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에 경종을 울린 고(故) 김용균 씨의 장례가 당정합의 끝에 후속대책을 마련하면서 두 달여 만에 치러지고 있다.
하지만 하청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전환방식이나 노동조건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김 씨의 죽음에 대해 지난 5일 당정합의로 후속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원회'를 열어 사고의 구조적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재발방지책 및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김 씨 사고가 일어난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의 하청노동자들을 공공기관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5개 발전사의 전환대상 업무를 새로운 하나의 공공기관에 모아 이 곳에서 직접고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2인 1조 시행 등 긴급안전조치를 이행하고 인원을 충원하도록 하는 한편, 당정은 위의 내용을 '발전산업 안전강화 및 고용안정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지원할 계획이다.
비록 김 씨의 유가족과 시민대책위가 이번 당정합의를 받아들이고 두 달여 미뤄왔던 김 씨의 장례 절차를 지난 7일부터 시작했지만, 이번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더 멀다.
우선 김 씨가 일했던 분야의 하청노동자들을 공공기관이 직접고용한다지만, 결국 자회사를 통한 사실상의 간접고용 형태가 유지됐다.
애초 원청인 발전사 측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던 유가족과 시민대책위의 요구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정작 원청인 발전사가 자회사에게 위험업무를 몰아줄 수 있는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남았다.
또 전환 방식, 임금 산정, 근로조건 등 구체적 사항은 발전 5사의 노사전 통합협의체를 통해 논의하기로 남겨둬 실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도 아직 미지수다.
더구나 인원도 많은 데다, 해당 업무가 대거 민영화된 결과 노동조건도 서로 다른 '경상정비' 분야 하청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직접고용 여부를 확정짓지 못했다.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인력은 2017년 6월 기준 5개 민간업체에 총 2266명인데, 일상적 정비·유지 업무를 맡는 경상정비 인력은 총 5286명에 달해 2배가 넘는다.
만약 정규직 전환 범위와 노동조건을 결정할 노·사·전문가협의체의 논의가 난관에 빠진다면 자칫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위험의 외주화'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
특히 진상규명위 역시 단순히 사고 발생 경위와 직접적인 책임자 처벌에 머무르지 않고 이번 참사의 구조적 문제와 해결책을 모색하는 임무를 맡고 있어, 원·하청 구조 및 '위험의 외주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후에도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공공부문 만이 아닌 민간부문까지 산업 안전을 확보하려면 원·하청 구조를 허용하는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한편, 사망 산업재해를 부른 원청 사업주를 강도 높게 형사처벌할 수 있는 '살인기업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이 입법되야 한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일관된 지적이다.
고(故) 김용균 시민대책위 이태의 집행위원장은 "이번 당정합의 대책의 핵심은 사태의 구조적 원인을 파악할 진상규명위, 현장의 대책을 마련할 노·사·정 협의체, 이를 이행할 당정TF 등 각자의 영역에서 정규직 전환과 안전 문제, 비정규직 차별 등에 어떻게 접근하냐는 것"이라며 "이를 실제로 구체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죽음의 외주화 문제는 비정규직에 사고가 집중되는 이유는 비정규직 제도 자체에 있다는 인식 아래 사회적 개선이 필요하고, 그 과제도 전 사회적으로 확대되야 한다"며 "시민대책위로서는 발전사 내의 정규직 전환과 후속대책을 함께 풀어내는 한편, 비정규직과 청년 고용, 생명 안전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