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액공정으로 얇게 만든 열전소재(주석-셀레나이드)의 모습. (사진=UNIST 제공)
방 안에 켜진 형광등, 100m 달리기를 마친 사람의 몸, 따뜻한 커피가 담긴 머그잔 등에 있는 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 기술'에 기여할 소재가 개발됐다.
재료를 얇게 만들어 구부러진 표면에도 붙일 수 있는 데다 성능까지 높였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신호선 선임연구원과 UNIST 신소재공학부 손재성 교수팀은 '주석-셀레나이드(SnSe)'의 결정 구조를 나란히 정렬해 고효율 초박막 열전소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20일 표준과학연구원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한 공정은 재료를 용액에 녹여 열전 잉크로 합성한 뒤(용액공정) 가열하는 방식이라 손쉽고 저렴하다.
제작된 소재의 성능은 기존 덩어리 형태의 열전소재에 뒤지지 않았으며 공정 자체도 간단해 다양한 분야로 응용할 잠재성이 크다는 게 표준과학연구원의 설명이다.
양쪽에서 나타나는 온도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는 열전소재로 열전 발전기를 만들고 자동차나 선박의 엔진 등에 부착하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열전 발전기의 구조나 원리는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성능을 더 높이려면 더 좋은 열전소재를 개발해야 한다.
2014년 처음 보고된 주석-셀레나이드는 성능 면에서 1~2위를 다툴 정도로 촉망받는 열전소재다.
하지만 이 물질의 결정 구조를 제어하기 어려워 기대만큼 우수한 열전 효율을 보이지 못했다.
주석-셀레나이드는 종이가 층층이 쌓인 책처럼 독특한 층상형 결정구조를 가진다. 이 구조가 나란한 단결정에서 열전효과로 이어진다.
종이가 구겨지면 책을 깨끗하게 인쇄할 수 없는 것처럼 다결정 구조에선 높은 열전효율을 얻기 어렵다.
UNIST 연구진, 왼쪽부터 조승기 연구원, 손재성 교수, 허승회 연구원. (사진=UNIST 제공)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주석-셀레나이드를 특정한 방향으로 성장시킬 2단계 공정을 개발했다.
1단계 공정에서는 '주석-다이셀레나이드(SnSe₂)' 박막을 만들고 2단계 공정에서 열처리해 '주석-셀레나이드(SnSe)' 박막을 만드는 방식이다. 주석-다이셀레나이드가 특정한 방향으로 잘 성장하는 원소의 일종이라는 점에 주목해 새로운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주석-다이셀레나이드를 가열하면 셀레늄(Se) 원자가 증발하며 주석-셀레나이드가 된다.
앞서 형성된 주석-다이셀레나이드 결정이 이정표가 되기 때문에 주석-셀레나이드 결정 구조도 가지런하게 정렬된다.
이렇게 제작된 주석-셀레나이드 박막은 기존 연구보다 전기적 특성이 10배 이상 우수했다.
또 단결정으로 성장시킨 덩어리 형태의 주석-셀레나이드 소재와 견줄 정도로 높은 성능을 보였다.
KRISS 신호선 선임연구원은 "저렴한 용액공정으로도 고성능 열전 박막 소재의 제조가 가능해졌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극박막 열전소재의 측정표준기술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UNIST 손재성 교수는 "원재료에 상당한 고온과 고압을 가하는 기존 방법은 생산비가 비쌀 뿐 아니라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성장시키기 어려워 성능 확보가 어려웠지만, 이번 기술은 간편하고 효율적일 뿐 아니라 주석-셀레나이드의 결정 방향까지 제어할 수 있어 향후 폭넓게 응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2월 20일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서울대의 이원보 교수, 기계연 부설 재료연의 강전연 박사, 금오공대의 박노진 교수, 한양대의 장재영 교수팀도 이 논문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