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근로자가 작업 중 숨진 충남 당진시 송악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정문. (사진=연합뉴스)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50대 외주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당진공장은 지난 2007년부터 약 10년간 작업 중 사고로 노동자 33명이 숨진 바 있는 '만성 산업재해 사업장'으로 악명이 높았다.
여기에다 1년여 전인 2017년 12월에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도 받아 340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되기도 했지만 사고가 또다시 일어난 것이다.
현대제철은 21일, "원료 이송시설에서 컨베이어벨트를 정비하던 직원이 20일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며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소중한 인명이 희생된 점에 저희 모든 임직원은 말할 수 없는 슬픔에 고개 숙여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현대제철은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 안전점검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경찰과 소방, 정부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29분쯤, 당진제철소에서 A(51)씨가 철광석을 이송하는 컨베이어벨트 뒷면 고무를 교체하는 작업 중 인근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4인 1조 근무'로 A씨와 함께 작업하던 동료는 "A씨가 고무 교체작업을 하다가 공구를 가지러 간다고 했지만 이후 보이지 않아서 찾아보니 숨져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A씨가 작업용 자재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컨베이어를 밟고 내려오던 중 옆에 있는 컨베이어벨트와 풀리 사이에 협착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현대제철 사고는 앞서 지난해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다 숨진 故 김용균 씨의 사고와 유사하다는 점도 있지만 '산업재해가 현대제철에서 만성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지난 2007부터 2017년 말까지 작업 중 사고로 노동자 33명이 숨졌다. 이번 사고까지 합쳐 34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 2013년 5월에는 전로 제강공장에서 보수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직원 5명이 아르곤 가스에 질식해 숨졌고 같은 해 11월에도 가스 누출로 1명이 사망했다.
2013년 가스 누출 사고 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연합뉴스)
이어 같은 해와 2014년에도 추락 사고가 잇따랐고 최근인 2016년 11월에는 하청업체 소속 30대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2017년 12월에도 20대 노동자가 정기보수 작업 중 기계가 갑자기 작동해 사망했다.
결국 고용노동부 산하 대전지방노동청 천안지청은 지난 2017년 12월, 대대적인 근로감독에 나섰다. 당국은 근로감독을 통해 총 340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고 이 가운데 75%인 253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어 사용중지 명령 사안 3건과 과태료 부과 사항 28건을 적발해 총 2,27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1년여 만인 올해 2월 또다시 사고가 난 것이다.
노동청의 근로감독은 당시에도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금속노조는 "현대제철의 2018년 시설물 개선 공사 계획에 포함한 내용을 지적했을 뿐 근로자가 사망하는 중대 재해의 원인이나 구조적인 규명은 없었다"며 "면죄부를 주는 근로감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제철 근로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쇳가루 등 먼지에 대한 노출, 롤 가공 과정에서 오일 미스트 노출에 따른 호흡기 질병 유발 가능성 등의 문제는 노동 당국이 외면했다"며 "특히 지난 2017년 12월 13일 사망사고가 발생한 곳에서 작업표준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근본적인 문제 등을 눈감아 줬다"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