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이 16.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이하 동일)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로 종영했다. '시청률 제조기' 김순옥 작가와 '리턴' 주동민 PD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최고 시청률은 결국 20% 고지를 넘지 못했다.
제작발표회 당시 배우들은 김순옥 작가 드라마마다 불거진 '막장' 우려에 대해 일축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최신판 '막장' 드라마의 포문을 '황후의 품격'이 활짝 열었다는 평가다.
방영 4개월 내내 '황후의 품격'은 오써니(장나라 분)의 복수가 몰고 온 뜨거운 화제와 함께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들로 '막장'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법정 제재를 받은 문제적 장면들부터 종영 하루 전까지 시끄러웠던 임산부 성폭행 장면까지 '막장'의 순간들을 짚어봤다.
◇ 민유라·이혁 욕조 애정신황제전 비서팀장 민유라(이엘리야 분)와 황제 이혁(신성록 분)의 욕조 애정신은 높은 수위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5세 이상 시청가'인 드라마에 어울리지 않는 선정적 장면이라는 비판이었다. SBS는 이를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재방송해 방심위 법정 제재를 받았다.
◇ 시멘트 고문신초반 태후 강씨(신은경 분)가 민유라를 협박하며 몸 위에 시멘트를 쏟아 붓는 순간도 대표적 '막장' 장면으로 꼽힌다. 모방 위험은 물론이고, 두 캐릭터 사이 갈등을 이렇게 극단적으로 표현할 필요는 없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 장면 역시 '황후의 품격'이 방심위 법정 제재를 받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 테러범 '조현병' 언급신태후 강씨가 황실을 공격한 테러범에게 '조현병 환자'라고 언급한 장면도 문제가 됐다. 정신분열병을 뜻하는 '조현병'은 실제 존재하는 정신 질환으로 인격의 여러 측면에 걸쳐 광범위한 임상적 이상 증상이 발생한다.
테러범을 '조현병 환자'라고 칭할 근거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황후의 품격'에서는 마치 욕설처럼 쓰여 실제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편견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장면도 법정 제재인 '주의' 조치를 받았다.
◇ 앵무새 학대신태후 강씨는 어린 이혁이 기르던 애완 앵무새를 불태운다. 이 장면을 두고 동물 학대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태후 강씨의 냉혹한 성품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지라도 동물을 불태우는 장면은 지나치게 잔인하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시청자들은 실제 앵무새가 이용된 해당 장면의 촬영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 임산부 성폭행신종영 하루 전까지 '황후의 품격'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민유라가 황실에 들어오게 된 계기를 보여주는 과거 회상을 보면 강주승(유건 분)의 아이를 임신한 민유라를 황실에서 고용한 남성이 성폭행한다.
성폭행 과정은 당연히 자세하게 그려지지 않았지만 사건 이후 상황들이 적나라하게 방송돼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임산부에 대한 성폭행 설정 자체가 도를 넘은 불쾌한 장면이었다는 것이다. 방심위는 현재 해당 장면에 대한 심의 검토에 들어갔다.
'황후의 품격'이 지상파 드라마임에도 이 같은 장면들을 내보낸 이유는 다름 아닌 과열된 시청률 경쟁 때문이다. 기대치만큼의 시청률은 아니지만 실제로 '황후의 품격'은 줄곧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 해왔다. 자극적인 논란이 거세질수록 인기도 치솟은 셈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IPTV, 케이블 채널들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지상파 방송의 선을 넘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방송한 거다. 그것이 광고 수익을 위한 시청률 경쟁의 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고의 선'이 시청률이라고 하더라도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책임감을 회피하기는 어렵다.
최 교수는 "전국에 송출 가능한 전파는 기본적으로 한정된 공공재이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를 누리는 것 자체가 특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채널들보다 공영성을 지킬 의무가 있는 것이고 '황후의 품격' 같은 드라마는 그걸 무너뜨려서 결국 문제가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시청률을 위한 '막장' 요소들이 줄어들기 위해서는 재승인 심사 시에 방심위 벌점의 실질적인 적용이 필요하다.
최 교수는 "법정 제재를 받아야 벌점이 생기는데 사실 3년마다 받는 재승인 심사에서 이 벌점의 영향이 미비하다. 걸려봐야 큰 문제가 생기지 않으니 이 정도는 감수해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팽배하고 계속 같은 일들이 반복된다. 벌점이 재승인에 영향을 미치도록 불이익이 확실해야 방송사들이 주의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