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린 2019년도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서 선수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진천=연합뉴스)
올해 첫 달부터 불거진 미투 운동으로 체육계가 뒤숭숭한 가운데 국가대표 선수들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위해 다시 힘찬 출발을 다짐했다.
대한체육회는 11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2019년 훈련 개시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동·하계 18개 종목 선수와 지도자 366명, 관계자 570명이 참석했다.
개시식은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 열렸다. 이기흥 체육회장은 "선수촌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고로 선수와 지도자들의 사기에 영향을 끼쳤다"면서 "묵묵히 훈련에 매진해온 선수들과 국민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의 뜻으로 개회사를 열었다.
한국 체육계는 지난달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 심석희(한체대)의 성폭행 피해 폭로로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최근에는 체조 남자 국가대표 선수가 여자 친구와 선수촌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 합숙 폐지 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이 회장은 "체육계 비위를 근절하고자 선수촌을 각별하게 관리하면서도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체육회는 개시식에 앞서 화랑관에서 '선수인권상담실'을 정식 개소했다. 유승민 선수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전문가들이 선수들의 고민을 본격적으로 풀어줄 움직임을 보인 것.
이런 가운데 체육회 노동조합, 국가대표지도자협회의, 회원 종목단체 사무처장단은 체육인 자정 결의문 및 체육현안 성명서를 내고 소년체전 폐지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대한체육회 분리 방침에 반대 의견을 냈다.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를 우려한 것.
박병택 사격 국가대표 코치가 낭독한 결의문에는 "과거에 발생한 각종 폭력과 성폭력 사건 탓에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드려 참담한 심정으로 사죄한다"며 먼저 사과가 담겼다. 이어 "뼈저리게 반성하며 잘못된 것을 도려내 확실하게 처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체육계 혁신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견도 드러냈다.
다만 체육인들은 소년체전 폐지와 KOC 분리는 엘리트와 생활 체육의 상생이 아난 체육계 황폐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의 스포츠혁신위원회에 현장 지도자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