리 하지 않으면 국회 입성이 불가능한 조건에서 의원들만 탓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입법성과 등 중앙에서의 의정활동을 잘해도 뽑힐 수 있도록 지역구. 비례대표 의원 동시 출마 가능하게 하는 등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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