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프로축구 3부리그인 세리에C 소속 프로 피아첸차는 쿠네오와 리그 경기에서 0대 20으로 패했다. 재정 악화로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파업 중인 상황에서 리그 퇴출을 막기 위해 10대 선수로만 경기에 나서야 했던 피아첸차는 역사적인 대패를 당했다.(사진=레가프로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20대0. 결코 미식축구의 점수가 아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에서 다소 황당한 점수가 나왔다.
17일(한국시각) 열린 2018~2019 이탈리아 세리에C에서 열린 쿠네오와 프로 피아첸차의 경기. 이 경기서 리그 최하위를 달리는 피아첸차는 라이벌 쿠네오에 0대20으로 패했다.
이 경기는 전반에만 16대0이라는 처참한 점수가 나왔다. 쿠네오의 공격수 히참 카니스는 전반에만 6골을 넣었고, 그의 동료 공격수 에도아르도 디펜디는 5차례나 피아첸차의 골망을 흔들었다.
세리에C는 이승우(베로나)가 활약하는 세리에B의 바로 아래 단계 리그로 이탈리아 프로축구에서 3부리그에 해당한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리그에서 나온 점수라 더욱 황당하다. 과연 피아첸차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탈리아 북부 피아첸차를 연고로 하는 프로 피아첸차는 심각한 재정 위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미 승점 8점이 삭감됐고 지난해 8월부터 선수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팀 내 대부분의 선수와 직원이 파업에 나섰다.
이미 최근 3경기에 선수 구성을 못해 몰수패를 당한 피아첸차는 몰수패가 네 경기까지 이어질 경우 리그 퇴출이라는 불명예를 안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피아첸차는 쿠네오와 원정에 7명으로 경기를 해야 했다. 선수 구성은 전부 10대 선수였다. 심지어 선수 한 명이 신분증을 두고 온 바람에 39세 장비담당 직원이 임시로 선수로 그라운드에 나서는 상황도 나왔다.
코칭스태프도 없었다. 10대 선수 가운데 주장을 맡은 니콜라 치리글리아노가 감독 역할까지 맡아야 했다.
덕분에 피아첸차전을 앞두고 리그 24경기에서 18골에 그치는 극심한 골 가뭄에 시달렸던 쿠네오는 안방에서 무려 20골이라는 골 풍년을 맛봤다.
가브리엘레 그라비나 이탈리아축구협회(FIGC) 회장은 이 경기를 두고 “스포츠를 모욕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FIGC는 축구팬의 열정과 소속 클럽의 안전, 그리고 신뢰있는 경쟁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웃음거리를 지켜봐야 했다”고 분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