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선수들은 순위 싸움이 치열해진 5라운드 들어 이정철 감독이 다시 '독사'로 돌아왔지만 4라운드까지는 상당히 유순해진 모습이었다고 설명한다.(사진=한국배구연맹)
“감독님이 그 정도까지 해주시는데 우리도 힘내서 뭔가 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어요”
지난 14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 현대건설의 도드람 2018~2019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이 경기에서 기업은행은 풀 세트 끝에 짜릿한 승리로 3연패 위기에서 탈출했다.
한국도로공사, GS칼텍스와 함께 ‘봄 배구’를 향한 치열한 2위 경쟁을 하는 기업은행이라는 점에서 최근의 연패는 더욱 뼈아팠다. 하지만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경기했다. 거의 기적에 가까운 결과가 나왔다”는 이정철 감독의 소감처럼 4세트부터 무섭게 각성한 선수들 덕분에 3경기 만에 승리할 수 있었다.
승리를 가져온 주역은 분명 코트에서 경기한 기업은행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연패의 부담에도 다시 웃으며 경기에 나설 수 있게 한 힘은 ‘호통’의 아이콘에서 이제는 ‘밀당’까지 할 줄 아는 남자로 거듭난 이정철 감독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최근 이정철 감독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치열한 순위 싸움으로 인한 상당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IBK기업은행 창단 감독을 맡아 V-리그 정규리그 3회, 챔피언결정전 3회 우승을 이끄는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었지만 올 시즌은 그 어느 시즌보다 힘든 순위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0일 도로공사 원정에서 당한 무기력한 세트 스코어 0-3 패배는 감독도, 선수들도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2위 싸움을 하는 팀에게 허무한 패배를 당한 만큼 충격은 더 컸다.
이정철 감독은 “감독하며 처음으로 선수들에게 시즌 중에 맥주 한 잔씩 하고 기분 좀 풀자고 했다”라며 “도로공사전이 끝난 뒤 선수들이 풀이 죽어 제대로 식사도 못 하고 숙소로 돌아왔더라. 그래서 숙소 앞 맥줏집에 선수들을 빠짐없이 모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정철 감독은 지난 10일 도로공사 원정에서 완패한 뒤 풀이 잔뜩 죽은 선수들에게 가벼운 음주를 곁들인 회식을 제안해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그 효과는 4일 뒤 현대건설과 홈 경기의 짜릿한 역전승으로 이어졌다. 사진은 지난 도로공사 원정 당시 이정철 감독의 모습.(사진=한국배구연맹)
14일 현대건설전을 마치고 CBS노컷뉴스와 만난 김희진도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감독님이 화가 나서 코치님들과 보자는 내용이 선수들에게도 잘못 전달된 줄 알았다”고 말했다.
당장 4일 뒤 현대건설과 홈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 그리고 시즌 중 음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정철 감독은 가벼운 음주를 곁들인 회식으로 선수들의 기분을 풀어줬다.
김희진의 제안으로 처음에 등장하지 않았던 치킨이 등장하자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는 후문이다. 김희진은 “선수들이 치킨 5마리 나눠 먹고 결국 어묵탕까지 달렸다”며 뜨거웠던 회식 분위기를 소개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정철 감독은 자신의 ‘독사’ 이미지를 이제는 벗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고백했다. 기업은행 선수들은 승부처에서는 여전히 ‘채찍’을 휘두르며 독설을 쏟아내는 기질은 여전하지만 평소 생활에서는 이정철 감독이 분명 전보다는 유순해졌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정철 감독의 깜짝 회식 제안은 도로공사 원정 완패로 어깨가 잔뜩 내려앉았던 기업은행 선수들의 기를 살리는 결과로 이어졌고, 결국 4일 뒤 열린 현대건설과 홈 경기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귀중한 승리를 가져오는 분명한 ‘힘’이 됐다.
창단 멤버 가운데 유일하게 이정철 감독, 임성한 수석코치와 함께 기업은행 소속을 유지하는 김희진은 “감독님이 많이 노력 중이다. 그 정도까지 해주시는데 우리도 힘내서 뭔가 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고 짜릿한 역전승의 숨은 비결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