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제주권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로 나선 오세훈(왼쪽부터), 황교안, 김진태 후보가 당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21일 부산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제주권 합동연설회는 '태극기 부대'의 돌발행동 없이 무난하게 진행됐다.
김진태 의원의 열혈 지지층인 태극기 부대는 지난 14일 대전과 18일 대구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타 후보들에게 욕설과 야유를 퍼붓는 등 돌발행동을 보여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한국당도 5‧18 망언 논란에 이어 전대에서 태극기 부대의 극우 행보로 인해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이에 대한 적극 조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3차 합동연설회가 열린 부산 벡스코에는 1‧2차 연설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2000석 안팎의 좌석이 마련됐다.
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태극기 부대 논란이 확산되자 부산에서는 각 지역 당협끼리 모여 책임당원들을 미리 좌석에 배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을 지지하는 태극기 부대가 한 곳에 모여 집단행동을 벌일 가능성을 사전 차단한 셈이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 의원 등 당권주자들은 각각 '통합', '중도확장', '의리' 등을 전면에 내걸고 차별화에 주력했다.
황 전 총리는 이날 연설회에서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을 떠받치는 자동차 산업이 세계 5위에서 7위로 추락했고, 협력업체들은 줄줄이 도산 위기"라며 "귀족노조의 횡포를 막고, 진짜 근로자의 권리를 지키겠다"고 경제 문제를 집중 공략했다.
그러면서 "경제를 일으키고 안보를 지키려면 내년 총선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제가 기필코 정권을 찾아 오겠다"고 자신이 보수 통합과 총선 승리를 이끌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은 두 후보가 당선되면 재차 '탄핵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고 지적하며 '중도확장론'을 강조했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저들(정부‧여당)을 심판하고 위기에 빠진 나라를 바로 잡을 수 있다"며 "탄핵 총리가 당의 간판이 되면 수도권 선거에서 122석은 물 건너갈 것"이라며 황 전 총리를 집중 견제했다.
동시에 "'김진태'를 연호하는 분들의 모습이 보기 좋고 부럽다"면서도 "그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일반 국민의 마음은 우리 당으로부터 멀어져 갈 것"이라고 김 의원이 주도하는 당의 '우편향' 움직임을 경계했다.
1‧2차 연설회에서 태극기 부대의 세 과시에 힘입어 상승세를 탄 김 의원은 "오늘은 다른 지역 제 지지자들은 되도록 오지 말라고 했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촛불이 무서워 도망갈 때 누가 남아 당을 지켰냐"며 "가는 곳마다 '김진태'를 외치고 분위기가 바뀌었다. 판이 뒤집어졌다"고 승리를 자신했다. 탈당 전력이 있는 오 전 시장과 입당하지 않았던 황 전 총리와 차별화를 통해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한다는 전략이다.
1‧2차 합동연설회에서 '문재인 탄핵'을 주장하며 극우 행보를 보였던 김준교 청년 최고위원 후보도 이례적으로 자세를 낮추는 모습이었다.
김 후보가 "그동안 사려 깊지 못하고 다소 과격한 언행으로 당의 축제인 전대에 누를 끼치게 돼 죄송하다"며 "젊은 혈기에 실수한 것을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고개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이같은 김 후보의 발언에 김 의원 지지층을 중심으로 청중들 사이에선 "괜찮아", "힘내라" 등 함성이 쏟아졌다. 이전 두 차례 연설회에서 '문재인 탄핵'을 주장했던 김 후보는 이날은 '탄핵'이라는 단어를 한 차례도 꺼내지 않았다.
앞서 두차례 연설회에서 태극기 부대로부터 욕설과 야유를 받았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이날 모두 발언에서는 오히려 청중들로부터 몇 차례 박수를 받기도 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욕하고 싶은 게 수 없이 많아도 때와 장소가 있다"며 "진정한 우리 당의 주인들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행사 시작 전 벡스코 광장에서 일부 시민단체 등이 5‧18 망언 관련 규탄대회를 열기도 했다.
부산대와 동아대 등 부산지역대학 민주동문회는 김진태 의원 지지 버스 앞에서 '5.18 망언 자유한국당 해체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적폐청산 부산운동본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괴물 3인방은 국회에서 사라져라' 글귀의 현수막을 걸고 망언 논란 당사자인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을 규탄했다.
한국당은 오는 22일 경기 성남에서 서울·인천·경기·강원권 합동연설회와 이날 저녁 KBS, 23일 MBN TV토론회를 끝으로 연설 및 토론 일정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