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오세훈, 김진태, 황교안(좌측부터) 당대표 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채널A 사옥에서 열린 합동TV토론회에서 손을 잡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2‧27 자유한국당 당권 레이스가 중반을 지난 가운데 20일 네 번째 TV토론에서 당권주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당성을 두고 격돌했다.
전날 열린 제3차 TV토론에서 'OX답변' 방식으로 탄핵 정당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X'라고 답했던 황 전 총리는 이날 토론에서 오세훈 전 시장과 김진태 의원으로부터 협공을 당했다.
채널A가 중계한 이날 TV토론에서 황 전 총리는 탄핵 정당성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탄핵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황 전 총리의 답변을 두고 탄핵 정당성을 지지하는 오 전 시장과 부당하다고 항변한 김 후보는 모두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며 황 전 총리를 압박했다.
포문은 김 의원이 열었다.
김 의원이 황 전 총리를 향해 "박 전 대통령 탄핵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황 전 총리는 "헌재의 결정은 존중해야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법원에서 재판 중인데 탄핵이 결정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탄핵을 결정한 헌재의 판단을 따라야 하지만, 뇌물죄 등 혐의로 기소된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한 부분은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탄핵에 대해 '정당' 혹은 '부당' 등 양자택일 답변을 회피한 셈이다.
김 의원은 재차 "어제 토론회에서 (황 전 총리가) 처음엔 부당하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며 "그런데 오 전 시장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하니까, 다시 탄핵 정당성에 대해 말한 건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당하다고 했다가 또 다시 부당한 게 아니라 절차적인 것만 따지는 것이라고 하는데 오엑스(OX)로 답변할 수 없냐"고 압박했다.
이에 황 전 총리는 "어제 이야기할 때 OX로 물어보니 X라고 답했지만, 부연설명이 필요해서 상세하게 말했다"며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를 지켜보던 오 전 시장도 황 전 총리를 향한 압박 공세에 동참했다.
오 전 시장은 황 전 총리에게 "탄핵과 관련해 어제보다도 더 불투명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황 전 총리가) 분명 탄핵을 인정할 수 없다고 시작했는데 제가 여러 번 확인하니 헌재 판결을 존중한다고 했다가, 아니라고 했다가 지금 또 탄핵을 인정한다고 한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고 정면 겨냥했다.
그러면서 "탄핵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는데, 당시 헌재 재판이 진행될 때는 이미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을 할 때 탄핵의 절차적 문제가 있으면 그때 문제를 제기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황 전 총리는 "OX로 탄핵에 대해 묻길래 적정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답을 세모(△)로 하려고 했다"며 "X로 답을 썼지만, 헌재 결정은 존중하지만,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반박했다.
또 "헌재 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법무부의 대응도 그 자체를 존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탄핵 정당성 관련 단답형으로 묻는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오 전 시장이 '회피형 리더십'이라고 다소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면서 황 전 총리와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은 받은 김경수 경남지사와 문재인 대통령의 연관성을 두고도 설전이 벌어졌다.
오 전 시장과 김 의원은 댓글사건의 '몸통'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황 전 총리를 향해 협공을 펼쳤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드루킹 사건의 몸통이 누가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황 전 총리는 "김 지사가 연루돼 문제가 있고, 배후가 있다는 생각도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에 김 의원이 재차 "김 지사가 몸통이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황 전 총리는 "여기서 말하긴 어렵지만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씀을 드렸다"고만 답했다.
김 의원은 "김 지사 판결문에 배후가 수도 없이 나온다"며 "169쪽짜리 판결문에 '문재인'이 92회나 나오는데 몸통이 문 대통령이이라고 생각하는데 동의하냐"고 압박했다.
황 전 총리는 "사람 이름이 거명된다고 해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배후로 볼 수 있는지는 판단이 필요하다"며 "이 자리에서 단정짓기는 적절치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오 전 시장도 "대선 당시 영부인이 '경의선 보러가자'라고 이야기하고, 정황을 보면 누가 몸통인지 짐작이 간다"면서 "그런데 왜 그리 신중모드를 유지하냐"고 압박했다.
황 전 총리는 "진상을 밝히는 게 필요하고 선행돼야 하지만,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고 단정하는건 다른 문제"라며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오 전 시장은 "신중한 건 좋지만, 앞으로 특검으로 가야한다고 말하면 되는데 언급을 회피하는 것을 보면서 답답하다"며 "포괄적, 원론적, 타협적으로 말씀하는 게 바로 '회피형 리더십'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황 전 총리를 비꼬았다.
한편, 당권주자들은 오는 21일 오후 부산 합동연설회 참석 후 저녁에는 KBS에서 제5차 TV토론회에서 격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