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맥스 '최고의 치킨'에서 앤드류 강 역을 맡은 배우 주우재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주우재의 이력은 조금 독특하다. 빠르면 중학생 시절부터 시작하는 모델을, 스물여덟에 데뷔했다.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말솜씨와 센스로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치기 시작하더니, 차근차근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연기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주우재의 소속사 YG스테이지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2016년부터 웹드라마 '소녀접근금지'로 첫발을 뗐다. 지난해가 연기를 본격화한 원년이었다. MBC '이리와 안아줘', MBN '설렘주의보', 드라맥스 '최고의 치킨', 영화 '걸캅스'까지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약 3~4년 전 인터뷰에서 아직 연기를 할 생각은 없다고 한 그가 '연기'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주우재는 '좋은 에너지'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 에너지를 알아가는 데 흥미를 느꼈다고.
다음은 일문일답.
▶ '최고의 치킨'이 7일 종영했다. 소감은.4일 전에 끝났다. 워낙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여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저희가 제작발표회에서도 말했듯 드라마 전체적으로 봤을 때 메시지는 따뜻함과 소소함이었다. 용기를 잃은 분들께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종영했을 때 그런 느낌을 조금이나마 전달한 것 같아서 되게 뿌듯했던 것 같다.
▶ 말씀하셨다시피, 강렬한 느낌의 캐릭터여서 표현하는 데 조금 부담감이 생겼을 수도 있을 것 같다.물론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있는 건 당연한 건데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웠다. 앤드류 강이 치킨집 셰프로 들어오면서부터가 제게는 어려웠다. 결과물로 봐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저도 앤드류 강이라는 캐릭터에 적응하고, 앤드류가 가진 매력을 뒷부분에 조금이라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다행이란 생각도 들더라. 앤드류 강이 되게 거칠고 역정도 많고 안하무인이면서도, 그 안에 가진 따뜻함이나 츤츤스러운(겉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사실은 따뜻한) 매력을 되게 잘 살려야 하는 캐릭터여서 그런 부분을 연기하는 데 중점을 많이 뒀다.
▶ 캐릭터를 세워나가는 데 본인의 방법이나 원칙이 있는지 궁금하다.저는 아직 그런 노하우라든지 그런 걸 가질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제가 평소에 갖고 있는 말투, 자연스러운 어투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을 조금은 녹여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주우재는 '최고의 치킨'에서 한때 촉망받는 요리 천재였으나 재활 불가능한 부상을 입고 노숙자가 된 앤드류 강을 연기했다. (사진=iHQ 제공)
▶ 앤드류 강이라는 캐릭터가 어려웠다고 말했는데, 좀 실마리가 풀렸다 싶었던 때는 언제였나.저는 5, 6, 7화 정도가 힘들었다. 홈리스 모습으로 있을 때는 되게 연기하기가 편했다. 오히려 셰프로, 깔끔한 모습으로 나올 때 어려웠다. 음식과 요리에 있어서 되게 강단 있고 진지하고 묵직하고 그런 캐릭터여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걸 표현하는 게 힘들지 않았나 싶다. 7, 8화가 지나면서부터는 그래도 조금 풀어져서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드라마에서 가장 좋았거나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무엇인지.저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앤드류 강이 홈리스 모습일 때 공원에 새로 들어온 홈리스에게 얘기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 이런 거에 적응하면 여기 되게 오래 있게 돼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여기서 나가라. 아니면 나처럼 된다' 하면서 자기 자신을 빗대서 얘기하는 씬이 있다. 그 씬 찍을 때가 되게 진짜로 우러나와서 얘기했던 것 같다. 그 씬이 되게 기억에 남는다.
드라마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보아 아버지(최성국 분)가 나타나면서 위기가 오는데 그걸 극복하고 마지막까지 치킨집을 지켜내고 골목상권 살려내는 회차, 마지막 12회차에 되게 기분 좋은 장면이 많았던 것 같다. 모든 게 다 풀어진달까. 마지막에 해피엔딩으로 끝나려면 억지로라도 풀려야 하지만, 저희 드라마는 억지 느낌이 아니라 제가 보기에도 기분 좋게 풀려나가는 면이 있어서 좋았다.
▶ 아까 홈리스 장면을 들어 '우러나와서 얘기했던 것 같다'고 했는데, 왜 그랬을까.어… 앤드류 강을 연기하면서 제가 직접 홈리스의 모습으로 꽤 많은 회차를 촬영했다. 드라마에 나온 회차는 4회 안쪽이었지만 엄청 많이 찍었다. 분장 다 한 채로. 실제로 촬영할 때는 공원 바닥에 누워있다가, 몇 번 오해를 사기도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고 흠칫 놀라시기도 하고. 그렇게 홈리스의 모습으로 계속 있다 보니까 진짜 앤드류 강의 처지에 많이 공감한 것 같다. 그래서 그 장면 찍을 때 진짜로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의상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홈리스 모습에 되게 많이 빠져들어서 연기를 했던 것 같다.
▶ '최고의 치킨'은 전반적으로 따뜻한 느낌의 드라마여서 그런지 해피엔딩이 잘 어울렸던 것 같다.캐릭터들도 그렇고, 그래서 더 (해피엔딩을) 응원해주셨던 것 같다. 해피엔딩이라고 뭐라고 하시는 분들은 별로 못 봤다.
주우재는 2018년에 '이리와 안아줘', '설렘주의보', '최고의 치킨'까지 드라마만 3편을 찍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 박선호, 김소혜 씨를 비롯해 또래 배우들을 많이 만났는데 어땠는지.저희 주인공 세 명 말고도 대부분 신예 배우분들을 캐스팅해주셔서 같이 하게 됐는데 다 같은 마음으로 임했던 것 같다. 다들 눈이 초롱초롱하더라. (웃음) 제가 가장 큰형이었다, 치킨집 멤버 중에서는.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어서 혹여나 불편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장난도 많이 치고 현장에서 실없는 소리 많이 하고 그랬다. 치킨집 멤버들이 앤드류를 무시하는 것처럼 실제로도 저를 무시하며 (웃음) 되게 편하게 지냈던 것 같다. 워낙 열정들이 막 타오르니까, 같이 '겪어낸 것' 같다. 다들 경험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같이 '겪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 과거 인터뷰에서는 연기에 별생각이 없었다고 했는데, 2017년부터 조금씩 연기 활동을 해 왔다. 연기를 해야겠다고 본격적으로 마음먹은 이유는.그때 당시엔 연기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연기를 내가 감히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컸다.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고 진짜 할 수 있는, 정해진 특별한 사람만 하는 거라는 저만의 생각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작은 웹드라마와 웹영화를 했던 이유는, 연기자로서 욕심과 방향성을 갖고 했던 건 아니고 모델로서 했던 연기였다고 본다. 그때는 사실 연기가 아니었던 것 같다. 2017년도 넘어가면서는 미팅을 계속했다, 회사 차원에서. 2017년 봄쯤에 어떤 감독님과 오디션을 보는데 연기에 대해 너무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은 거다. '아, 이런 에너지를 알아갈 수 있구나!' 하고 느껴서 연기하는 친한 동생들이랑 스터디를 했다. 그러면서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2018년 1월부터 연기자가 되기 위해 본격적으로 수강생이 됐고, 그 마음을 점점 키워왔다. 작년 4월쯤부터 작품이 결정되기 시작했다.
▶ 2018년에는 '이리와 안아줘'로 지상파 미니시리즈에도 데뷔했다. 그전에 최준배 감독님이랑 미팅을 통해서 안면을 알고 있었다. 작은 역할이지만 해보겠느냐고 제안하셨다. 정말 분량은 적었지만 저한테는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되게 감사한 기회였다.
▶ 현장에서 배우게 된 점이 있다면.맨 처음에는 저도 현장에서 제가 액팅(acting)할 때 어려움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다. 모든 앵글로 다 찍어야 하고, 사람들이 이렇게 막 있는데도 내가 연기에 집중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는데 현장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도움이 많이 되더라.
▶ 드라마로 인터뷰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들었다. 그동안에도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왕성하게 활동 중이었는데 인터뷰가 뜸했던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딱히 이유는 없고, 제가 막 그렇게 뚜렷한 큰 활동은 없었다. 되게 소소하고 작은 활동을 해 왔다. (웃음) 쉬진 않았지만 인터뷰라는 게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인터뷰하는 입장에서는 별거 아닌데 굳이 할 필요가 있나, 하면서 조금 주저하게 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다행히 이번에는 작품에 대해서도 얘기할 게 많고 '연애의 참견'도 얘기할 게 많다 보니까 제안받았을 때 너무 흔쾌히 한다고 했다.
모델, 방송인, 연기자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주우재 (사진=iHQ 제공)
▶ 작년에만 드라마 3편을 찍었다. 일정이 매우 고됐을 것 같다.
몸이 많이 바빴다. 왜냐하면 '최고의 치킨'도 사전제작이라 빨리 찍어놔야 하는 상태였다. '설렘주의보'도 (방송이) 조금 딜레이돼서 두 작품을 같이 했다. 안 그래도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는데 '연애의 참견'도 고정으로 하다 보니까 2회차분을 못 나갔다. 그래서 '연애의 참견' 좋아하는 다른 연예인분들이 나오신 적이 있다.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여기를 빌려서 하고 싶다. (웃음) 그때는 진짜, 하루에 30분 잤다. 집에 들어가서 강아지 옆에 잠깐 누웠다가 씻고 나와서 바로 세트장으로 갔다. 그렇게 집중적으로 한 건 아마 2개월? 좀 넘었던 것 같다. 꽤 오랜 시간 드라마 촬영을 했다.
▶ 아직 드라마 촬영 현장 여건이 열악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동안 경험해 보지 않은 거라 대비하기 어려웠던 건 아닐까.처음에는 이게 정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각성이 되더라. 그냥 아무렇지도 않아지더라. 그러다가 정말 며칠 만에 하루 오프(쉬는 날)가 있었다. 3주에 하루 정도? 그러면 기억이 없다. 그냥 눈을 감았다가 뜨면 열다섯 시간이 흘러있고 막 이랬다.
▶ 체력 관리는 어떻게 했나. 건강식품이라도 챙겨 먹어야 할 것 같은데.현장에서도 먹는 건 잘 먹었다. 그때(드라마 촬영 때) 사실 영화(촬영)도 겹쳐서 작년에 정말 많이, 바쁘게 일했던 것 같다. <계속>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