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류현진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 스프링캠프 훈련장에서 클레이턴 커쇼와 캐치볼을 마친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가 괜한 얘기를 꺼냈나 봐요."
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미국 현지 취재진 사이에서도 '류현진의 20승 목표'가 화제가 되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15일(한국시간) 다저스가 스프링캠프를 차린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랜치에서 만난 류현진은 "2015년 어깨 수술을 받은 뒤 매년 한 차례 이상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올해는 부상자 명단에 오르지 않고 한 시즌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서 '20승' 얘기를 꺼냈다"며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꼭 20승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20승에 도전할 수 있도록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겠다는 뜻이다"라고 웃었다.
류현진은 올해 '건강'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그는 2018년 정규시즌에서 7승 3패 평균자책점 1.97로 활약했고,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선발로 나서는 영예도 누렸다.
1점대 평균자책점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지만, 아쉬움은 남았다. 시즌 초 순항하던 류현진은 5월 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왼쪽 사타구니 부상을 당했고, 3개월 가까이 쉬었다. 결국, 정규시즌 15경기만을 소화했다.
류현진은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게 건강이다. 아프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건강할 때의 류현진'은 대단했다. 다저스도 류현진의 가치를 인정했고, 그가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나가기 전에 퀄리파잉오퍼를 제시했다. 류현진은 이를 받아들였다. 올해 류현진의 연봉은 1천790만 달러(약 201억7천만원)다.
15일까지 2019시즌 연봉 계약을 마친 메이저리거 중 53위다. 지난해 류현진의 연봉은 783만3천333 달러로, 전체 168위였다. 고연봉자 대열에 합류한 류현진은 "아직 입금되지 않아서 실감하지 못한다"고 말하면서도 "내게 과분한 연봉이다. 연봉이 아깝지 않은 활약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류현진과의 일문일답이다.
-- 2015년 어깨 수술을 한 뒤에는 불펜피칭 후 팔 상태를 살핀 후 다음 불펜피칭 일정을 잡았다. 올해는 달라진 것 같은데.
▲ 지금은 팔에 전혀 이상이 없다. 예전에는 불펜피칭 다음 날에 불편한 느낌을 받곤 했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수술을 받기 전과 일정, 팔 상태 등이 같다. 다만 불펜피칭 후 보강 훈련을 충실하게 하는 습관이 생겼다. 보강 훈련을 충실하게 하니까, 어깨 상태가 좋아진 것 같다.
-- 벌써 비시즌에 불펜피칭을 6차례나 했다.
▲ 횟수는 많은 편이다. 불펜피칭 횟수로만 보면 2013년 미국 진출한 후 가장 빠르다. 하지만 투수 수가 많지 않아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라고는 할 수 없다. 아직은 내가 계획한 대로 잘 진행하고 있다.
-- '류현진의 20승 목표'가 현지 기자에게도 화제다
▲ 20승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 건데….(웃음) 매년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2015년에는 어깨 수술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사타구니 부상 탓에 3개월을 쉬었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보내고 싶은 마음을 '20승'으로 표현했다. 너무 깊이 생각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다.(웃음)
-- 늘 2점대 평균자책점을 목표로 내세웠던 류현진이 승수를 목표로 이야기해서 더 화제가 됐다.
▲ 지난해에 평균자책점 1.97을 기록했지만, 100이닝도 채우지 못했다(82⅓이닝). 2점대 평균자책점도 중요하지만 일단 이닝을 채우고 승리도 챙겨야 한다.
-- 분석 사이트 등에서 2019년 류현진의 예상 성적을 다소 박하게 계산하면서 '부상 이력'을 이유로 꼽았다.
▲ 선수는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 내가 계속 부상을 당했으니까, 반박할 수 없다. 올해는 부상자 명단에 오르지 않고 시즌을 끝내고 싶다. 혹시 부상자 명단에 오르더라도 한 달 이상은 비우지 않을 것이다. 모든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게 '건강'이다. 아프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던 2013년과 비교하면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 2월 중순을 기준으로 하면, 지금 몸 상태가 더 좋다. '잘 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하고 있다.
-- 올해는 선발 경쟁에서 자유로운 것 같다.
▲ 우리 팀 선발진이 워낙 좋다. 나도 열심히 해야 한다. 마에다 겐타는 충분히 풀타임 선발로 뛸 수 있는 투수다. 그런데 중간계투로도 잘 던져서 팀을 위해 희생했다. 내가 만약 중간계투로도 잘 적응하는 유형이었다면 마에다처럼 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워커 뷸러는 시속 100마일을 던지는 투수다. 그런 투수와 나는 비교하기도 어렵다. 뷸러는 정말 타고난 투수다. 이렇게 우리 팀에 좋은 선발 투수가 많다.
-- 퀄리파잉오퍼를 받아들이면서 연봉이 크게 뛰었다. 실감하는가.
▲ 아직 입금되지 않아서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내게 과분한 연봉이라고도 생각한다. 연봉이 아깝지 않은 활약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