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반전 흥행은 '팬덤'이 결정한다. '팬덤'을 잡은 영화들이 단순히 손익분기점 돌파를 넘어 상업적인 흥행까지 이뤄내는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해 중저예산 흥행 역전작들을 탄생시키며 영화계 화두로 떠오른 '팬덤' 문화는 이제 흥행의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 신드롬을 중심으로 영화계를 뒤흔든 '팬덤' 현상을 짚어봤다.
◇ 더 강력해진 '팬덤' 파워…관객들이 달라졌다꾸준히 징조는 있었지만 역대 박스오피스 2위까지 오른 '극한직업'의 등장은 천만 영화 상징성을 완전히 뒤바꿨다.
'극한직업'은 코믹 액션도 아니고 코믹 드라마도 아닌 '코미디' 장르 하나에 집중한 영화다. 최대한 넓은 세대 관객들을 타깃으로 하고, 재미에 감동까지 주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전통적 천만 영화 공식에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명량'의 1700만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영화시장분석가 김형호 씨는 이런 흥행 이변의 이유로 관객들의 변화에 주목한다.
김 씨는 "'극한직업'이 역대 흥행 2위에 올랐기 때문에 이번 사례는 완전히 상징적이다. 지난해 '보헤미안 랩소디'나 '완벽한 타인'도 이와 비슷하게 집단 관객 현상을 일으켰다"라고 그 의미를 평가했다.
이어 "'극한직업'의 주력은 결국 코미디를 좋아하는 관객들이다. 평점 분석을 해보면 80% 이상이 '재미'라는 표현을 쓴다. '재미'와 '감동'으로 키워드가 양분됐던 기존 천만 영화들과는 그 양상이 다르다. 후반에 갈수록 기대가 커져서 '실망'이라는 키워드도 많아지는데 이 영화는 그 패턴에서 벗어나있다. 평점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이건 결국 이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 즉 코미디 영화 관객들이 와서 본다는 것"이라고 기존 천만 영화들과 '극한직업'의 다른 흥행 양상을 설명했다.
특정 장르에 특화된 영화들은 개성 넘치지만 대중적이지 않을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관객 소비 방식이 이렇게 변화하면서 '대중성'이 상업 영화의 필수 조건인 시기는 지났다는 분석이다.
김 씨는 "앞으로도 기존에 만들어지지 않았던 방식의 중저예산 영화들이 훨씬 쉽게 손익분기점을 넘고 거기에 더해 뜻밖의 성과를 거두는 사례들이 많을 것이다. '팬덤'으로 표현되는 집단 관객들의 힘이 강해졌기 때문에 그 시장을 주목할 시점"이라며 "가요계로 비교하자면 BTS(방탄소년단)가 H.O.T.만큼 누구나 아는 히트곡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팬 '아미'들이 훨씬 더 강력한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전망했다.
◇ SNS 입소문으로 집결하는 '팬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인 CJ CGV(이하 CGV)는 이미 지난해를 결산하는 미디어포럼에서 '팬덤'이 영화시장을 주도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CGV 측은 '보헤미안 랩소디'를 포함해 방탄소년단 영화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재개봉 등의 성공이 모두 '팬덤' 현상의 힘이었다고 진단하면서 단순히 영화가 아닌 극장에서 두 시간 동안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콘텐츠를 찾는 관객들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임을 전했다.
관객이 집단화되는 현상은 SNS 입소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결국 이런 입소문에 따라 영화의 운명이 갈리고 제대로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영화들은 '낙방'하게 된다.
CGV 관계자는 "과거 성공 방식이 그대로 재현되는 것 같지 않다는데 동의한다. 이제 관객들은 영화의 유명 배우나 감독이나 규모를 보는 게 아니라 얼마나 관객에게 공감을 살 수 있고,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느냐를 중요하게 본다"라고 밝혔다.
이어 "영화를 보는 것은 개인적 경험이지만 이를 SNS 등을 통해 훨씬 쉽고 폭넓게 공유하면서 결국 관객들이 서로 연결되고 이것이 팬덤 현상으로 확산된다"며 "단순한 재미를 떠나 이 영화가 어떤 가치있는 시간을 선사할 수 있을지, 관객들의 판단은 점점 더 냉정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