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장소가 베트남 하노이로 결정되면서 '회담 장소의 정치학'도 관심을 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하노이가 북미 양측에 갖는 상징성과 전략적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먼저 북한에는 프랑스와 미국 등 서구 열강에 맞서 승리한 '반외세 항전'의 성지에서 70년 가까이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미국의 대통령과 회담을 한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노이는 1946년부터 1954년까지 독립을 위한 프랑스와의 '1차 인도차이나 전쟁'의 중심지의 하나였고, 1954년부터 베트남전이 끝날 때까지는 북베트남의 수도였다가 1976년 통일 베트남의 수도가 된 만큼 상징성이 작지 않다.
여기에 분단국 상태에서 미국과 싸워 공산 진영에 의한 통일을 이뤄냈고, 통일 이후에도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며 개혁·개방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베트남은 '롤모델'일 수 있다. 통일 문제와 관련해 한국 대통령에게 '베를린'이 특별하듯, 북한 지도자에게 '하노이'가 특별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으로선 자신의 조부 김일성 주석이 1958년과 1964년 두 차례 방문했던 곳이라는 점에서 자국 인민에게 향수와 자긍심을 줄 수 있으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과 베트남은 현재 김 위원장의 베트남 국빈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전직 정부 당국자는 10일 "하노이에서 미국 현직 대통령과 담판을 한다는 상징성만 놓고 봐도 김정은 위원장이 50점 정도 따고 들어가는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다낭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도 하노이가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옵션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 구도 속에서 '베트남 수도' 하노이가 갖는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선 남중국해 도서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껄끄러운 상황인 베트남의 수도를 방문해 북한의 정상과 만나는 것은 중국에 접한 두 사회주의 국가를 중국의 영향권에서 자신 쪽으로 한 층 끌어들인다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또 북한에 '밝은 미래'를 보여주기에는 하노이도 다낭 못지 않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하노이에서 마지막에 웃을지 여부는 결국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을 봐야 할 전망이다.
미국이 회담장소 면에서 '양보'한 것도 비핵화 조치 측면에서 더 얻어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없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하노이는 북한과 미국, 베트남 모두에 나름의 상징성과 미래지향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북한도 미국이 하노이를 받아들인 만큼 그에 상응해 미국에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