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정점'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11일 재판에 넘겨졌다. 전직 사법부 수장을 직접 심판해야 하는 법원은 공정성 시비를 피하기 위해 재판부 배당을 놓고 고심 중이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1)·고영한(64) 전 대법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 개입 △법관 인사 불이익 지시 △수사 정보 등 기밀 누설 △공보관실 운영비 유용 등 크게 4가지 범죄사실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혐의 수만 47개에 달한다.
수사를 담당한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법조계 안팎에서 기소 이후 절차적 공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공을 넘겨받은 법원은 배당을 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우선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은 앞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과 마찬가지로 '적시처리 필요 사건'으로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합의부 재판장은 현재 업무량이나 피고인 등과의 연고관계 등을 고려한 뒤 논의를 통해 배당에서 제외할 재판부를 가려낸다. 이후 무작위로 전산배당이 이뤄진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이 배당될 수 있는 중앙지법 1심 형사합의 재판부는 총 16곳이다.
그러나 이번 2월 정기인사 시기와 맞물려 상당수의 재판부가 배당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에 따르면, 인사이동으로 형사합의 21·25·32부 세 곳의 재판장이 오는 25일 다른 재판부로 이동하고, 형사합의 24·28부 재판장은 같은날 퇴직한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은 인사이동 전에 배당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재판부 배정을 논의하는 사무분담회의가 25일까지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자리를 옮기는 해당 재판부들은 배당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처럼 부담스런 사건의 경우 인사대상인 재판부는 배당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장끼리 배당을 논의하는 자리에 끼지도 않았는데 사건을 배당할 순 없지 않나"고 설명했다.
여기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피의자거나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피해자에 해당하는 경우 배당에서 제외될 수 있다. 총 16곳의 재판부 중 5곳이 이에 해당한다.
배당에서 제외해야 하는 재판부를 제외하면, 형사합의22·23·26·29·30부, 그리고 사법농단 재판에 대비해 신설된 형사합의34·35·36부가 남는다.
다만 현재 임 전 차장 사건을 맡고 있는 형사합의 36부는 추가로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맡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 사건만으로도 사건의 양이 방대해 변호인단이 재판장의 재판 진행절차에 불만을 품고 '재판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결국 형사합의22·23·26·29·30·34·35부 총 7곳이 무작위 배당 대상으로 꼽힌다. 특히 이중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비해 신설된 형사합의34·35부가 배당 대상이 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과 재판장과의 연고뿐만 아니라 변호인·배석판사와의 관계도 고려하면 배제될 재판부가 더 늘어날 수 있다. 또 사무분담회의에서 재판부 구성을 변경할 경우 배당 대상이 바뀔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