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시내의 '롯데센터'. (사진 = 송영훈 기자)
비핵화와 종전선언 등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덩달아 북미정상회담의 무대가 된 베트남 하노이에 진출한 우리나라 유통업계도 평화의 바람을 타고 세계인의 주목을 받을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가장 큰 관심을 갖는 기업으로 꼽힌다.
롯데호텔과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이 결합된 '롯데센터'가 명실상부한 하노이의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문을 연 롯데센터는 하노이에서 두 번째 높은 건물이다. 65층에 마련된 전망대 '스카이워크'는 하노이 전경을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대표적 관광명소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 전망대를 둘러봤다는 점도 롯데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 이어 하노이에서도 깜짝 행보를 보인다면 롯데센터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또 K팝과 박항서 돌풍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은 우리나라 유통업계가 베트남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기회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이트진로는 2016년 하노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베트남 주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30~40도 안팎의 높은 알코올 도수 제품이 인기있는 베트남은 우리나라 소주의 성공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사회진출이 증가한 베트남 여성들의 주류소비가 늘고 있는 추세도 고무적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진로하이트의 베트남으로 소주 수출은 2016년 10만 5천 상자에서 지난해까지 연평균 45%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프랜차이즈 '진로바베큐' 1호점을 열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베트남 국민과자 반열에 올랐다.
2006년 호치민과 2009년 하노이에 각각 공장을 세워 현지화 전략에 나선데다 베트남의 'Tinh Cam(정감)'이 우리나라 '情(정)'과 비슷한 점을 활용한 '초코파이=Tinh'이라는 마케팅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오리온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초코파이를 6억개 가량 판매했다. 향후 베트남 법인 최초 메가브랜드(연매출 1천억원 이상 브랜드)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2010년 연매출 1천억을 기록한 오리온은 2016년 연매출 2천억을 돌파했고 지난해 233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2007년 베트남에 진출해 현재 3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은 과거 프랑스 영향으로 빵을 먹는 문화가 발달해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뚜레쥬르는 베트남 주요 교통수단인 자전거와 오토바이 무료 발렛파킹 서비스를 도입해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SPC의 파리바게뜨도 2012년 베트남 호찌민시에 1호점을 연 뒤 현재 15개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노이에는 모두 6개의 매장이 있다.
베트남 현지 파리바게뜨 매장 매출 1위를 기록한 병푸딩(병에 담긴 우유푸딩)과 팥빙수가 큰 인기를 끌며 2015년 2996억원을 기록한 매출은 2017년 3645억원으로 성장했다.
이밖에 유통업계의 제품뿐만 아니라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도 홍보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주요 도로에 세워진 간판이 김 위원장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한화생명이 있다. 2009년 국내 생명보험사 가운데 처음으로 지분 100%를 출자해 베트남에 진출했다.
한화생명은 2009년 410억동(우리나라 돈 약 20억원)의 매출을 시작으로 지난해 6월 3794억동(우리나라 돈 약 18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현지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K팝과 박항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면서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베트남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기업과 제품에 관심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