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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가슴에 박힌 화살...3·1운동 이야기를 오페라로”

사회 일반

    “40년 전 가슴에 박힌 화살...3·1운동 이야기를 오페라로”

    광복 직후, 아이들을 위한 한글 동요 작곡
    '엄마 엄마' ... 동요 <봄> 가장 좋아해
    1972년 선교사, '3.1 운동 오페라' 제안
    오페라 '함성1919' 나라 잃은 설움 담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재훈 (작곡가, 목사)

    북미 정상 회담 뉴스로 방송이 전부 뒤덮이다시피 하고 있습니다마는 내일모레 3.1절을 앞두고 뜻깊은 손님 한 분이 한국을 찾으셔서요. 이분은 좀 꼭 만나봬야 될 것 같습니다. 원로 작곡가 박재훈 선생님이신데요. 성함만 들어서는 누구시지? 좀 낯서실 수도 있으실 거예요. 그런데 단언컨대 이분의 노래를 들으면 아마 이분의 노래를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단 한 분도 안 계실 겁니다. 잠깐 들어보시겠어요?

    (노래1) “시냇물은 졸졸졸졸. 고기들은 왔다 갔다. 버들가지 한들한들. 꾀꼬리는 꾀꼴꾀꼴...”
    (노래2)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 김현정> 그렇죠? (웃음) 제 말이 맞죠? 정말 모르는 분은 한 분도 안 계시죠. 바로 이 동요의 작곡가 박재훈 선생이십니다. 그런데 오늘 모신 건 이 동요 때문이 아니고 연세가 97세가 되신 이 원로 작곡가가 3.1 운동을 소재로 한 오페라 <함성 1919="">를 무대에 올리신답니다. 화제의 인터뷰에 안 모실 수가 없네요. 박재훈 목사님 만나보죠. 목사님,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작곡가 박재훈 선생

     

    ◆ 박재훈> 안녕하세요.

    ◇ 김현정> 목사님 지금 아흔일곱 연세 되신 거죠?

    ◆ 박재훈>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지금 들으시는 분들이 목이 좀 잠기셨네 이러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성대 한쪽이 불편하신 상태시죠.

    ◆ 박재훈> 네, 마비됐어요.

    ◇ 김현정> 성대 한쪽이 마비가 돼서 지금 말씀하시는 건 좀 불편하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제가 이렇게 뵙고 있잖아요. 엄청 정정하세요. 말씀이 좀 불편하실지 몰라도 정정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이렇게 오셨는데 캐나다에서 귀국하셨어요?

    ◆ 박재훈>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언제 오셨습니까?

    ◆ 박재훈> 13일날 왔어요.

    ◇ 김현정> 13일날. 그러니까 이 함성 1919라는 오페라가 무대에 오르는 걸 보시려고 귀국을 하신 거군요.

    ◆ 박재훈> 네. 한 번밖에 못 봤어요, 연습하는 걸.

    ◇ 김현정> 그러셨어요? 괜찮던가요?

    ◆ 박재훈> 괜찮아요.

    ◇ 김현정> 그 오페라 이야기 잠시 후에 하도록 하고. 사실은 저는 이분이 동요 작곡가다 이러고 소개를 받아서 동요라면 무슨 작곡을 하셨나 이랬는데 아니, 세상에 “시냇물은 졸졸졸졸...” “펄펄 눈이 옵니다.” 이거 말고도 유명한 곡들이 다 박 목사님 곡이더라고요.

    ◆ 박재훈> 다가 아니야.

    ◇ 김현정> 다가 아니죠. (웃음)

    ◆ 박재훈> 몇 개 더 있죠.

    ◇ 김현정> 도대체 어떤 곡들을 더 작곡하셨는지 잠깐만 더 들어볼까요?

    (노래3) “산골짝에 다람쥐 아기 다람쥐.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을 간다.”
    (노래4) “송이송이 눈꽃송이 하얀 꽃송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얀 꽃송이. 나무에도 들판에도.”
    (노래5)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님 은혜. 푸른 하늘 그보다 더 높은 것 같아.”

    ◇ 김현정> 어머님 은혜도 박 목사님 작품입니까?

    ◆ 박재훈> 네.

    ◇ 김현정> 몇 개 안 돼요 그러셨는데 다 유명한 곡들이에요.

    ◆ 박재훈> 그렇게 사람들이 불러주셔서 고마운 거죠.

    ◇ 김현정> 어떻게 이렇게 주옥 같은 동요들을. 음악 교육을 제대로 어떻게 어디서 받으신 겁니까?

    ◆ 박재훈> 내가 뭐 한 게 아니고 8.15. 8월 15일날 해방됐어. 그러니까 갑자기 된 거예요.

    ◇ 김현정> 갑자기 됐죠, 해방이.

    ◆ 박재훈> 갑자기 된 건데 그때까지 일본 시대는 8월 14일까지는 어린아이들에게 일본 군가, 일본말로. 일본 군가 그거밖에 할 게 없어요.

    ◇ 김현정> 8월 15일날 누가 그렇게 광복이 될 줄 알았습니까?

    ◆ 박재훈> 몰랐지.

    ◇ 김현정> 몰랐죠. 8월 14일까지는 아이들도 다 일본 노래, 일본 군가. 이런 거 불렀어요.

     

    ◆ 박재훈> 그럼. 그런데 해방되니까 아이들한테 뭘 가르쳐? 일본말로 가르쳐? 말도 안 되지.

    ◇ 김현정> 말도 안 되죠.

    ◆ 박재훈> 그 당시에 어린이 잡지가 2개가 있었어요.

    ◇ 김현정> 뭐가 있었습니까?

    ◆ 박재훈> <소년, 방정환=""> 또 하나는 교회에 선교사들이 내는 <아이 생활="">

    ◇ 김현정> 선교사들이 만들어서 배포하는 잡지 아이생활 하나랑 방정환 선생님의 소년 두 가지.

    ◆ 박재훈> 2개밖에 없어. 거기에 동시가 들어 있어. 아름다워요. 그래서 한 50권 빌려다가 쌓아놓고 교회에 조그마한 방에서 피아노인가 풍금인가.

    ◇ 김현정> 풍금일 것 같은데요, 왠지 그때는.

    ◆ 박재훈> 그걸 가지고 쓰는 거야, 그냥.

    ◇ 김현정> 그러면 아이생활 잡지에 있는 가사들, 동시 가사들을 보면서 거기다 그냥 멜로디를 즉흥적으로 풍금 치면서?

    ◆ 박재훈> 그럼, 쓴 거야. 사흘 썼어. 사흘 쓰니까 50개가 다 작곡됐어.

    ◇ 김현정> 사흘 동안 골방에서 50개 동요를? 세상에.

    ◆ 박재훈> 그런데 며칠 지나고 보니까 가사는 다 아름답고 좋은데 곡조는 비슷비슷해. (웃음)

    ◇ 김현정> 곡조는 비슷비슷해. (웃음) 어디 한번 보죠. 잠깐만요. 펄펄 눈이 옵니다하고 시냇물은 졸졸졸졸. 비슷하네요. 그런데 다 좋아요. 묘하게 조금씩 다르고 다 정겹고 그런 공통점이 있어요. 그런데 이랬거나 저랬거나 아이들이 일본 군가 부르고 있는데 이런 동요가 50곡이 쏟아져 나오면 이게 얼마나 귀한 겁니까?

    ◆ 박재훈> 그래서 스물다섯 곡조를 가지고 부활절 아침에 새벽에 넘어오고 말았어, 남쪽에.

    ◇ 김현정> 그러신 거군요, 그러신 거군요. 제일 개인적으로 이건 진짜 제일 마음에 든다 하는 동요는 어떤 거.

    ◆ 박재훈> 엄마엄마 이리 와예요.

    ◇ 김현정> 왜요? 엄마엄마 이리 와. 왜 이 노래.

    ◆ 박재훈> 엄마가 제일 좋잖아.

    ◇ 김현정> 엄마가 좋아서. 이런 동심의 마음으로 동요를 작곡하신 정말 귀한 분입니다. 박재훈 목사님. 오늘은 이제 그것 때문에 모신 건 아니고 뮤지컬 함성 1919. 아니, 이게 40년 만에 만들어진 오페라라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 박재훈> 40년 동안 쓴 게 아니고 대사가 안 들어와요.

    ◇ 김현정> 곡 작곡은 박 목사님이 하시는 건데 대사가 안 들어와요? 뭐가 들어와야지 하는데.

    ◆ 박재훈> 그렇죠. 그래서 40년 동안 헤매기도 했고 그렇지만 그게 하나님께서 훈련시키신 거예요.

    ◇ 김현정> 훈련시키신 거예요. 이건 어떻게 처음에 제안을 받으셨어요?

    ◆ 박재훈> 1972년. 내가 처음 오페라 에스더 그걸 세종문화회관에서 했어요.

    ◇ 김현정> 아, 이미 전작이 있으시군요. 오페라 에스더.

    ◆ 박재훈> 했는데 그다음 며칠 후에 전화가 왔어, 만나자고.

    ◇ 김현정> 누가요?

    ◆ 박재훈> 그래서 나갔더니 선교사야.

    ◇ 김현정> 선교사님이.

    ◆ 박재훈> 이런 음악이 한국에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왜? 교회에 힘이 되고 민족에게도 큰 힘이 될 거다.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다음에는 뭐 하겠소?

    ◇ 김현정> 박 선생님, 박 작곡가님 이 오페라 다음에 뭐 하겠소? 그래서요?

    ◆ 박재훈> 그래서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가리켜.

    ◇ 김현정> 가슴을, 왜요?

    ◆ 박재훈> 3.1 운동 어때요?

    ◇ 김현정> 박 선생님, 다음 작품 3.1 운동 어때요? 이야. 그렇게 시작이 된 거군요.

    ◆ 박재훈> 그런데 가만히 얘기했지만 여기 들이박히는데 화살이야.

    ◇ 김현정> 화살이 돼서 박혔어요.

    ◆ 박재훈> 박혔는데 그리고 순간적으로 해야지. 그런데 내 실력으로는 안 돼, 너무 커. 공부 더 해야 되겠다.

    ◇ 김현정> 공부를 더 해야겠다.

    ◆ 박재훈> 그래서 그다음에 73년도 미국으로 이민 자격으로 들어갔어요. 그래서 한 4년 고생했는데 캐나다에서.

    ◇ 김현정> 캐나다에서 오라고.

     

    ◆ 박재훈> 캐나다 어느 학교에서 와달라고 음악 책임자로. 그래서 조건은 생활을 보장한다, 와라. 그래서 갔죠.

    ◇ 김현정> 이제 알겠네요. 그래서 그때부터 캐나다에 머무시면서 음악 공부하면서 <함성 1919="">가 완성이 된 겁니다. 정말 대작입니다, 여러분. 화살로 가슴을 맞는 듯한 그 느낌으로 시작된 이 오페라는 어떤 모습일까 정말 기대가 되고요. 눈물로 쓰신 거네요, 그야말로.

    ◆ 박재훈> 눈물도 있지만 축복으로 쓴 거지.

    ◇ 김현정> 축복으로 쓴 거다. 축복의 눈물입니까? 축복의 고행이었고. 오페라 성공적으로 공연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요. 지금 들으시는 많은 분들이 사실은 일제 강점기라는 걸 책으로만 배웠지 저도 그렇고요.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든요. 나라 없는 사람의 설움이라는 게 어떤 겁니까?

    ◆ 박재훈> 나라 없는 사람들은 노예죠.

    ◇ 김현정> 노예다.

    ◆ 박재훈> 마음대로 끌려가라고 하면 끌려가고. 우리 위안부 그런 얘기가 있잖아요.

    ◇ 김현정> 위안부 할머님들.

    ◆ 박재훈> 일본 시대에 수많은 한국의 어린아이들이 끌려가서 그 꼴을 당했습니다. 그래도 안 했대, 아직도.

    ◇ 김현정> 아직도 사과 한 마디 진정성 있게 안 해요.

    ◆ 박재훈> 그러니까 그 나라는 아주 불쌍한 나라예요, 하나님 보시기에. 징병을. 일본 군인 끌려가는 거야. 맨 마지막에 땅굴 속에 들어가서 석탄 캐야 되고.

    ◇ 김현정> 석탄 캐야 되고.

    ◆ 박재훈> 그러다가 늙어 죽는 거지.

    ◇ 김현정> 그런 일제 강점기를 겪었던 분이기 때문에 이 오페라, 3.1 운동의 정신을 담은 오페라가 절절하게 쓰여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라의 소중함 또 3.1 운동 정신의 숭고함을 모르는 우리 이 시대에 큰 울림이 됐으면 좋겠고요. 목사님,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이야기를 전해 주고 다니시기 위해서라도 더 건강하셔야 될 것 같아요.

    ◆ 박재훈> 하나님께서 하시는 거지. 내가 하는 게 아니지.

    ◇ 김현정> 건강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 박재훈>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3월 1일과 2일에 있을 이 오페라도 많은 분들이 좀 찾아가셔서 감동받고 오셨으면 좋겠네요.

    ◆ 박재훈>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오페라 <함성 1919="">를 40년 만에 무대에 올리시는 작곡가입니다. 박재훈 목사님 만나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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