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350억원대 횡령과 11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에서 보석신청을 두고 변호인 측과 검찰이 맞섰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15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 항소심 공판에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첫 공판 이후 한달이 넘었는데 증인신문 하기로 한 10명 중 7명이 불출석해 재판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며 "구속만기 기간 내 충실한 심리가 이뤄지기 어려우므로 불구속 재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청된 증인들에 대한 구인장도 발부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이 사건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사건으로 역사에 남을 중대한 재판"이라며 "결코 시간에 쫓겨 급하게 마무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인사이동으로 재판부가 변경돼 기록검토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해당 사건은 공판기록이 10만쪽에 쟁점이 22개에 달해 매우 복잡하다"며 "새로 온 재판부가 기록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목전에 다가온 구속기간에 구애받지 말고 불구속재판을 진행하자는 취지다.
또 이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에 대한 우려도 전달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피고인은 현재 당뇨 및 불면증, 수면무호흡증으로 언제 위급한 상태가 찾아올지 모른다"며 "그럼에도 전직 대통령의 품위를 지키고자 외부 의료기관의 진료도 마다하면서 충실한 재판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 측 주장이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는 '임의적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보석신청을 받아들이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법에선 보석신청을 받아들여야 하는 임의적 사유로 피고인의 사유에 한해 규정하고 있다"며 "피고인 측이 주장하는 재판부 변경은 임의적 사유에 해당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증인이 불출석하고 있으므로 불구속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핵심 증인들은 원심에서 모두 증거동의했던 사람들"이라며 "당시 득실을 다 따져 부르지 않기로 했는데 중형이 나오자 갑자기 수십명 증인을 신청한 뒤 불구속 재판을 주장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 건강상태도 보석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 측이 주장하는 당뇨, 수면장애 등은 만성적이거나 일시적인 신체 이상에 불과하지 긴급치료가 필요한 것들이 아니다"라며 "특히 이번 보석 청구에서 주장한 수면무호흡증은 그 자체로 긴급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데다 이미 구치소 내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최근 태광그룹 회장의 황제보석으로 사회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며 엄격한 기준으로 보석청구를 기각해야 한다는 게 검찰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 사건을 맡고 있는 형사1부는 2월 정기인사로 재판장이 교체됐다.
새로 부임한 정준영 부장판사는 피고인 신분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새로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생년월일을 묻는 재판장 질문에 이 전 대통령이 "주민번호 뒷자리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기로 한 이명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