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연합뉴스 제공)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운명이 달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27일~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한반도가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길로 나아갈지, 아니면 대결국면이나 교착상태로 되돌아갈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해 6.12 싱가포르 선언을 구체화한 합의사항을 '하노이 선언'에 담을 예정이다.
지난 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간 역사적인 첫 만남으로서 70년 적대관계를 청산한다는 상징성이 있었다면, 이 번에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이행 계획표를 합의문에 담아내야 한다.
하노이 선언에 담을 내용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조율한다.
이들은 이르면 이날 하노이로 들어와 협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김혁철 회담에 앞서 더 낮은 레벨의 실무자들이 의제를 사전조율할 수도 있다.
비건 대표와 김혁철 대표는 앞서 지난 6일~8일 평양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종전선언, 북미연락사무소 설치, 제재완화 등의 10여가지 의제를 놓고 1차 탐색전을 벌인 바 있다.
본격 담판이 될 이 번 실무회담의 성패가 사실상 2차 북미정상회담의 운명을 가를 전망이다.
북한이 제시할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의 수준에 따라 미국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는 형식이다.
그러나 불과 1주일 안에 복잡한 수싸움을 매듭짓기 어렵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처럼 이 번에도 회담 직전까지 담판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합의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임기내 로드맵만 포괄적으로 합의하고, 우선 이행 가능한 초기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 합의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비건 대표도 지난달말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비핵화 실행조치와 상응조치의 '동시적·병행적'(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 추진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 핵개발의 산실인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 및 중심 축으로 상응조치를 맞추는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변 핵시설 폐기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상응조치를 전제로 밝힌 내용이다.
특히 시료 채취까지 가능한 검증을 허용할 경우 북한의 핵능력이 국제사회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선 중대한 결단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미국은 상응조치로 북미간 연락사무소 설치를 통한 '새로운 관계수립', 종전선언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 시작'을 제시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와 관련, 미 CNN은 18일(현지시간) 2명의 고위급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북미가 연락관을 상호 교환하고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연락사무소 설치는 국교 정상화의 초기 조치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실일 경우 비핵화조치와 함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이 북미간 연락사무소 설치나 종전선언의 대가로 핵개발의 심장부를 내놓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히 적지 않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마지막 해를 앞두고 제재완화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조건없는 재개의지를 밝힌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를 영변 핵시설 폐기 대가로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관련해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13일 "제재완화의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전적인 의도"라며 제재완화를 처음 거론해 주목된다.
일부에선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를 합의문에 명시하지는 않되 이면에서 양해하는 수수준으로 타결을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인도적 지원,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만 합의하더라도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상당한 성과"라며 "이렇게 합의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여론을 설득시킬 수 있을지가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