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국무총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6일 1심 유죄 판결이 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과 동일선상에 놓고, "문재인 대통령이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해선 "언급할 때가 아니다"는 입장을 이어갔다.
황 전 총리는 구정 연휴 마지막 날 출입기자들과 떡국 오찬 간담회를 열고, 최근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이날 주류가 제공되진 않았지만, 출입기자 측에서 "황금돼지의 해, 황교안과 함께"라고 건배사를 제의했고, 황 전 총리는 '황'자로 만들어진 운율을 언급하며 "부모님께 물려받은 성씨 덕을 봤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구속과 관련된 여권의 반응에 대해 "정말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과거 댓글 사건이 있을 때 지금 이 정권이 (과거) 무슨 일을 했고, 무슨 말을 했는지 다 알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과거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서 갖고 있던 원칙들이, 이 정부에서 책임을 지고 있는 그런 분들이 그것을 남의 일이었던 것처럼 해선 안 된다"며 "(국정원 사건과 김경수 사건은) 내용 자체가 똑같다. 범죄행위도 똑같고, 행태도 똑같다"고 지적했다.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여론을 왜곡하는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한 같은 종류의 사건이라는 지적이다. 동시에 '대선 불복'이라는 프레임이 과거와 같이 작동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황 전 총리는 드루킹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과 문 대통령을 수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한국당 주장에 힘을 싣는 논리를 폈다. 그는 "국민들께서 진상을 알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정말 제대로 된 사법처리들이 이뤄져야 한다"며 "결국 대통령께서 이 부분에 관해 입장을 얘기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그는 또 이날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김경수 판결로 사법개혁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말한 데 대해 "민주당은 남을 말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황 전 총리는 "김 지사가 댓글을 조작한 것은 잘못 아니냐"면서 "그 얘기를 해야지, 사법부에 대한 판단은 국민과 언론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에 법관 탄핵 주장이 나온다'는 지적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반면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탄핵의 옳고 그름에 대해선 특유의 침묵을 이어갔다.
그는 정부가 '적폐 청산' 기조를 편 데 대해 "밤잠 안 자고 앞으로만 나아가도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며 "너무 전 정부가 뭘 했는지에 대해 얽매여 있고, 서로 다퉈서는 우리 같이 크지 않고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는 삶의 방식이 달라야 한다"며 사실상 지난 정부를 변호하는 입장을 취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는 덮자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국민들이 힘을 합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자꾸 과거 문제를 갖고 갑론을박을 하다보면 힘을 모으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가 총리 시절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긴다고 했는데, 2017년~2018년 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경제 성장이 급하기 때문에 탄핵 문제가 옳았는지에 대한 시시비비는 불문에 붙이자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