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연합뉴스 제공)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 출발 소식을 이전보다 빨리 보도하며 눈길을 끌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4일 오전 6시 5분쯤 김정은 위원장이 "2월 27일부터 28일까지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하노이시에서 진행되는 제2차 조미 수뇌 상봉과 회담을 위하여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열차로 하노이에 도착하기까지 이틀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선 보도를 감행한 것이다.
지난해 6월 첫 북미정상회담 당시에는 회담 하루 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비행기를 이용해 평양을 출발했는데, 북한 매체들은 이를 출발 다음날 싱가포르 도착 소식과 함께 내보냈다. 이와 비교하면 공개 시점이 이틀 가량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특히 전체 북한 주민이 볼 수 있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같은 날 1면에 김 위원장이 평양역에서 의장대 사열을 받는 모습과 손을 흔들어 인사한 뒤 열차에 오르는 모습 등을 담은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북한은 통상 드물게 국제적 이벤트에 참석할 때면 최고 지도자의 신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며 직전에야 관련 내용을 보도하곤 했다. 특히 최고 지도자의 동선이 사전에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1차와 2차 북미정상회담 직전 북한 매체들을 통한 공개 시점이 차이가 나는 것은, 우선 국제사회의 기준에 맞춰나가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 정상외교의 일반적인 관행, 국제사회의 보도 관행을 따라 감으로서 북한의 '정상국가'로서의 모습을 과시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또 열차를 통해 이동할 경우 하노이에 도착하기까지 외신 등을 통해 김 위원장의 움직임이 알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차라리 사전에 밝히기로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 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과 더불어 미리 출발 사실을 알린 것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전 주석의 발자취를 되밟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958년 김일성 주석이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하면서 중국 대륙 대부분의 구간을 열차로 이동했던 점을 감안, 이를 재현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일성 주석 역시 출국한 다음날 바로 그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지난 1월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뒤 네번째로 중국을 찾았을 때도 평양을 출발한 하루 뒤인 8일 비교적 신속하게 출발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이 세차례 중국을 찾았을 때는 북중정상회담이 끝난 뒤 동선이나 회담 내용이 공개됐었다.
정성일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열차 방문과 북한 매체의 보도 방식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과거 김일성 주석이 이용했던 구간을 상당부분 다시 밟는 셈"이라며 "북한의 나이든 세대에게서 '청년 김일성'과 호치민 주석의 과거 정상회담 기억을 되살아나게 할 수 있다면 김 위원장에 대한 노년층의 무조건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