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2008년 6월 27일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제공)
27일부터 1박2일간의 일정으로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가운데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낸 북한의 핵개발 수준 및 능력에 다시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은 2017년 화성-14와 화성-15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잇따라 시험발사하고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앞서 같은해 9월에는 핵실험의 본산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은 북한이 이른바 핵무기의 3대 요소인 핵물질과 이를 폭탄으로 터뜨리는 기폭장치 기술 또 핵폭탄을 1만킬로미터 이상 날려보낼 수 있는 운반수단까지 확보했다고 선언한 것과 같은 의미다.
국방당국과 전문가들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경우 재진입기술까지 갖춘 것인지는 더 확인이 필요하면서도 북한이 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낼 만큼의 핵개발 수준과 핵무기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 전세계 우라늄 매장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北…80년대부터 핵개발 본격화 국방당국에 따르면 북은 1950년대 소련·중국과 잇따라 원자력협정을 체결하고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한 뒤 1965년 영변 지역에 대규모 원자력 단지를 조성했다.
197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가입한 뒤 평화적 핵이용을 명분으로 5메가와트 규모의 원자로 공사에 착공했고 80년대 이후 영변 일대에 핵 원료인 우라늄을 추출해 내는 정련시설과 변환시설,핵연료가공공장,재처리시설을 가동하는 등 본격적인 핵개발에 나선다.
북한은 연간 약 80톤의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수 있는 재처리 시설을 건설해 1989년부터 가동했는데 2002년 이후 최소 4차례 이상의 재처리를 통해 현재 핵실험에 쓰고 남은 약 50kg의 풀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국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플류토늄 5-6kg이면 핵무기 1개를 만들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 플루토늄만으로도 이미 10여개의 핵무기를 제조했거나 제조할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북한은 핵폭탄의 또다른 원료인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UEP)도 개발했다. 2002년 미국 켈리 특사 방북시 이를 시인해 2차 북핵위기가 촉발되기도 했다.
이어 2010년 11월에는 핵전문가인 해커 박사를 초청해 우라늄을 농축시시키는 장치인 2천대의 원심분리기 시설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약 1천대의 원심분리기가 1년에 핵무기 1개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분석하는데 2천개를 돌리면1년에 2개씩, 10년이면 20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역시 영변 원자력단지내에 있는 것으로 공식화돼있는데 180평의 공간만 있으면 1천개의 원심분리기를 돌릴 수 있을 정도여서 영변 외의 지역에서도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바 있다.
한편 북한에는 전세계 우라늄 매장량 추정치 4천만톤의 절반 이상인 2천4백만톤의 우라늄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실제 채굴 가능한 우라늄은 4백만톤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세계가 50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기초재료가 무궁무진하게 널려 있는 셈으로 북한이 핵폭탄 개발에 매달려온 역사의 한 배경으로도 볼 수 있다.
◇ "영변 핵시설, 전체 북한 핵의 70% 이상 의미"그렇다면 북미협상에서 폐기협상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이는 영변 핵시설이 갖는 의미는 얼마나 될까?
국방당국에 따르면 평안북도 영변군에 있는 북한의 핵시설 부지는 여의도 면적(250만평)보다 조금 더 큰 270만평 크기로 여기에 약 4백여개의 핵시설 건물이 모여있다.
동쪽에는 476미터의 약산이 있고 부지 중앙으로는 구룡강이 흐르는 지역이다.
북한이 초기 핵개발을 위해 구소련으로부터 들여온 IRT-2000 연구용원자로와 핵연구시설, 5메가와트 규모의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우라늄을 농축하는 핵연료가공공장 등이 핵심시설이고 지원부대와 경계시설 등 다양한 시설이 집적돼 있다.
핵폭탄의 위력과 기폭기술을 시험하는 폭발시험의 본산이 함경북도 길주 풍계리라면 영변은 그 이전에 핵물질을 연구하고 생산하는 본산인 셈이다.
북미회담을 통해 폐기 결론이 나올 수 있는 영변 핵시설이 북한 핵시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군의 한 관계자는 "70% 이상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합의인데 영변 핵시설 폐기가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해 "일단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입구로 들어간다는 의미"라며 "북미가 출구(비핵화 완성)를 명확히 하고 로드맵에 합의하더라도 비핵화로 가는 100리 길의 10리 정도를 걸은 것으로 봐야 한다. 그 이후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