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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대지 않고 고급스럽게 분위기 주도하면, 당신은 '인싸'"

문화 일반

    "나대지 않고 고급스럽게 분위기 주도하면, 당신은 '인싸'"

    취향 중심 네트워크화가 만든 '인싸' 현상
    일반적 트렌드를 주도하는 사람 가리키기도
    핵심도구는 SNS,트렌드세터,줄임말 애용
    SNS 문화의 단점 '배제의 논리' 꼭 닮아
    선택적 인간관계의 시대가 보여주는 단면
    한국사회 모순이 SNS로 들어와 인텐시브화
    연출된 삶 보여주며 맺는 인간관계 부질없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15~19:55)
    ■ 방송일 : 2019년 2월 15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이택광 (경희대 교수), 장강명 (소설가)


    ◇ 정관용> 금요일마다 다양한 사회문화 현상들. 잡학하고 박식하게 수다 떨어보는 시간. 리앤장의 금요살롱. 오늘도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 소설가 장강명 씨 나오셨어요. 어서 오십시오.

    ◆ 이택광> 안녕하세요, 이택광입니다.

    ◆ 장강명> 안녕하세요, 장강명입니다.

    ◇ 정관용> 오늘 유행어 하나 가지고 이야기를 할 텐데. 한 취업포털사이트에서 2018년 유행어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어요. 1등이 소확행. 이 정도는 이제 모르는 분 거의 없을 거예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이런 건데. 2등이 갑분싸예요, 갑분싸. 무슨 뜻인지 아세요?

    ◆ 장강명> 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는 거 아닙니까? 제가.

    ◇ 정관용> 원래 아셨어요?

    ◆ 장강명> 얘기를 많이 들어서 지적을 당해서 뭘 농담을 하면 갑분싸 갑분싸 이러더라고요.

    ◇ 정관용> 장강명 작가가 농담하면 분위기가 싸해져요?

    ◆ 장강명> 갑분싸가 됐을 때 그거를 상황을 반전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넘어가라고 하더라고요.

    ◇ 정관용> 장강명 작가가 농담하면 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는 이유가 뭐예요?

    ◆ 장강명> 저 자신은 그냥 저의 어떤 지적수준이 굉장히 우월, 뛰어나서. 또 싸해지는 것 같네요. (웃음)

    ◇ 정관용> (웃음) 정말 싸해지네요. 오늘의 주제는 갑분싸가 아니고 3등이에요, 3등. 거기서 조사했더니 3등이 인싸였대요, 인싸.

    ◆ 이택광> 이것도 싸네요. 싸인데 좀 다른 뜻이죠.

    ◇ 정관용> 이건 무슨 뜻이에요.

    ◆ 이택광> 인사이더의 준말로 쓰이고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인사이더와는 다른 뜻이죠. 거기서 왔어요, 오기는 왔는데 인싸라 그러면 쉽게 말하면 요즘 잘 나가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이게 정확하게 말하면 어떤 그런 동호회라든가 또 모임이라든가 이런 데 굉장히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고. 굉장히 종합적인 뜻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눈에 잘 띈다는 또 리더십이 있다 또는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이 막 여러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서 뭔가를 하고 이런 게 아니고 그냥 가만히 있어도 돋보이는 사람. 굳이 이제.

    ◇ 정관용> 원래 성격이 그런 사람?

    ◆ 이택광> 사자성어로 하면 군계일학 같은 사람이에요.

    ◇ 정관용> 그 정도까지?

    ◆ 이택광> 그 정도의 느낌을 준다고 볼 수 있어요.

    ◇ 정관용> 그런데 일단 성향이 여러 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좋아하고 이런 사람이어야 될 거 아니에요.

    ◆ 이택광> 그렇죠. 그런데 반드시 또 너무 거기에서 나대도 안 됩니다. 나대도 안 되고 뭔가를 가만히 있어도 그 사람에게 뭔가 조언을 구하면 굉장히 이제 고급정보가 나오고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해야지만 좀 다른 사람들이 이득을 취할 수 있고 이런 정도가 돼야 되는 거예요.

    ◇ 정관용> 그게 인싸예요?

    ◆ 이택광> 안 그러고 와서 그냥 밥사주고 그냥 또 과거처럼 지갑 여는 선배처럼 행동한다고 인싸가 되는 것도 아니에요.
    이택광 경희대 교수,장강명 소설가(사진=CBS 시사자키 제작진)

     


    ◆ 장강명> 옛날에 인기인이라고 부르던 거 아닙니까? 동호회 인기인이다.

    ◆ 이택광> 인기라는 게 과거에는 우리가 예를 들어서 밥을 잘 사주고 술을 잘 사줘도 인기인은 됐잖아요. 인싸는 상당히 거기 비한다면.

    ◇ 정관용> 한 단계 높은?

    ◆ 이택광> 고급스러운 이런 이미지가 있어야 돼요.

    ◇ 정관용> 인싸의 반대말은 뭐예요?

    ◆ 장강명> 아싸.

    ◆ 이택광> 아웃사이더. 인사이더에 들지 못하는 사람들. 이게 말이기 때문에 지금 또 많은 패러디가 양산돼서 또 인싸라는 말이 또 약간 반대의 뜻으로도 쓰입니다. 그래서 이게 잘 모르면 실수할 수가 있어요. 예를 들어서 군대 가면. 군대 가는 후배에게 군대 가면 총을 PX 가서 사야 된다 그러면 총을 사들고 가면 인싸가 된다 이런 농담들 할 때 이 인싸라는 것은 사실 반대말이죠.

    ◇ 정관용> 바보네요.

    ◆ 이택광> 바보가 되는 거죠. 고문관이 되잖아요.

    ◆ 장강명> 그 개그는 50년째 나오는 개그네요.

    ◆ 이택광> 이게 썰렁개그인데. 이게 반대로 쓰이는 거죠. 그러니까 이걸 하면 네가 인싸가 돼라고 하지만 사실 그렇게 인싸가 될 수 없다는 뜻이잖아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인싸가 되는 걸 조언해 줄 없다. 그냥 인싸가 되는 법을 가르칠 수가 없다는 거죠.

    ◇ 정관용> 그나저나 이택광 교수랑 장강명 작가는 인싸예요, 아싸예요?

    ◆ 이택광> 장강명 작가는 인싸가 아닐까요. (웃음)

    ◆ 장강명> 저는 딱 보면 아싸같지 않습니까? 어디를 가도 이렇게 중심에 안 나서고 흔히 친목질이다 하는 일에서 멀어져 있고 어디 구석탱이 앉아 있고 우울합니다.

    ◇ 정관용> 농담하면 갑분싸 되고.

    ◆ 장강명> 그렇죠. 가끔 용기내서 농담하면 분위기 싸해지고.

    ◆ 이택광> 그런데 그 갑분싸 때문에 인싸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장강명 작가가 나타나면.

    ◇ 정관용> 잘 모르겠네, 무슨 뜻인지.

    ◆ 이택광>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어떤 분야에서 그 사람이 빠지면 뭔가 안 되는 거.

    ◇ 정관용> 이택광 교수는 인싸예요, 아싸예요?

    ◆ 이택광> 저를 인싸로 봐주시는 저의 팬들이 있기는 있죠.(웃음) 팬들이 인싸를 만들어줍니다. 그러니까 별로 인기는 없는데 이 사람이 없으면 안 되는 약방의 감초 같은. 그러니까 반드시 인기가 있다고 인싸가 되는 것은 아니에요.

    ◆ 장강명> 존재감, 사교성. 어떤 네트워크의 중심이기도 하고.

    ◆ 이택광> 하지만 다 드러나지는 않아요. 그 사람이 리더지만 나대고 이렇게 내가 리더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 장강명> 준 연예인이기도 하고.

    ◇ 정관용> 영어로 인플루언서?

    ◆ 이택광> 정확히 말하면 그거죠. 그러니까 변하지 않아요.

    ◇ 정관용> 영향력 있는 사람.

    ◆ 이택광>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람을 알지는 못하지만 이 사람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가치를 주도하고 패션을 주도하고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거죠. 그런 사람을 인싸라고 합니다.

    ◇ 정관용> 최근에 혼밥, 혼술, 나 혼자 산다 이런 게 유행이었었는데 그거와는 좀 반대되는 거네요.

    ◆ 이택광> 그렇죠. 그렇지는 않죠. 무조건 혼자 된다고 해서 또 인싸인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과 많이 어울린다고 해서 인싸도 아니고 거기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어야 된다는 거죠.

    ◆ 장강명> 잘 모르겠더라고요. 대개 핵인싸라고 불리는 분들이 또 막상 자기 SNS 계정에는 혼자 우울하게 칵테일 한잔 즐기는 사진 같은 거 올리시기도 하고.

    ◆ 이택광> 핵인싸가 되고 싶어하는 거죠. 그런데 쉽게 될 수가 없는. 그러니까 내가 되고 싶다고 될 수도 없고 그런 어떤 남들이 가지지 못한 어떤 능력을 갖고 있어야 되는 거죠.

    ◇ 정관용> 어떤 매체에서 인싸의 기준이 있대요. 첫 번째는 인터넷 주소창에 인스타그램이 바로 뜬다. 인스타그램은.

    ◆ 이택광> 검색을 많이 해 본다는 거죠.

    ◇ 정관용> 인스타그램 안 하는 사람은 인싸가 되기 어렵다는 거죠,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 이택광> 딱히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 정관용> 두 번째는 차림새가 최신 유행에 걸맞는다.

    ◆ 이택광> 그건 가능하죠. 항상 트렌드를 주도하니까.

    ◇ 정관용> 세 번째, SNS 인기장소에서 시간을 보낸다.

    ◆ 장강명> 여기의 인싸는 약간 트렌드세터 같은.

    ◆ 이택광> 제가 볼 때 트렌드세터 분위기인데 물론 인싸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데 저걸 주도하는 사람이죠.

    ◇ 정관용> 이택광 교수는 인싸를 너무 협소하게 보는 것 같고 또 대중들은 인싸를 좀 더 넓게 보는 것 같아요.

    ◆ 이택광> 그런데 인싸가 대중화되면 대중화된 거라고 봐야죠. 그래서 지금은 대중적인 용어로 쓰이니까.

    ◇ 정관용> 네 번째 특징이 줄임말 등 유행어를 쓴다 이런 거거든요. TMI '투 머치 인포메이션 너무 많은 정보'. JMT, '정말 맛있다' 이런 뜻. 이런 것들을 많이 사용한다는 건데 지금 대체로 몇 가지 특징을 보면 SNS와 떼려야 뗄 수 없어요. 인스타그램도 그렇고 SNS 인기장소도 그렇고 뭐 유행어나 이런 것도 대부분 SNS를 통해서 유통되니까. 결국은 인싸라는 열풍이 나온 것의 배경에는 그 SNS 세상, 이게 있지 않을까요. 장 작가 어떻게 보세요.

    ◆ 장강명> 저는 아까 정 선생님께서 혼밥, 혼술 말씀하신 거하고도 좀 연결을 지어서 생각이 드는데요. 어떤 거냐 하면 이제 선택적 인간관계의 시대가 온 것 같아요. 우리가 사람마다 또 자기 성격도 있겠지만 상황마다 또 대상에 따라가지고 이 사람하고는 친밀하게 소속감을 느끼면서 이 사람들하고는 어울리고 싶고, 거기서는 인기를 얻고 싶고, 어디서는 자유롭고 싶고, 간섭 안 받고 싶고, 이거를 고를 수 있는 그러한 시대, 그러한 세대가 생긴 거 같거든요.

    그래서 특히 이제 SNS라는 거는 자기의 대인관계를 굉장히 선택적으로 보여주는 거니까 자기가 거기서는 이제 숭배자들이 많고 자기하고 어떤 동질적인 취향을 가진 사람들한테 인기가 많은 모습을 연출하고 싶기도 하고 그게 연출이 잘 된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실제 생활에서는 부장님이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할 때 저거 싫다, 어디 카페 가서 그냥 나 혼자 밥 먹고 오고 싶다. 오늘은 나 그냥 어디 그냥 학교 학과 학생들하고 어울리고 싶지 않고 혼자 그냥 있고 싶다, 혼카페 혼술 하고 싶다. 이런 것이 가능해진 거 같고. 그런 연출에 대한 압박 또 그걸 선택하고 싶은 어떤 원래 이 폭이 넓어지면 또 고민이 많아지지 않습니까? 그런 게 인싸 열풍의 하나 아닐까. 그리고 SNS는 그 도구 아닐까. 그런 생각이 좀 듭니다.

    ◆ 이택광> 저는 자기계발 시대 있었잖아요. 한 10년 전쯤.

    ◇ 정관용> 그런 책이 많이 팔리던 시절.

    ◆ 이택광> 지금도 자기계발서는 많이 팔리죠. 그런데 이제 그게 자기계발을 아무리 해도 잘 안 된다는 그런 인식들이 또 확산되고 그러면서 거기 보면 자기계발서에 되게 제일 중요한 자기 능력을 강화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네트워크를 만들라는 거죠.

    ◇ 정관용> 네트워크.

    ◆ 이택광> 그런 걸 만들라는 얘기가 있어요. 그런데 이제 최근에 보면 지금 젊은 세대들 같은 경우는 과거처럼 동문이라든가 혈연이라든가 지연이라든가 이걸 중심으로 해서 모이지 않죠. 주로 취미라든가 자기의 관심사항이라든가. 인스타그램도 그런 걸 볼 수 있는데 취향이라든가 가치 그런 걸 중심으로 모이게 되는데 거기에 SNS가 큰 역할을 한다고 저는 생각을 하고.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SNS가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거죠. 그래서 이게 과거와는 다른 어떤 세대의 그런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고 그게 인싸 같은 현상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어요. 내가 예를 들어서 군산 같은 데를 놀러를 갔는데 여기에서 뜨고 있는 식당이 어디일까, 또 뜨고 있는 카페가 어디일까. 이런 게 궁금하잖아요. 그러면 군산에서 인싸를 쳐보면 군산의 카페들이나 이런 데서 거기를 가야 되는 곳이 나온다는 거죠. 이런 식이에요, 그러니까. 그래서 그 사람의 인스타그램이나 또는 트위터 같은 걸 팔로잉을 하면서 정보를 얻게 되고 이런 식이죠. 그래서 이 사람은 결국 그런 정보를 줄 수 있는 그런 사람들. 그러니까 역시 그 안에서 어떤 리더십이나 이런 걸 발휘해야 되고 또 많은 경험이라든가 호기심이 많아야 되고 이런 게 전제가 되는 건데 그게 결국 자기계발과 연결되는 거죠.

    ◆ 장강명> 궁금하기도 한 게요. 아직까지 그래도 이제 SNS 이용자들이 젊은층이 많잖아요. 그래서 그런 이용자 특성하고 상관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장강명>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어떤 인간관계에서 양보다 질을 추구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어떤 종류의 SNS 특히 이제 인스타그램 같은 좀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많이 쓴다고 하는 거에서는 그런 좀 팔로워가 많고 영향력을 많이 발휘하는 사람인 것 같은 사람에게 더 이제 관심이 가게 되고 이건 그 이용자 특성하고 조금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우리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게 이제 유행하게 되면서 특히 유튜브 같은 데는 이제 완전히 스타까지 여기서 배출되잖아요. 그렇지 않습니까?

    ◆ 장강명> 그렇죠.

    ◇ 정관용> 거의 연예인이 거기서 창조되기도 하고. 그런데 이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데는 아직 유튜브 정도까지 대중적 매체화되기보다는 소통의 창구가 되는데 그 소통의 창구 중에서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 유달리 사람들이 많이 보는.. 또 인스타그램에 사진이나 뭐 이런 것들을 올리면 그 사람 거는 유달리 많이 따라가서 보는.. 이런 사람들이 생기거든요. 아마 그런 걸 이 사람은 인싸 이렇게 또 부르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 이택광> 그게 은밀하게 그러니까 용어를 정의하기 어렵죠. 지금 금방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은 대체로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고요. 원래 인싸라는 것은 제가 말씀드렸지만 그러한 일반적인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는 사람인 거죠. 그런 사람을 인싸라 부르다가 지금 이렇게 된 거고 지금은 또 많이 의미가 파생적인 의미들이 많이 생겨가지고 금방 말씀하신 그런 내용들도 포괄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장강명> 외모건 말재주건 또는 글 쓰는 실력이든 인간적 매력이 있는 사람에게 관심 가고 눈길 가는 거 이건 인간 본성이잖아요. 그런데 SNS 시대에서는 그게 이제 굉장히 멀리까지 커질 수 있으니까 더 도드라지는 것 같고 이게 문제가 그거 자체는 인간 본성이고 어디까지 막을 수는 없는데 우리가 사람 사는 게 무대 위에서 사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연출하려고 압박을 한다든가 이게 자기의 모든 것을 공연처럼 보여주려고 한다든가 부질없는 짓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이게 그 열풍이 지나치면 마치 거기서 빠지면 안 될 것 같은.

    ◆ 이택광> 잘못된 것 같은.

    ◇ 정관용> 최소한 거기 한 발이라도 걸쳐야 될 것 같은 이런 강박관념을 주게 되는데 그건 좀 곤란하다 이런 얘기인 거죠?

    ◆ 이택광> 결국 이것도 인맥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결국 인싸가 구성되면 그 인싸 중심으로 이제 쉽게 말하면 유대가 만들어지는 거죠. 인싸 쪽에 가까이 있는 사람과 가까이 없는 아싸가 돼버리면 내가 그 모임에서 왕따가 되는 거예요. 이런 것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이것도 결국 SNS 문화가 가지고 있는 단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배제의 논리가 있는 거죠.

    ◆ 장강명> 약간 거기서 한국 사회의 특성도 들어가는 것 같고 현대사회의 특성도 들어가는 것 같은 게요. 일단 한국사회가 집단주의 문화가 있고 남들이 뭘 다 할 때 그걸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분위기라든가 또 이제 남의 시선 굉장히 의식하는 문화 있잖아요. 그런 거 좀 가미되는 것 같고요. 그다음에 아까 자기계발 얘기하고도 조금 이어지는 것 같은 게. 현대 사회가 좀 최근 일인데요, 역사적으로 보면. 외향성이 뛰어난 사람들을 이제 되게 찬미합니다. 성공하는 사람, 도전하는 사람, 협상 잘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을 본받을 사람들로 롤모델로 제공을 하고 내성적인 사람, 차분한 사람 이런 사람들을 그렇게 뭐 조명을 잘 하지는 않죠.

    ◇ 정관용> 집단주의와 외향주의 이런 것이 결합돼 있는, 남의 눈치보기 이런 게 결합돼 있는 이런 게 함께 나와 있다.

    ◆ 장강명> 그렇다고 봐야죠.

    ◆ 이택광> 결국 우리 한국사회 가지고 있는 모순이 SNS로 들어오게 되면 굉장히 인텐시브해지는 거죠. 굉장히 집중적으로 바뀌고 극단적으로 바뀌고.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결국에 SNS의 문제는 제가 볼 때 사회문제예요. 사회문제가 더 극단화되는 거기 때문에 사회문제가 없다면 그런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SNS도 사실은 뭐 그런 문제가 없겠죠.

    ◇ 정관용> 사실 안 하면 되는데 SNS를.

    ◆ 이택광> 그렇죠. 사실 SNS를 끊으면 SNS 다이어트라는 말도 요즘 나오는데 소셜네트워크 다이어트라고 그러죠. 그러니까 저는 그게 굉장히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역시 SNS를 끊는 것도 인싸가 아닐까 싶어요, 지금 현재에서는. 인싸가 되고 싶으면 SNS를 끊는 거죠.

     


    ◇ 정관용> 저는 끊는다기보다 아예 시작을 안 했기 때문에. 트위터부터 시작을 안 했어요. 페이스북도 안 하고 인스타그램도 하고 아무것도 할 줄 몰라요.

    ◆ 이택광> 그게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사라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 정관용> 편하게 삽니다, 그게.

    ◆ 장강명> 뉴미디어는 안 하시지만 올드미디어의 강자이지 않습니까?

    ◆ 이택광> 올드미디어 인싸라서. (웃음)

    ◆ 장강명> 올드미디어 인싸시군요. (웃음)

    ◇ 정관용> 이런 글이 또 하나 있더라고요. 하도 인싸 열풍 일고 하니까 자기 혼자 운동하려고 헬스클럽 등록해서 혼자 운동하고 싶었고 수영장 가서 수영 혼자 하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내가 조기축구회 가입한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헬스장 가면 마주치는 사람들이 자꾸 모임 만들자, 밥 먹자. 수영장에 같이 있는 분들이 모임 만들자, 같이 밥 먹자 막 이런다는 거예요. 그리고 거기 회비 안 내면 왕따 시키려고 그러고. 이런 건 문제죠.

    ◆ 이택광> 이건 혼자 가서 운동을 하고 있으면 꼭 다가와가지고. 모임에 가입해라 이렇게 강요하는 경우 많다고 하더라고요.

    ◆ 장강명> 이건 SNS하고는 상관없는 한국의 집단주의 문화, 한국의 인싸문화라고 할까요. 그거네요.

    ◆ 이택광> 그건 약간 옛날식 인싸네요.

    ◆ 장강명> 이게 그런데 사르트르가 한 말 중에 그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타인은 지옥이라고. 이게 꼭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고 프랑스에서 사르트르쯤 되는 사람이 타인은 지옥이라고 했으면 얼마나 타인이 지옥입니까? 대인관계라는 게 다 어느 정도는 압박이고 압력이고 불편하고. 어떨 때는 그러다가도 그립고 어떨 때는 외로워지고 싶고. 사람 뜻대로 잘 안 되는 거 같아요.

    ◇ 정관용> 알겠어요. 그러니까 인싸열풍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지만 모두가 혼자 있을 자유를 존중해 주는 인싸 열풍은 괜찮다.

    ◆ 장강명> 좋은 말씀입니다.

    ◇ 정관용> 그 정도 해 주면 될 것 같고.

    ◆ 장강명> 역시 올드미디어 인싸.

    ◇ 정관용> 한마디. 인싸 열풍에 대한 이택광 교수 한마디?

    ◆ 이택광> 저는 인싸는 외로움인 것 같아요. 외로워서 인싸가 되려고 하고.

    ◇ 정관용> 그럴 듯하네요.

    ◆ 이택광> 인싸가 되면 또 외로워지고.

    ◇ 정관용> 장강명 작가의 또 한마디?

    ◆ 장강명> 인간관계는 양보다 질입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이택광> 좋습니다.

    ◇ 정관용> 마무리 합시다. 리앤장의 금요살롱.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 소설가 장강명 씨였어요. 수고하셨습니다.

    ◆ 장강명> 감사합니다.

    ◆ 이택광>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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