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선관위 회의에 황교안, 오세훈, 김진태 당대표 후보와 박관용 선관위원장이 함께 참석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차기 지도부를 뽑는 2·27 전당대회 선거운동이 14일 본격 막이 오르면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의원 등 당권주자들은 첫 합동 연설회에서 각자의 강점 부각시키기에 주력했다.
지난달 입당 전부터 보수통합을 강조해온 황 전 총리는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해 '통합'을 전면에 내건 반면, 비박계 주자인 오 전 시장은 수도권 중도층으로 확장성에 방점을 찍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극복론'을 재차 주장했다. 5·18 망언 논란으로 징계가 보류된 김 의원은 당내 자신과 같은 '애국우파' 존재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당 대표 후보 3명 이외 최고위원 후보 8명과 청년최고위원 후보 4명 등 15명이 펼친 합동연설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김진태 축출' 등 다양한 주장들이 쏟아져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강점 살린 당권 3인방…金, 원고 없이 연설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 김 의원 등 당 대표 후보 3인방은 기존에 자신들이 던진 메시지에서 큰 변화를 주진 않았다. 다만, 윤리위 징계가 보류된 김 의원이 미리 준비한 원고를 들고 나온 두 후보와 달리 원고 없이 즉석 연설을 펼치며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합동연설회 당 대표 후보 중 첫 연사로 나선 김 의원은 갈색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무대에 올라 "산 넘고 물 건너 여기까지 왔다"며 "여기 올 때도 돌아가라고 할까봐 가슴이 불안했는데 그래도 완주할 수 있게 됐다"고 윤리위 징계를 의식한 발언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징계는 전대 마지막까지만 보류돼 지금 완주로 만족할 때 아니다"라며 "만약 제가 당 대표가 되지 않으면, 이 당에서 쫓겨날 수 있는데 괜찮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징계 사태를 오히려 자신이 당선돼야 할 당위성으로 돌린 김 의원의 호소에 장내 김 의원 지지층은 환호성과 함께 '김진태'를 외치며 응원했다.
김 의원은 또 "제가 싸울 상대는 여기 있는 당 대표 후보들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이라며 "당 대표가 되면 애국 세력과 우리당이 힘을 모아 싸워나가고,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보수 우파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권과 투쟁을 강조하면서 당 내부에서 자신을 향한 화살을 약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오 전 시장은 출마 선언에서 주장했던 '박근혜 극복론'과 '중도층 확장성'을 재차 강조했다. 김 의원에 이어 당 대표 후보 중 두 번째 연사로 나선 오 전 시장은 차기 총선과 관련해 "다른 두 후보 물론 훌륭하지만, 적어도 수도권에서는 필패"라고 황 전 총리와 김 의원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강성 보수로는 정치와 이념에 관심 없는 무당층의 마음을 얻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제가 합리적 개혁 보수주자로서 수도권 중부권 총선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중도표심 확장성을 위해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박근혜 극복론'을 언급할 때는 장내 일부 당원들 사이에서 야유가 욕설 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오 전 시장이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자 일부 청중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오 전 시장은 "내년 선거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화두가 된다면 우리는 또 다시 필패"라고 강조했다.
이날 마지막 주자로 나선 황 전 총리는 '보수 빅텐트론'을 내세우며 보수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황 전 총리는 "내년 총선에서 압승해 그 힘으로 정권을 찾아야 한다"며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가 바로 통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우파 진영 모두가 한국당의 빅텐트 안에 똘똘 뭉쳐야 한다"며 "문재인 정권에 실망하고 있는 청년과 중도층도 크게 품어야 한다"고 통합론을 재차 강조했다.
탄핵 사태와 5‧18 망언 등 이념적 휘발성이 큰 사안에 대해 즉답을 피하는 전략으로 일관한 황 전 총리는 정치권 입문 후 첫 합동 연설회를 무난하게 넘겼다는 평이다. 초반 대세론을 형성한 상황에서 굳이 표심을 분열 시킬 수 있는 사안은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김병준 야유‧김순례 "매일 죽고 있다"‧文 탄핵론 등 이모저모 당 대표 후보를 포함 최고위원 후보 등 총 15명이 각각 5분 안팎의 연설을 펼친 첫 합동연설회에서는 문재인 탄핵론 등 다양한 주장과 함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야유 등 각종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행사 개회 직후 박관용 선관위원장에 이어 모두 발언에 나섰다. 문제는 김 비대위원장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고 운을 떼는 순간 장내 곳곳에서 "연설하지마" 등 항의성 고성이 터져 나왔다는 점이다.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 홍준표 전 대표를 향한 전대 불출마 요청과 황 전 총리 '출마자격' 논란의 중심에 김 비대위원장이 있었던 만큼 일부 당원들의 반감이 표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5‧18 망언 논란의 당사자임에도 최고위원 출마를 사유로 윤리위 징계가 보류된 김순례 의원도 연사로 나섰다. 김 의원은 "매일 자고 나면 제가 죽고 있다"며 "또 죽고 또 죽고 있다. 당원 동지 여러분이 저를 살려주시겠냐"고 호소했다.
5‧18 유공자 단체를 향해 세금 축내는 '괴물집단'이라는 망언을 쏟아낸 김 의원은 전대가 끝나면 최소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최고위원으로 선출될 경우엔 김 의원에 대한 징계 방침이 쉽사리 결론나기 어려운 점을 간파,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청년최고위원으로 출마한 김준교 후보는 '문 대통령 탄핵론'을 들고 나왔다. 김 후보는 "문 정권을 탄핵 시키지 못하면 자유 대한민국은 멸망하고 적화통일돼 김정은의 노예가 될 것"이라며 "당원 동지들이 90% 이상의 표를 몰아주면 문 대통령을 그날로 바로 탄핵시켜 버리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극단적인 주장에도 일부 청중들은 김 후보에게 응원의 함성을 보내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특히 김진태 후보 지지층이 모인 곳에서는 '문재인 탄핵'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함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당의 극우적 행보를 우려하며 당원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후보들도 있었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조대원 고양시정 당협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 뭔가 희망을 좀 발견하려고 했는데 여기 오니까 더 가슴이 답답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뉴스를 보니 문 대통령 지지율 추락에도 여당 지지율이 2% 올라가고 우리당 지지율 3.2% 빠졌다"며 "누구 때문에 그런가"라며 김진태 의원을 거론했다.
그는 "'김진태'를 데리고 우리 당을 차라리 나가든지 하라"며 "이렇게 해서 선거를 할 수 있겠나. 우리가 애국당이냐"고 지적했다. 이에 김 의원 지지층을 중심으로 일부 청중들 사이에서 항의성 고성이 나왔다.
조 후보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빨갱이, 좌파 이런 말을 해서 정권을 찾아올 수 있다면 제가 드러누워서라도 하겠지만, 여러분은 당을 살리는 게 아니라 망치고 있다"며 "적어도 국민들이 볼 때 당에 정신 똑바로 박힌 놈 하나 있구나 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합동연설회는 주최 측 추산 당원 3000여명이 참석했다. 합동연설회는 오는 18일 대구, 21일 부산, 22일 경기 성남시 등에서 예정돼 있고, 15일에는 OBS 경인TV사옥에서 첫 번째 방송 토론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