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으로 입국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운명을 건 핵 담판'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가운데,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그림자 수행'이 이번에도 이어질지고 있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4·27 판문점 1차 남북정상회담부터 5·26 2차 정상회담, 9·19 평양 3차 정상회담 때마다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밀착 수행하며 비서실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할 때만해도 일각에서는 북한 내 권력서열 2위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지만, 이후 1년 여간 노출된 김 부부장의 행보를 보면 권력의 중심부 인사라기보다는 김 위원장이 중요 순간마다 '믿고 맡기는' 비서실장 역할이 더 두드러진다.
이날 오전 8시15분(현지시간)쯤 김정은 위원장을 태운 열차가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동북쪽으로 170Km 떨어진 랑선성 까오록현의 중·베트남 접경지역에 있는 작은 기차역인 동당역에 도착할 때부터 김 부부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동당역 플랫폼에 도착한 방탄 열차가 역사에 깔린 레드카펫에 김 위원장의 하차 지점을 맞추기 위해 잠시 앞뒤로 움질일 때 검은 정장 차림의 김 부부장은 먼저 열차에서 내려 플랫폼을 체크하는 모습이 현장 카메라에 잡혔다.
레드카펫 주변의 사열대를 체크한 김 부부장은 다시 열차로 올라 김 위원장이 플랫폼에 내려 선 뒤 따라나왔다.
급히 뛰어나온 베트남 통역 뒤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등 북한 대외관계를 총괄하는 3인방이 뒤따랐고, 김 부부장도 이들과 함께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김 위원장이 미리 마중나온 마이 띠엔 중 베트남 총리실 장관 등과 악수를 나누는 사이 '여동생' 김 부부장은 '외교안보 3인방' 뒤편을 자연스럽게 스쳐 거리낌없이 오가며 김 위원장을 챙겼다.
역사 밖으로 나올 때도 김 위원장의 동선 왼편 앞쪽에서 3~4m 거리를 유지했고, 김 위원장이 역사 앞에 몰려든 취재진을 통과해 마중나온 베트남 시민들을에게 손을 흔들고 방탄 차량을 탈 때까지 옆에서 동선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4월 27일 1차 남북정상회담 때도 김 위원장을 밀착 수행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당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함께 정상회담에 배석자로 참석했고, 김 위원장이 방명록에 서명할 때 쓸 펜을 직접 건네주거나, 기념 식수하는 자리에서 흰색 장갑을 챙겨주는 등 '그림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이 무산 위기에 몰리면서 5월 26일 판문점 북측지역에서 긴급하게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도 김 부부장은 통일각 앞에서 김 위원장을 대신해 문 대통령을 직접 맞는 등 의전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공동합의문 서명식에서도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이 앉을 의자를 뒤로 빼주거나 서명할 펜 뚜껑을 열어 건네는 등 근접 보좌했다.
문 대통령이 평양을 찾은 9·19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도 김 부부장의 역할이 빛을 발했다.
문 대통령의 방북 첫 날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 앞서 대극장에 30분 이상 먼저 도착해 문 대통령을 현장에서 맞을 김 위원장의 사전 동선도 챙겼다.
'오빠' 김 위원장이 탄 차량이 평양대극장 앞에 도착하자 김 위원장이 차량에서 내리기도 전에 허리를 90도 이상 숙여 인사를 하는 등 평양 내부에서도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문 대통령의 방북 이틀째 열린 옥류관 오찬에서도 헤드테이블 옆에 자리가 마련됐음에도 식사를 하지 않은 채, 문 대통령 내외와 김 위원장 내외의 행사 사전·사후 동선을 경호원들과 상의하며 점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