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연합뉴스 제공)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회담 전망에 대한 한미 간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우리 정부 당국자나 전문가들 사이에는 낙관적 전망이 점차 늘어나는 반면 미국 측은 기대치를 낮추려는 태도를 보여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나 "쉬운 협상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긍정적 전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미 양국 정상이 이번 회담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고 각각의 입장에 대한 이해 수준도 과거에 비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두 정상은)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지 않는다면 다음에 올 상황이 굉장히 어렵고 다시 이런 기회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시각도 대체로 비슷하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20일 평화재단 주최 포럼에서 "북미 정상들이 톱다운 방식으로 대담한 협상을 진두지휘하고 있어 성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 실장은 11일 국회 세미나에서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을 전제로 "개성공단은 올여름쯤이면 재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20일 CBS에 출연해 "조심스레 예상해보지만 (북미) 양국관계 정상화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 "의외로 파격적인 작품이 나올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런 기류는 청와대 측이 지난 10일 '스몰딜'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전후로 상승세를 탔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종단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에서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는 15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며 "1차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행운이 깃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19일 밤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도 이번 회담이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뒤 회담 결과 공유와 후속 조치를 놓고 긴밀히 상의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통화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나는 긴급한 시간표는 갖고 있지 않다"며 "서두를 게 없다"는 말을 몇 차례나 반복했다.
그는 특히 "(핵·미사일) 실험이 없는 한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해 이번 회담에 대한 목표치를 낮추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시한이 촉박한 만큼 북한 핵능력을 동결하는 선에서 협상을 일단락 지을 수 있다는 우려로서, 지난해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본토 방어 우선'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언사, 또는 특유의 협상 기술 측면에서 볼 때 크게 유념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대치를 낮춤으로써 성과를 더 돋보이게 하려는 책략, 만에 하나 결과가 미진했을 경우에 대비한 알리바이, 느긋함을 과시함으로써 협상력을 높이려는 압박 등의 복합 전술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뒤인 20일(현지시간)에는 회담 전망에 대해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톤을 살짝 바꿨다.
또 북한의 '의미 있는 조치'를 전제하긴 했지만 "대북 제재를 풀어주고 싶다"며 과거에 비해 한층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