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민주노총서울본부・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2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왜그래 풍상씨’ 등 5개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한 고용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최영주 기자)
"많은 국민들이 사랑하고 즐겁게 시청하는 드라마의 이면에는 주 78시간, 80시간 등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을 겪는 노동자들의 제작 현장이 있습니다. 많은 시민들은 이런 현장이 상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주 78시간이라고 하면 일요일까지 합쳐서 하루에 4~5시간 자고 일해야 그 시간이 나옵니다. 주 78시간을 일하면 사람이 살 수가 없습니다. 이런 노동을 강요하는 것이 현재 방송되는 드라마의 제작 현실입니다."(최은철 민주노총 서울본부 본부장)
주 52시간 한도를 훌쩍 넘은 주 78시간 노동 등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는 열악한 노동 환경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KBS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방송 스태프들이 근로계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채 과도한 업무에 시달린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노동자들은 KBS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고 나섰다.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민주노총서울본부·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2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2 '왜그래 풍상씨' 등 5개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한 고용부의 '특별근로감독'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두영, 이하 방송스태프지부)는 현재 방송 중인 KBS2 '왜그래 풍상씨', '왼손잡이 아내'와 방송 예정인 '닥터프리즈너', '국민여러분', '세상에서 제일 이쁜 딸' 등 5개의 KBS 드라마에 대해 긴급히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해 현장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 점검과 위법사항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스태프지부에 따르면 12시간이 넘는 장시간 촬영이 지속되자 '왜그래 풍상씨' 조명팀 스태프들이 더 이상 촬영이 힘들다고 조명감독에게 항의해 이를 조명감독이 KBS 연출자에게 전달했으나 이를 무시한 채 촬영을 지속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제시한 만성과로 업무시간 인정기준을 보면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 초과 시 업무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KBS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는 이를 훌쩍 넘은 주 78시간 노동이 이뤄지며 방송 스태프 노동자들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민주노총서울본부・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서울고용노동청에 특별근로감독 요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사진=최영주 기자)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시간을 초과한 것뿐 아니라 근로계약이 제대로 체결되지 않은 문제도 있다.
오는 3월 20일 방영 예정인 드라마 '닥터프리즈너'의 경우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채 미계약 형태로 한 달 넘게 촬영을 진행 중이다. 고용노동부에서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방송 스태프에게도 턴키방식(분야별 용역료 산정기준 없이 총액만을 명시하는 계약 방식)의 계약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영 방송스태프지부장은 "노조 창립 초기부터 근로시간 준수와 근로계약 체결을 외쳐왔는데 지금 방송사나 제작사가 이걸 비웃기라도 하듯 현장에 불법과 탈법이 난무하고 있다"며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모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해 드라마가 끝나기 전에 근로감독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우리가 요구하는 건 하루 12시간 일하는 건데 12시간은커녕 17~18시간 일하는 게 KBS 드라마 현장"이라며 "진정한 공영방송은 사장과 임원만 바뀐다고 되는 게 아니다. KBS가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고 공정방송을 위한 (KBS 구성원의) 투쟁을 지지한 국민에게 보답하고자 한다면 드라마 제작 환경 개선부터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방송스태프지부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요청서를 접수하고 청장에 대한 면담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