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제공)
실제 부동산 소유자가 부동산실권리자명의 이전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다른 사람 이름으로 등기한 경우, 소유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를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두 건의 부동산 명의신탁 사건을 놓고 공개변론을 진행, 누구에게 명의신탁 부동산 소유권을 인정해야 할지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들었다.
앞서 대법원은 2002년 9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명의신탁 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이 무효가 된다"고 판단했다.
이 판단에 따라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했지만, 해당 부동산 소유권은 명의신탁자, 즉 실소유자에게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이날 대법원 공개변론에는 기존 판례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투기, 탈세 수법으로 악용되는 명의신탁 약정을 반사회적 행위로 보고 바꿔야 한다는 반대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기존 판례 입장을 지지하는 박동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명의신탁이 위법한 행위임은 맞다"면서도 "신탁자(실소유자)의 소유권을 박탈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는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유권을 대가 없이 박탈하는 해석론은 적절하지 않다"며 "명의신탁된 부동산의 소유권을 수탁자에게 귀속한다는 결론이 정의 관념에 부합하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송오식 전남대로스쿨 교수도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자의 등기회복을 위한 권리행사를 금지하지는 않는다"며 "명의신탁 금지규정은 정책적 판단으로, 명의신탁약정 그 자체는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는 "부동산실명법은 투기, 탈세, 탈법의 명의신탁을 반사회적 질서 행위로 명문화했다"며 "명의신탁을 금지해 부동산 거래를 정상화하고 어길 경우 처벌하겠단 입법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투기는 반사회적 행위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는데도 대법원 판례는 부동산 명의신탁을 형사법 위반이라고 보면서도 명의신탁자의 재산을 인정해주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서면을 통해 "명의신탁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며 "적어도 부동산 투기나 탈법 수단으로 이뤄진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명의신탁자가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며 판례 변경에 찬성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공개변론에서 제기된 의견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심리한 뒤 기존 판례를 변경할지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