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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공개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하고 한반도 평화 정착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는 양측 사전조율이 상당 수준 진전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밤 미국 하원에서 행한 신년 국정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연설에서 북한 관련 언급은 짧았지만 메시지는 인상적이었고 과거에 비해 매우 유화적이었다.
그는 "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마 지금 북한과 큰 전쟁을 벌이고 있을 것"이라며 "(북미 간에)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는 좋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담(bold)하고 새로운 외교의 일환으로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사적인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해 기존 대북접근법과 차별성을 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절제된 표현 와중에도 '대담하고 새로운 외교' 등의 표현이 인상적으로 와 닿았다"며 "북한 비핵화 목표를 반드시 이루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읽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이번 2차회담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독재국가 지도자를 한 번 이상 만나는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반나절 회담에 그쳤던 1차 때와 달리 1박2일로 짜인 일정도 기대감을 높이는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차 정상회담 합의문에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단어가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시간이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미군유해 송환을 제외하고는 북미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의 '추상적' 합의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는 수십년 적대관계인 두 나라 정상간 첫 만남이란 한계와 함께, 사전 실무준비는 물론 회담 자체도 짧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반면 이번에는 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대표(전 스페인 대사) 간 실무협상라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차 회담 때의 미국 대표였던 성 김은 필리핀 대사를 겸임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북문제만 전담하는 비건 대표에 비해서는 업무 집중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1차 회담의 북측 대표였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장기간 대미 외교를 맡아오며 전문성은 높지만 강성 이미지가 협상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실무 협상팀이 양국 지도자의 신임이 두텁고 유연한 인물들로 바뀐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지적했다.
2차 회담은 이 같은 형식 외에 내용 측면에서도 보다 진전된 틀 속에서 진행된다.
일단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 의향을 밝혔고, 이는 최근 비건 특별대표의 언급을 통해서도 공식화됐다.
비핵화 실행을 위한 북한의 선행조치로서 '영변 + 알파'의 실현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 배경이다.
미국 측 입장도 최근 비건 대표의 발언 등을 통해 '선 비핵화 후 보상'에서 '단계적 비핵화'로 완화된데 이어, 비핵화 입구에 배치했던 핵 신고도 후순위로 돌릴 수 있다는 쪽으로 유연해졌다.
물론 완전 비핵화 전까지 대북제재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비건 대표는 "(그렇다고) 북한이 모든 것을 할 때까지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밝혀 접점의 여지를 남겼다.
향후 20일 간 실무협상 등 준비 과정에 돌출 변수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북미간 기류로 볼 때 '스몰 딜' 이상의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