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2차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조정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는데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경협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南은 ICT 기술과 자본을, 北은 토지와 노동력을단기적으로는 ICT 기술과 인프라를 선도하고 있지만 중소‧벤처기업 등에서 IT인력난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와 IT 인력은 탄탄하지만 인프라가 부족한 북한이 상호보완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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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소프트웨어(SW)와 바이오‧헬스, IT비지니스 등 산업에서 인력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특히 SW 개발업종은 이른바 3C업종(기피업종)으로 인식되며 전문 인력의 대기업 선호 현상으로 중소기업‧스타트업이 인력난을 겪고 있다.
반면 북한은 2000년대 초 '단번도약 발전전략'을 주장하며 우리 학제로 중학교 4학년부터 컴퓨터 교육을 의무화했고, ▲조선콤퓨터센터(KCC) ▲평양정보센터(PIC) ▲김책공업종합대학 ▲중앙과학기술통보사 등에서 꾸준히 SW 개발인력이 양산되고 있다. 이곳에서 양성되는 전문 인력은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남한은 기술과 자본을, 북한은 토지와 노동력을 제공하는 형태로 ICT 분야에서 남북경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SW분야는 북한 인력이 상주하는 사무실을 열거나 남북 간 원격으로 협업하는 사업방식이 가능하다.
IBK경제연구소 조봉현 부소장은 "북한 인력의 전문성이 굉장히 뛰어난 것으로 안다. 특히 코딩 등 기초기술이 탄탄하다고 알고 있다"며 "북한의 ICT 기초기술과 우리의 응용기술을 합치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 北 4차 산업혁명 대비, 南에도 또 다른 기회로장기적으로는 북한에 ICT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남북이 4차 산업혁명을 함께 대응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한 ICT업계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와 기존 산업과의 충돌 등으로 공유경제나 자율주행자동차 등 ICT 산업 성장에 일정부분 제약이 있다"며 "북한은 이런 제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만큼 4차 산업혁명의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SK텔레콤 하성호 전무(CR부문장)도 지난해 '정보통신방송 3학회 공동심포지엄'에서 "초기 단계에는 ICT 기술표준과 용어 등을 통일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 단계가 나아간다면 북한의 경제특구와 개발구에 4차 산업혁명 주요 아이템을 개발‧시연하는 'ICT 테스트 베드(Test-bed)'를 구축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말 방한(訪韓)한 미국 ICT 정책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 로버트 앳킨스 회장은 "ICT의 기초가 될 수 있는 5G망을 북한 주요 큰 도시들 위주로 인프라를 구성하고 중국이 80년대 한 것처럼 북한이 개방을 한다면 해외 기업들이 북한이 매우 필요로 하는 인력들과 기술훈련 프로그램 등을 갖고 올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개성공단.(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 ICT 경협 후보지론 원산‧신의주‧개성공단 등ICT경협이 이뤄진다면 원산과 신의주, 평양, 개성공단 등이 후보지로 꼽힌다.
숙명여대 ICT융합연구소 곽인옥 교수는 항구‧공항‧통신 등 각종 인프라가 우수하고 우리나라와 물리적 거리도 가까운 원산을 ICT 경협 후보지 중 한 곳으로 꼽았다.
곽 교수는 "원산은 북한이 '국제도시'로 전략적으로 키우는 도시고, KTX나 고속도로 등이 뚫린다면 속초에서 1시간대로 접근할 수 있는 가까운 곳"라며 "ICT 경협은 물론 관련 산업인 전자장치산업과 관광산업 등과 동반성장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심천'과 마주하고 있고 북한이 '경제수도' 성장시키기 위해 자원을 집중하고 있는 '신의주', 평양을 또 다른 후보지로 거론된다.
특히 평양시 내 첫 첨단과학기술개발구인 은정첨단기술개발구에는 130여개 연구소와 1만여 명의 연구원이 일하고 있는데 쿠웨이트와 싱가포르 등의 지원으로 20여개 기술기업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곽 교수는 "현재 북한에서 당장 업무가 가능한 IT 인력은 국가기관 조사자(1만5천여 명)을 빼고 1만5천여 명 수준인데 이들 대부분이 평양에 있다"며 "첨단기술 관련 경협은 평양 은정지구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개성공단을 제시했다. 그는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북한의 ICT전문가와 남한의 엔젤투자가(개인 벤처투자자), 기획자 등이 손을 잡을 수 있는 '남북 청년들의 스타트업 협력 마당'을 제안한 상태다.
◇ 관련법 정비 등 제도개선 필요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는 기본, 남북교류 협력사업에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분야가 빠져있는데, 이를 추가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과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이 남북교류 협력사업에 과학기술·정보통신 분야를 추가하는 내용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인데 법령 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대북 경제제재 완화가 현실화되기 전까지는 가능한 수준에서 협력과 경협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간을 중심으로 백두산 화산과 생물자원, 바이오메디컬 분야 등 '과학기술‧ICT분야 학술대회 개최공동연구' 등을 지원하고 남북ICT용어 표준화를 위한 정책연구 등 현재 시점에서 가능한 ICT 교류‧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통신사 등 ICT기업들도 관련 조직을 정비하며 한반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28일 회담결과가 남북경협 활성화의 분수령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