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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산업

    한진그룹, '개혁 요구' 대부분 수용

    한진칼 당기순이익의 50% 배당
    송현동 호텔부지 매각, 파라다이스호텔도 매각 검토
    한진칼 사외이사 4명으로 증원.. 감사위원회 설치

     

    국민연금과 사모펀드 그레이스홀딩스(KCGI)로부터 강력한 지배구조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 요구를 받아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결국 양측으로부터 나온 개선사항 대부분을 수용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와 잇따른 KCGI측의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한진그룹이 요구사항 수용쪽으로 기운 데는 이번 기회에 조회장을 둘러싼 부정적 여론을 말끔히 잠재우겠다는 희망사항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13일 '2023년까지 그룹 매출 22조원 달성'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상 백기투항에 가까운 양보안을 제시했다.

    조양호 회장이 내놓은 4가지 양보안은 ▲2018년 당기순이익의 50% 수준의 배당 ▲송현동 부지의 연내 매각 및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매각 검토 ▲한진칼의 사외이사 3인 → 4인 증원 ▲한진칼과 (주)한진 감사위원회 설치이다.

    대부분 투명경영과 주주중시 경영 차원에서 요구받아온 사안이다.

    이번 결정으로 한진칼은 당장 올해 1천억원이 넘는 이익을 배당금으로 내놓게 될지 모른다. 지난 2017년 순이익 2천388억원의 3.1%인 75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지만 올해 비슷한 수준의 순이익이 나온다고 가정하면 대략 1000억원이 넘는 돈을 내놔야 하는 것. 짠물배당에서 하루 아침에 통큰 배당으로 선회한 만큼 주주들은 크게 반길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서울 송현동 호텔부지의 매각 결정도 마찬가지다. 복잡한 사업구조의 단순화 필요성 지적에 대해 꿈쩍도 않던 조양호 회장이 송현동 호텔부지를 특정해 연내 매각하겠다고 밝힌 건 호텔사업을 정리하라는 요구를 펴던 KCGI 요구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물류,호텔을 집중 사업분야로 거론했지만 형식적으로나마 대주주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매각대상에는 제주도 파라다이스호텔도 포함됐다. 한진은 "연내에 파라다이스호텔의 사업성을 재검토한 뒤 개발가치가 매각가치보다 낮을 경우 매각을 추진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지배구조분야에서는 강성부펀드 즉 KCGI측의 요구조건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한진칼의 사외이사를 현재 3인에서 4인으로 늘려 7인 이사회 체제를 갖추고 한진칼과 주식회사 한진에 '감사위원회'를 신설하고 한진칼의 위원은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모두 강성부 펀드가 요구한 내용들이다.

    한진그룹은 이밖에도 계열사와 특수관계인 거래시 법위반 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는 역할을 하게될 '내부거래위원회'(과반수 이상 사외이사 선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이 다음달 주주총회 표대결을 앞두고 한진칼과 대한항공 최대주주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은 지난해 '갑질대란'을 겪으면서 악화될대로 악화된 여론을 되돌릴 방도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조양회 회장 일가의 핵심계열사(한진칼) 지분은 30%를 넘고 국민연금과 강성부펀드 7.3%, 10.81%를 합쳐도 경영권 유지에 별 문제가 없지만 돌아선 여론까지 되돌릴 묘안은 없다.

    대책없이 표대결에 나섰다 자칫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막는 상황'까지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갑질에서 비롯된 그룹의 위기상황을 계속 방치할 경우, 회사경영에서도 적지 않은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아울러 한진의 갑질에서 비롯된 주주중심경영 담론이 다른 회사에로 까지 불똥이 튀면서 재계내부에서 조차 한진의 행태를 달갑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한진에는 부담이었다.

    한진그룹은 '중장기비전'이란 이름으로 개혁안을 포장했지만 비민주적 기업운영과 전횡에 가까운 대주주의 독주에 따른 자업자득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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