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연합뉴스 제공)
종교가 아닌 '비폭력ㆍ평화주의' 신념을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5단독 이재은 부장판사는 최근 병역법과 예비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수년간 계속된 조사와 재판, 주변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비난으로 겪는 정신적 고통과 안정된 직장을 얻기 어려워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 형벌의 위험 등 A씨가 예비군 훈련을 거부함으로써 받게 되는 불이익이 예비군 훈련에 참석함으로써 발생하는 시간적, 육체적, 경제적 불이익보다 현저히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처벌을 감수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일관해 주장하고 있고, 오히려 유죄로 판단되는 경우 예비군 훈련을 면할 수 있는 중한 징역형을 선고받기를 요청하고 있는 점, 훈련을 거부한 때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A씨의 예비군 훈련 거부가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서는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소명된다"며 "A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예비군 훈련에 불참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6년 11월 21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되는 예비군 훈련에 불참한 것을 비롯해 총 12차례에 걸쳐 훈련에 불참한 이유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A씨는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어려서부터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
이후 그는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잘못이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고 그것은 전쟁이라는 수단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신념을 지니게 됐다.
A씨는 입대 거부를 결심했지만, 어머니 등의 간곡한 설득으로 양심과 타협해 입대했다. 그는 적에게 총을 쏠 수 없는 자신이 군에 복무하는 것은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행동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동료, 나아가 국가와 국민에게 큰 해가 될 수 있다고 깨닫고 입대를 후회했다.
2013년 2월 전역한 그는 더 이상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훈련에 모두 참석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신념을 형성하게 된 과정, 신념에 반해 군에 입대하게 된 과정, 그 후 다시 양심에 반하는 군사훈련을 거부하게 된 과정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