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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차 순경, 쉬는 날 지하철 성추행범 붙잡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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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차 순경, 쉬는 날 지하철 성추행범 붙잡고 보니

    성추행범은 고등학생 "호기심에 그랬다" 혐의 인정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지난 9일 오후 9시쯤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이날 비번인 김태리(25) 순경은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탄 뒤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이수역을 지날 때쯤 한 남성이 여성에게 과도하게 밀착해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주말 저녁이라 사람이 많긴 했지만, 그 정도로 공간이 부족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사람들 틈 사이로 이 남성이 손등으로 옆에 있던 여성의 엉덩이 쪽을 몇 번씩 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 순경은 의심을 품고 그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김 순경은 남성의 추행에 놀라 피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자 성추행을 확신하고 그를 붙잡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이 남성이 눈치를 챘는지 범행을 하던 왼쪽 손을 올려 손잡이를 잡고 오른쪽으로 걸음을 조금씩 옮기기 시작했다.

    김 순경은 섣불리 얘기하면 도주할 것을 우려해 "혹시 몇 살이냐"며 다소 어이없는 질문을 던졌다. 일반적으로 모르는 사람이 물어보면 화를 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남성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 순경은 자신이 직접 목격한 사실을 말하며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부인하던 남성은 김 순경의 추궁에 몸을 떨며 "한 번만 용서해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김 순경은 여성에게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

    김 순경은 한 손으로 그를 붙잡은 뒤 자신의 휴대전화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피해 여성과 함께 평촌역에 내렸다.

    김 순경은 112에 신고해 "경찰관인데 지하철 성추행범을 체포했다. 근무 중이 아니니 관할 여성·청소년수사팀을 출동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평촌역을 나갈 때까지 피해 여성과 현행범으로 검거한 남성에게 이후 진행될 사건 절차도 설명했다.

    안양동안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은 곧바로 현장에 도착해 이 남성의 신병을 넘겨받았다. 알고 보니 이 남성은 고등학생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공중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혐의로 A 군을 불구속입건했다.

    A 군은 지난 9일 오후 9시 25분쯤 4호선 지하철에서 왼손 손등으로 30대 여성 B 씨의 엉덩이와 허벅지 등을 4~5차례에 걸쳐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군은 경찰 조사에서 "호기심에 그랬다"며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사진=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허경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지난 12일 회의실에서 김 순경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수원중부경찰서 화서문지구대 김태리 순경은 "아무리 비번이라도 경찰관으로서 모른 척하고 집에 갔으면 양심에 찔렸을 것"이라면서 "피해 여성에게는 당연히 도움을 드려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순경은 "지하철에서 성추행범을 맞닥뜨리면 바로 불쾌감을 표시하거나 큰소리를 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여의치 않을 경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112에 신고해도 빠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한편, 김 순경은 전 근무지인 2기동대에서 한 달 동안 절도범과 폭력사범, 강제추행범 등 21건의 범인을 검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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